[동명이사] 경동제약 vs 경동나비엔

임서아 기자 2026. 6. 1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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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제 vs 보일러…'경동'의 전혀 다른 길
국내 병·의원 네트워크 강화한 경동제약
세계 온수기 시장 사로잡은 경동나비엔 
<편집자주> 국내 산업계에는 이름이 같거나 유사해 소비자와 투자자들이 혼동하기 쉬운 기업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기업의 창업 배경과 사업 구조, 경영 전략을 들여다보면 서로 전혀 다른 길을 걸어온 경우가 많다. EBN은 이러한 사례를 조명하는 '동명이사' 시리즈를 통해 기업의 역사와 사업 전략을 비교 분석하고자 한다.
경동제약 공장 전경. [출처=경동제약]

국내 소비자들에게 '경동'이라는 두 글자는 일상 곳곳에 스며있는 친숙한 브랜드다. 약국에서 찾는 진통제 '그날엔'의 포장지에서도, 겨울철 안방을 데워주는 보일러 광고에서도 우리는 '경동'을 발견한다. 자본시장에서도 두 기업은 각각 코스닥과 코스피에 상장돼 있어 이름만 보고 같은 그룹사라고 오인하는 경우도 생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경동제약과 경동나비엔은 뿌리부터 사업 영역까지 단 하나의 접점도 없는 완전히 독립된 기업이다. 한쪽은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의약품 영토를, 다른 한쪽은 주거 환경을 쾌적하게 만드는 생활환경 에너지 영토를 개척해 왔다.

◆경동제약, 만성질환 ETC 중심 내수 강화

경동제약은 1976년 2월 12일에 설립돼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향해 달려가는 국내 완제의약품 및 원료의약품 시장의 전통 강자다.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진통제 '그날엔' 시리즈(일반의약품·OTC)로 친숙하지만 실제 기업의 뼈대를 이루는 것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ETC)이다.

경동제약 매출의 약 97%는 제약부문에서 나온다. 고령화와 식습관 서구화로 발병률이 높아진 순환기계, 소화기관, 호흡기관용제 등 전문의약품이 중심이다. 고혈압 치료제인 '듀오로반정'을 비롯한 제품 매출이 약 66%, 치매 증상 개선제 '알포틴연질캡슐' 등의 상품 매출이 약 27%를 차지한다. 국내 병·의원과 약국을 무대로 한 내수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경동제약의 현 주소는 '미래성장 기반 다지기'다. 내수 시장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복합제형 등의 개량신약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성장 잠재력이 높은 바이오 벤처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신규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WIAVIM(위아빔)'을 론칭하고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판매 경로를 넓히는 등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동나비엔, 북미 흔드는 글로벌 강자 

글로벌 영토를 호령하는 경동나비엔은 1978년 설립된 '경동기계'를 모태로 한다. 대성그룹이나 방계 가문인 경동도시가스 계열로 혼동하는 경우가 잦지만,경동나비엔은 창업주로부터 이어진 '경동원 그룹'의 핵심 상장 계열사다. 경동나비엔은 가스·기름보일러 및 가스온수기 등을 제조·판매하는 글로벌 생활환경 에너지 전문 기업이다.
[출처=경동나비엔]

경동에버런(부품), 경동폴리움(플라스틱), 경동티에스(서비스) 등 국내외 총 16개의 탄탄한 종속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1988년 국내 최초 콘덴싱 보일러를 개발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근 친환경 콘덴싱 의무화 정책 수혜와 함께 시장 우위를 지키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전통적인 내수 기업이 아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등 해외 법인을 중심으로 독보적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졌다. 본사 기준으로 가정용 보일러(40%)와 온수기(44%)가 균형 잡힌 매출 축을 이루고 있다. 미주(북미) 시장에서는 온수기 매출 비중이 72%에 달할 만큼 온수기 분야의 강자로 자리 잡았다.

◆'경동' 이름으로 서로 다른 영역서 영토 개척

두 '경동'은 하나의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혈연의 형제 기업도 아니며 제한된 내수 시장을 두고 치열하게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숙명의 경쟁 관계도 아니다. 이들은 각자가 속한 산업 안에서 '경동'이라는 두 글자를 빛내오고 있으며 각자의 평행선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경동제약의 본질적인 사명은 인류를 위협하는 고혈압, 당뇨, 치매 등 만성 질환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다. 반면 경동나비엔은 혹독한 추위와 실내 공기질의 위협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고 가정을 가장 쾌적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경동나비엔이 정의한 업의 개념이다.

경동제약과 경동나비엔은 같은 이름을 가졌으나 한쪽은 인간의 생명을 치유하는 정밀한 바이오 영토를, 다른 한쪽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글로벌 가전 영토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서로 다른 영역의 앞으로 나아가는 '경동'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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