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판 ‘염전 노예’…주인집 수리 틈타 3년 만에 극적 탈출

입주 가사도우미로 취업했다가 노동력 뿐만 아니라 인권까지 착취당한 인도의 한 30대 여성 사연이 전해져 충격을 안긴다.
15일 NDTV 등 인도 매체에 따르면 동부 서벵골주 출신인 바두 만디(39)는 지난 12일 인도 북부 하리아나주 신도시 구루그람(옛 구르가온)의 한 아파트에서 구조됐다.
인도 수도 뉴델리 남쪽에 위치한 수도권 위성도시 구루그람은 산업·경제의 중심지로 한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의 지사와 공장이 밀집해 있다. 만디의 고향인 서벵골주는 방글라데시와 인접한 곳으로, 최첨단 도시 구루그람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이다.
만디의 가족과 경찰에 따르면 만디는 2년여 전 선금 4만 루피(약 63만 원)를 받고 구루그람의 한 아파트로 가 가사 노동을 하게 됐다.
그러나 고용주는 만디에게 하루 16시간 이상의 노동을 강요했고, 수시로 물리적 폭행도 가했다. 가족 등 외부인과의 연락도 금지됐고, 아파트 밖으로 나갈 수도 없게 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집에 하자가 생기면서 상황의 반전을 노릴 수 있었다. 한 아파트 수리업자가 아파트를 찾았고, 만디는 그에게 부탁해 그의 휴대전화로 가족에게 연락해 상황을 알렸다. 이에 여동생 락슈미 투두는 서벵골의 시민단체에 도움을 청했고, 시민단체는 정부 기관과 구조에 나섰다.
사건을 접수한 서벵골 경찰은 구루그람으로 가 현지 당국과 함께 만디의 구조에 성공했다. 경찰은 달아난 고용주 가족을 쫓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의 연락을 받은 연방정부 노동부는 이번 사안을 법에 금지된 ‘채무예속 노동’(bonded labour)의 일종으로 규정, 구루그람 당국의 즉각적인 개입을 권고했다. ‘담보 노동’으로도 불리는 채무예속 노동은, 고용주가 피고용자에게 현금을 선불하거나 빌려준 뒤 과도한 이자를 붙여 피고용자가 평생 갚을 수 없도록 한 뒤 계속 일을 시키는 것을 말한다.
인도에서는 1976년 채무예속 노동을 폐지하는 법을 제정, 시행하지만 좀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채무예속 노동자들의 80% 이상은 인도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계층인 불가촉천민이나 원주민 부족 출신이다. 이들은 토지가 없고 글을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지주나 악덕 고용주의 사기 계약과 착취에 쉽게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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