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두통 심할 때 구토가 진통제 역할?… 새 치료제 개발 단서 됐다
구토 경험자 54.9%에서 통증 완화 확인... 일부는 수 초 내 효과
구토의 통증 억제 원리 규명 시 새로운 편두통 치료제 개발 기대

편두통 발작 중 구토를 경험한 환자 절반 이상이 구토 후 두통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탈리아 피렌체 카레지 대학병원 알베르토 키아루지(Alberto Chiarugi) 교수 연구팀은 편두통 환자 10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구토를 단순한 편두통 부작용으로 보지 않고, 신체 내부의 통증 억제 기전과의 연관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편두통은 단순한 두통이 아니라 심한 박동성 통증과 함께 구역질·구토·빛·소리 민감도가 동반되는 신경 질환이다. 편두통 발작 중 구토는 30~70%의 환자에서 나타나는 흔한 증상인데, 연구팀은 이 구토가 오히려 통증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편두통 환자 106명(평균 나이 43.4세, 여성 85.8%)을 대상으로 구토 빈도, 통증 강도, 구토 후 통증 변화, 구토 유발 행동 등을 설문으로 조사했다.
분석 결과, 전체 환자의 77.4%가 편두통 발작 중 구토를 경험했다. 이 중 54.9%가 구토 후 통증이 완화됐다고 답했다. 두통 완화를 경험한 환자 중 두통이 완전히 사라진 경우는 26.7%, 일시적으로 줄었다가 다시 나타난 경우는 73.3%였다. 통증이 줄기 시작한 시간은 수 초 이내가 28.9%, 수 분 이내가 40.0%로 상당수가 매우 빠르게 효과를 느꼈다. 흥미로운 점은 구토를 경험한 환자 중 26.8%가 두통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구토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이 행동은 구토 후 실제로 통증이 줄었던 경험이 있는 환자(40.0%)에서 그렇지 않은 환자(10.8%)보다 훨씬 더 많이 나타났다.
이번 연구의 의의는 구토가 편두통의 고통스러운 증상인 동시에, 일부 환자에게서는 통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는 데 있다. 특히 수 초~수 분 내에 나타나는 통증 완화는 발작이 자연히 끝나는 것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구토 시 활성화되는 뇌의 통증 억제 경로가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설문에 의존한 탐색적 연구인 만큼, 뇌 영상 촬영 등을 활용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의 제1저자인 안토니오 무나포(Antonio Munafò) 박사는 "구토 후 통증이 빠르게 완화된다는 사실과 환자들이 스스로 구토를 유발하는 행동은 신체 내부의 통증 억제 기전이 관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구토가 통증을 차단하는 원리가 규명된다면, 이미 편두통 치료에 쓰이는 미주신경 자극 치료나 CGRP 항체 주사제와 같은 새로운 치료 표적 개발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Beyond symptom: Exploring the analgesic properties of vomiting in patients with migraine, 증상을 넘어서: 편두통 환자에서 구토의 진통 특성 탐구)는 2026년 5월 국제 학술지 '두통: 두경부 통증 저널(Headache: The Journal of Head and Face Pain)'에 게재됐다.
이새별 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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