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펜싱 대회 칼 결국 빌려 떠났다…체육회 진입 무산 다음날, 다시 막힌 게이트 [세상&]
체육단체 호소에 전날 경기장 진입 합의
야당 의원들도 설득 나서 진입 직전까지
‘최후의 시민’ 문 앞 막아서며 끝내 불발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김서현·이우중 수습기자] 전날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의 경기장 진입이 무산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는 17일에도 시위대가 밤샘 농성을 이어갔다. 시위 13일째를 맞은 이날 참가자들은 새벽부터 경기장 주요 출입구를 지키며 경찰과 체육회 측의 추가 움직임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전날 대치의 여파 때문인지 이날 아침 현장은 전날보다 일찍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오전 7시께 1-3게이트 앞에서는 ‘스톱 더 스틸(STOP THE STEAL)’ 팻말을 든 남성을 선두로 시위대 수십 명이 경기장 외곽을 돌며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같은 구호를 외쳤다. 참가자들은 태극기를 흔들거나 애국가를 제창하며 경기장 주변을 행진했다.
해가 떠오르자 밤샘 농성자들은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특히 전날 대치가 벌어졌던 2-1게이트 주변에는 이른 아침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게이트 주변에는 “출입문 앞 방어 인원 부족, 모여주세요”라는 안내문이 붙었고 일부 참가자들은 인원이 적은 출입구를 찾아다니며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오전 8시께 2-1게이트 앞에는 바닥에 앉아 출입구를 지키는 참가자 10여 명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곳에서 밤을 새웠다는 참가자들은 이날 오전 경찰이나 대한체육회 측이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시위대 사이에서 퍼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오전 7시30분 이후부터 참가자들이 2-1게이트 주변으로 몰려들면서 경계 인원을 늘리는 모습도 보였다.

전날부터 현장을 지키고 있다는 60대 남성은 “우리가 시위한 지 열흘이 넘었는데 처음부터 대화하거나 설득한 것도 아니고 이제 와서 경찰까지 대동해 물품을 빼가겠다고 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그래서 사람들이 다시 게이트 앞으로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성조기를 들고 있던 30대 남성 김모 씨는 “아직 개표도 안 됐고 부정선거에 대한 증거물이 남아 있는 곳”이라며 “아무리 선수들이라고 해도 이곳에 들어와 물건을 가져갈 권리는 없다”고 주장했다.
오전 9시께 2-1게이트 앞에서는 체육회 직원들의 제한적 출입을 허용해야 하는지를 두고 참가자들 사이에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제대회를 앞둔 선수단과 체육단체의 최소한의 업무는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과 경기장 내부가 선거 관련 증거물이 보관된 장소인 만큼 출입 자체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맞섰다.
일부 참가자들은 “괜히 무리하게 대응했다가 서부지법 사태 같은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신중한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앞서 전날 이곳은 일촉즉발의 대치 상태가 펼쳐졌다. 오전 경찰 100여명이 대한체육회와 산하 종목단체(핸드볼·펜싱 등) 관계자들의 진입을 막지 말 것을 경고했고, 오후 들어선 야당 의원들이 찾아오며 중재에 나섰다. 의원들이 동행하고 방송사 카메라로 중계한다는 조건으로 체육단체들이 핸드볼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합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여성 참가자 1명이 핸드볼경기장 2-1게이트 출입구를 몸으로 막아섰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이 “체육단체 기본 업무는 할 수 있게 해달라”며 설득에 나섰지만 해당 참가자는 “국민 참정권은 어떻게 할 것이냐”며 물러서지 않았다. 끝내 오후 4시가 가까워지자 체육단체들은 현장에서 철수했다.
이 때문에 펜싱 국가대표팀은 선수들의 개인 장비를 꺼내지 못하고 전날 오후 아시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인도 뉴델리로 출국했다. 다른 선수들을 통해 장비를 빌린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체육회는 이날도 경기장 진입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국제대회 준비와 회계 업무 등 최소한의 업무를 위해 지속해서 진입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며 “진입 시점은 체육회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경찰과 관계기관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참가자들을 몸으로 밀치거나 물리적으로 충돌할 수 없는 만큼 공권력의 협조를 요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체육회 관계자들의 업무를 방해한 행위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여러 차례 업무방해 행위가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집한 증거자료를 토대로 관련 수사에 착수하고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전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윤 장관은 “정부는 참정권 침해를 바로잡고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합법적 집회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보장할 것”이라면서 “(다만) 정당한 권한을 가진 관계자의 출입을 사적으로 통제하거나 정당한 업무 수행을 방해하는 행위, 경찰관을 근거 없이 모욕하는 행위는 참정권 침해를 빌미로 타인의 권리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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