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는 '고객 서버', 삼성은 '로봇 두뇌'…美 AI 인재전

김기송 기자 2026. 6. 1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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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인공지능(AI) 핵심 인재 확보에 나섰습니다. 단순한 연구개발(R&D) 인력 충원을 넘어 AI 시대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반도체 생산능력에서 시스템 설계와 로봇, 데이터센터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오늘(1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미국법인인 SK하이닉스 아메리카는 최근 AI Memory Solution Architect와 AI System Engineer 등 AI 설계 인력 채용을 시작했습니다.

해당 직군은 차세대 AI 메모리·스토리지 솔루션 아키텍처 설계와 메모리·캐시 컨트롤러 개발, 시스템 인터커넥트 설계, FPGA 프로토타입 구축 등을 담당합니다. AI System Engineer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공동설계(Co-design), AI 워크로드 분석, 차세대 AI 메모리 성능 최적화 업무를 수행합니다.

별도 조직인 'US AI Data Center'에서도 전략·사업개발·운영 인력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운영직은 전력과 냉각, 액체냉각, GPU 클러스터 운영까지 담당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채용 공고지만 업계는 SK하이닉스의 전략 변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고객사에 HBM을 공급하는 메모리 업체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고객사 AI 서버 구조 자체를 이해하고 메모리와 스토리지를 함께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Full Stack AI Memory Creator'를 새 비전으로 제시했습니다. 단순히 메모리를 만드는 회사를 넘어 AI 데이터센터와 서버 시스템 전체를 이해하는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시대에는 메모리 성능만 높인다고 경쟁력이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고객이 어떤 AI 서버를 구축하는지 이해하고 시스템 단위에서 병목 현상을 줄이는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 로봇·피지컬 AI로 확장
삼성전자 채용은 방향이 다소 다릅니다. 삼성전자 미국 연구개발 조직인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는 최근 AI Strategy Leader, Head of Vision Intelligence, Robot Intelligence 연구인력 등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AI Strategy Leader는 멀티모달 AI와 에이전틱 AI, 피지컬 AI 전략 수립을 담당합니다. Head of Vision Intelligence는 컴퓨터비전과 멀티모달 AI 연구조직을 총괄하며, Robot Intelligence 연구직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과 강화학습, 비전언어행동(VLA) 모델 등을 연구합니다.

삼성이 주목하는 분야는 이른바 '피지컬 AI'입니다. 생성형 AI가 텍스트와 이미지 생성에 머물렀다면 피지컬 AI는 실제 공간에서 움직이는 로봇과 기기, 자율 시스템으로 AI를 확장하는 개념입니다. AI가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판단하며 직접 행동하는 단계로 진화하는 셈입니다.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투자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됩니다. 삼성은 앞서 미국 로봇 AI 스타트업 스킬드AI(Skild AI) 투자에도 참여한 바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가전에서 확보한 AI 경쟁력을 로봇과 웨어러블, XR 등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는 글로벌 흐름에 삼성도 발맞추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양사의 채용은 같은 AI 경쟁을 바라보면서도 서로 다른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입니다. SK하이닉스가 고객사의 AI 서버 안으로 들어가 메모리와 데이터센터를 최적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 삼성전자는 로봇과 기기 속 AI를 겨냥한 피지컬 AI 역량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경쟁의 무게중심이 HBM 공급 경쟁에서 시스템 설계와 데이터센터 운영, 피지컬 AI 기술 확보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결국 AI 시대 경쟁력은 반도체 생산량뿐 아니라 이를 구현할 핵심 인재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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