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체코 원전 최종계약 1주년 날, 한전·한수원 원전 수출팀 한자리 모인다
AI·중동전쟁으로 커지는 원전 시장
사우디·베트남·필리핀·미국 등 주목

17일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주축으로 한 팀코리아가 체코 정부와 두코바니 원전 건설 최종 계약을 체결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체코 원전 수주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이뤄낸 한국 원전 수출의 최대 성과로 평가받는다. 최근 유럽연합(EU)의 역외 보조금 규정(FSR) 위반 논란에서도 벗어나며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채비를 마쳤다. 원전 수출 주도권을 두고 갈등을 빚었던 한국전력과 한수원도 최근 수출 거버넌스를 재정비하며 원팀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중동 전쟁과 지정학적 갈등으로 에너지 안보 중요성이 커지면서 세계 각국은 다시 원전 확대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금이야말로 제2, 제3의 체코 원전을 수주할 절호의 기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전·한수원, 갈등 봉합 후 첫 워크숍
17일 정부와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전과 한수원의 원전 수출 부문 인력 60여명은 이날부터 이틀간 대전에서 원전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동 워크숍을 개최한다. 이 자리에는 강감찬 산업통상부 무역투자실장도 참석한다. 한전과 한수원이 원전 수출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을 봉합한 뒤 실무 인력들을 한자리에 모아 공동 전략을 논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워크숍에서 참석자들은 확대되는 세계 원전 시장 진출을 위한 중장기 수출 전략과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위축됐던 국내 원전 산업이 1년 전 유럽 시장 진출에 성공하며 다시 경쟁력을 입증했다”며 “바라카에서 두코바니까지는 15년이 걸렸지만, 두코바니에서 다음 수주까지는 훨씬 짧은 기간이 걸리도록 두 기관 실무자들이 의기투합할 것”이라고 했다.
원전 업계는 지금을 원전 수출의 ‘골든타임’으로 평가한다. 생성형 AI 확산과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으로 전 세계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까지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 확보에 직접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전력 구매 계약을 추진하고 있으며, 아마존과 구글 등도 소형모듈원전(SMR) 투자와 전력 확보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원전을 외면하던 글로벌 기업들이 이제는 원전을 필수 인프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중동 전쟁을 계기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과거 원전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주목받았다면, 이제는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떠받치는 전략 자산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체코 다음은 어디
현재 원전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시장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베트남, 필리핀, 미국 등이다. 이 가운데 베트남은 최근 원전 정책 재개 방침을 밝히고 중단됐던 닌투언 원전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조업 확대와 AI 산업 육성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가 주요 배경이다. 특히 일본이 사실상 손을 뗀 닌투언 2호기 사업은 한국이 적극 관심을 보이는 프로젝트다.
필리핀도 신규 원전 건설과 바탄 원전 활용 방안을 동시에 검토하고 있으며, 사우디와 카자흐스탄 등도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다. 미국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맞물려 대형 원전과 SMR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전 수출이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최성민 카이스트 교수는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기술과 산업 생태계, 원전 건설·운영 경험 등을 보유하고 있다”며 “여기에 정부 간 외교, 금융 패키지 등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국가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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