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TV 냉장고 세탁기 압도적 점유..현지업체 추격 부담 [여의도 Pick!]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의 전격적인 종전 합의와 호르무즈 해협 개방으로 중동시장의 정상화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과거 이란 가전시장을 사실상 장악했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다시 이란 시장에 진출할 것인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인구 약 9000만 명에 달하는 이란은 중동 지역에서 가장 큰 내수 시장 중 하나이기 때문인데요.
사실 이란은 한국 가전업계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었습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본격화되기 전까지, 한국 기업들은 현지 소비자들의 압도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프리미엄 가전 시장을 석권했습니다.
16일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국내 업체의 이란 시장 점유율은 평면 TV가 93%, 냉장고는 85%에 달했습니다. 세탁기와 에어컨 역시 각각 78%를 기록했고, 휴대전화 점유율도 절반을 넘겼습니다.
이란은 인구 규모가 크고 젊은 소비층 비중도 높아 중동 지역에서도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평가받았습니다.
당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뛰어난 품질과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워 시장을 양분했지만, 미국의 제재가 시작되면서 생산과 수출, 금융 거래가 막혀 직접 사업을 중단해야만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란이 중동 최대 소비시장 가운데 하나인 만큼 제재가 풀릴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다시 한번 의미 있는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중동 최대 시장의 빗장이 다시 열리는 상황이지만, 한국 기업들이 곧바로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시장 환경이 과거와 180도 달라졌기 때문인데요.
한국 기업들이 철수한 빈자리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과 이란 정부의 지원을 받는 현지 브랜드들이 빠르게 차지했습니다. 특히 '삼'과 '지플러스' 같은 현지 브랜드들은 과거 한국 기업들이 남겨둔 생산과 유통 인프라를 일부 흡수하며 덩치를 키웠습니다.
여기에 장기간 철수로 인해 현지 거래처와의 신뢰가 일부 훼손된 데다, 지난 2021년 아야톨라 하메네이 당시 이란 최고지도자가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한국산 가전제품 수입 금지를 지시했던 정치적 배경도 여전히 부담으로 남아있습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재 매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양사 관계자들은 전쟁이 완전히 종료되고 경제 제재가 해소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향후 상황이 안정되면 현지 인프라를 점검한 뒤 가시적인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중장기적인 신규 성장 시장 확보 차원에서 이란 시장의 가치가 여전히 높은 만큼, 제재 완화가 현실화된다면 글로벌 가전업체들의 치열한 격전지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나윤 머니투데이방송 MTN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