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연금 계좌에 로봇 ETF 담을까?”... 올해만 3조 넘게 몰렸다

이경은 기자 2026. 6. 17.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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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 로봇 ETF 12종 분석
현대차 비중 0%부터 25%까지
[왕개미연구소]

“연금 투자자는 그냥 외우세요. 은퇴 전까지 팔지 말고 꾸준히 모아가면 마지막에 웃을 ETF들입니다. 미국 대표 지수 ETF, 로봇·자동화 ETF, 월배당 ETF. 대부분의 연금 투자는 이 안에서 끝납니다.”

요즘 예비 은퇴자 커뮤니티에서 주목받는 투자 조언이다. 미국 대표 지수 ETF를 든든한 중심축으로 삼고, 성장성을 노린 로봇 ETF와 매달 현금 흐름이 나오는 월배당 ETF를 곁들이는 이른바 ‘연금 3총사’ 전략이다.

연금 3총사의 한 축을 담당하는 로봇 ETF. 하지만 로봇 ETF라고 해서 다 같은 상품은 아니다. 상장 이후 누적 수익률이 300%를 넘긴 상품이 있는가 하면, 현대차 비중을 25%까지 높여 피지컬 AI에 베팅한 상품도 있다. 무엇을 담았느냐에 따라 수익률과 투자 성격은 크게 달라진다.

16일 조선일보 <왕개미연구소>가 국내 증시에 상장된 주요 로봇 ETF 12종을 전수 분석했다. 수익률과 운용 규모, 주요 편입 종목, 수수료를 비교해 연금 계좌에 담을 만한 상품을 찾아봤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누적 수익률 310%... 4년 차 메가 로봇 ETF

운용 규모가 1조5700억원으로 가장 큰 로봇 ETF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로봇액티브’다. 2022년 11월 상장한 국내 최초 로봇 ETF로,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정대호 매니저가 출시 때부터 운용을 맡고 있다. 상장 이후 수익률은 310%.

로봇 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꾸준한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며 올해만 약 63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포트폴리오는 삼성전자, 로보티즈,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 LG전자 등 대형주가 약 40%를 차지한다. 여기에 에스비비테크, 고영, 제이브이엠, 에스오에스랩 등 로봇 관련 코스닥 종목을 소규모로 편입해 미래 성장성을 더했다.

정대호 매니저는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한국의 휴머노이드 산업 생태계가 빠르게 구축되고 있다”며 “국내 로봇 부품 업체들도 글로벌 공급망에 진입하고 있어 로봇 산업 성장의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현대차 비중 0% vs 25%, 천차만별

국내 로봇 산업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운용사들은 보다 선명한 투자 전략을 내세운 신상품 경쟁에 나섰다. 올해에만 로봇 ETF 5종이 새로 상장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코리아휴머노이드로봇산업’은 두산로보틱스, 로보티즈,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로봇 전문 기업 비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반면 미국 로봇 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주요 주주인 현대차는 편입하지 않았다.

대형 완성차 업체보다 로봇 순수 플레이어에 집중한 상품으로, 1월 상장 이후 최고가와 최저가의 격차가 80%에 달할 정도로 변동성은 큰 편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8일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관계자에게 이동형 로봇 플랫폼 '모베드(MobED)' 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발언하고 있다./연합

✅현대차 비중 25% 고정… 한 달 새 7900억 몰려

올해 가장 빠르게 자금을 끌어모은 신상품은 현대차그룹의 로봇·자율주행 생태계에 집중 투자하는 ETF다.

KB자산운용이 지난달 선보인 ‘RISE 현대차고정피지컬AI’에는 상장 한 달여 만에 약 7900억원이 유입됐다.

현대차를 25% 비중으로 고정 편입한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로봇 관련 종목은 성장 기대가 큰 만큼 주가 변동성도 높은 편인데, 안정적인 실적을 내는 현대차를 핵심 축으로 편입해 변동성을 낮추는 전략이다. 여기에 자율주행, 로보틱스, 공장 자동화 등 피지컬 AI와 연관성이 높은 종목들을 선별해 담는다.

주요 편입 종목으로는 현대모비스, LG이노텍, 기아, 현대오토에버, 레인보우로보틱스 등이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부터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까지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한 피지컬 AI 생태계 전반에 투자하는 구조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美, 中, 글로벌… 입맛 따라 고르는 로봇 ETF

국내 로봇주를 넘어 글로벌 로봇 생태계에 투자하고 싶다면 선택지는 더욱 다양해진다. 미국(KODEX, RISE, KoAct)이나 중국(KODEX, TIGER) 로봇 기업에만 집중 투자하는 상품도 있고, 국가를 가리지 않고 전 세계 로봇 기업에 골고루 투자하는 ETF도 있다.

글로벌 로봇 ETF 가운데 운용 규모가 가장 큰 상품은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KoAct 글로벌AI&로봇액티브’다. 로봇과 AI 기술 확산의 수혜가 기대되는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액티브 ETF로,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편입 종목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상장한 우주 기업 스페이스X를 빠르게 편입해 현재 비율이 8.7%로 가장 높을 정도로 운용의 기민함이 돋보인다. 스페이스X의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는 화성 개척 과정에 로봇을 대규모로 투입하겠다는 구상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글로벌피지컬AI액티브’는 카이스트 출신인 최동근 매니저가 운용하고 있다. 최근 1년 수익률은 155%. 자율주행, 로보틱스, 공장 자동화 등 피지컬 AI 관련 기업 비율을 높게 가져가는 전략을 구사하며, 주요 편입 종목은 엔비디아, 테슬라, 마이크론, 암홀딩스 등이다.

한화자산운용의 ‘PLUS 글로벌휴머노이드로봇액티브’는 휴머노이드 산업에 초점을 맞춘 상품이다. 미국 테슬라, 일본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즈, 한국 현대차와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글로벌 휴머노이드 밸류체인 전반에 투자한다.

지난달 상장한 ‘TIME 글로벌휴머노이드로봇산업액티브’는 아직 장기 성과를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다만 현대차를 비롯해 중국(CATL, 유비테크, 기가디바이스), 일본(무라타, 나부테스코) 등 아시아 기업 비율을 높게 가져가며 차별화를 꾀했다. 미국 빅테크 중심의 기존 글로벌 로봇 ETF와는 다른 투자 전략을 내세운 셈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로봇 ETF, 아무거나 사면 안 되는 이유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인 젠슨 황은 “인공지능(AI)의 다음 물결은 피지컬 AI”라고 말했다. AI가 소프트웨어를 넘어 현실 세계의 기계와 로봇을 움직이는 단계로 진화하면서 로봇 산업 역시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로봇 ETF를 고를 때 상품명보다 실제 투자 대상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내 로봇 기업에 투자할 것인지, 현대차 중심의 피지컬 AI 생태계에 베팅할 것인지, 아니면 엔비디아와 테슬라 등 글로벌 AI·로봇 기업에 투자할 것인지에 따라 적합한 상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애널리스트 출신인 이가근 전문가는 “로봇 산업은 향후 100년을 이끌 핵심 성장 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관련 종목들의 주가에는 높은 성장 기대가 상당 부분 반영돼 있어 시장 예상에 못 미치는 실적이 나오거나 상용화 속도가 기대보다 늦어질 경우 주가가 큰 폭으로 조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되 산업의 실제 침투 속도와 기업 경쟁력을 꾸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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