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득표’가 부정선거 증거?…역대 선거·본투표 때도 다 있었다

진선민 2026. 6. 17.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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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복 후보와 박찬대 후보의 득표수가 완전히 일치할 확률이 5억 9천만 분의 1입니다. (…) 이렇게 지구가 생겼다가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단 한 번도 일어나기 힘든 우연한 사실이 발생했다면, 그리고 그것이 선관위의 말대로 우연이라면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것이 아니라 반드시 그 사실을 확인해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지난 9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불러온 6·3 지방선거의 여파가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한 선거 관리'가 국민들의 '참정권'을 훼손시켰다는 비판이 일었고, 결국 선관위는 고개를 숙여야했습니다.

때 맞춰 또 다른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부실'이 아닌 '부정선거'라는 주장이었습니다.

근거도 제시했습니다. 인천과 광주·전남의 사전투표에서 두 후보의 득표수가 똑같은 이른바 '쌍둥이 득표'가 나타났다는 겁니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측에선 쌍둥이 득표가 6쌍, 즉 12곳에서 발견된 것은 우연으로 치부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데이터 전문가 도움을 받아 이번 지방선거를 포함해 역대 시·도지사 선거(5~9회)와 총선(19~22대), 대선(17~21대)의 개표 단위별 득표 수를 모두 분석해봤습니다.

그 결과 '쌍둥이 득표' 현상은 모든 선거에서 드물지 않게 관측됐습니다.

대선과 총선, 지선을 가릴 것 없었고 사전투표와 본투표 모두에서 나타났습니다.

무엇보다 진보·보수의 승패와 무관하게, 지역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현상이었습니다.

■ '진보·보수' 승패 무관… 역대 지선 모두 '쌍둥이 득표' 있었다

분석에 앞서 '쌍둥이 득표'를 서로 다른 개표 단위에서 ①1·2위 후보가 같고, ②1·2위 후보의 각 득표 수가 동일한 경우로만 한정했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5억 9천만분의 1' 확률이라고 주장했던 이번 인천시장 선거 송도1동·송도2동 사례와 같은 가장 엄밀한 의미의 쌍둥이입니다.

이번 지방선거부터 살펴봤습니다.

기존에 알려진 사전투표 사례 외에, 본투표에서도 쌍둥이 득표 2쌍을 확인했습니다.


경북도지사 선거 의성군 점곡면과 영덕군 창수면에서 이철우 국민의힘 후보(456표)·오중기 더불어민주당 후보(109표)의 득표 수가 같았습니다.

경남도지사 선거에서도 하동군 양보면과 거창군 위천면에서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385표)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후보(180표) 간 쌍둥이 득표가 나왔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만 이런 현상이 나타났던 걸까요?

범위를 역대 시·도지사 선거로 넓혀봤습니다.

그러자 8회 지방선거에서 3쌍(사전투표 2쌍·본투표 1쌍), 7회 지방선거에서는 2쌍(사전·본투표 각 1쌍), 6회 지방선거에서 9쌍(사전 9쌍)의 쌍둥이 득표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전투표 도입 전인 5회 지선 때는 본투표에서만 1쌍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후보끼리 복수의 선거구에서 쌍둥이 득표가 나온 경우도 있습니다.

6회 지선 당시 경북도지사 선거의 경우 국민의힘 김관용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오중기 후보의 쌍둥이 득표는 3쌍(6곳)이나 발견됐고, 전북도지사와 강원도지사 선거에서도 각 2쌍씩이 나왔습니다.

■ 역대 총선 '쌍둥이 득표' 살펴보니

그렇다면 국회의원 선거는 어떨까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총선과 대선의 본투표 개표 결과는 보다 세밀한 단위인 '투표소별' 득표 현황을 제공하고 있어, 해당 기준으로 살펴보았습니다.

그 결과 총선에서도 지선과 마찬가지로 쌍둥이 득표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최근에 치러진 22대 총선에서 6쌍, 21대 총선 3쌍, 20대 2쌍, 19대 1쌍의 쌍둥이 득표가 발생했습니다.


■ 비교쌍 많은 대선 '쌍둥이 득표' 더 빈번… 1위는 20대 대선

전국이 하나의 선거구인 대통령 선거에선 쌍둥이 득표 사례를 총선과 지선보다 더욱 많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선·총선과 비교하면 각 개표 단위를 짝지을 수 있는 조합이 많아지기 때문에, 그만큼 득표 수가 겹칠 가능성이 커진 결과입니다.

가장 최근 대선부터 살펴봤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해 대선에서는 본투표에서만 109쌍의 쌍둥이 득표가 나왔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대 대선의 경우 사전투표에서 2쌍, 본투표에서 147쌍이 나와 역대 쌍둥이 득표가 가장 많았던 선거로 기록됐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된 19대 대선 땐 사전투표 9쌍, 본투표 128쌍으로 모두 137쌍이 나왔고, 사전투표가 없었던 18대 대선(박근혜 전 대통령)과 17대 대선(이명박 전 대통령) 때는 각각 32쌍과 60쌍의 쌍둥이 득표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각 투표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바로 옆 동네에서 득표 수가 같은 경우도 종종 눈에 띕니다.

지난해 대선 본투표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충남 보령시 대천1동 제2투표소와 대천2동 제1투표소에서 각각 385표와 154표를 받았습니다.

심지어 같은 읍·면·동 안에서 겹치기도 했는데, 20대 대선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대구시 비산1동 제3투표소와 제4투표소에서 각각 618표와 131표를 얻어 쌍둥이 득표를 이뤘습니다.

드물지만 3개 지역에서 득표 수가 동일한 '세 쌍둥이' 득표 사례도 나타났습니다.

17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서울시 행당1동 제1투표소·안암동 제4투표소와 경기 화성시 장안면 제1투표소에서 각각 1,200표와 515표를 받았습니다.

■ 14개 선거 '쌍둥이 득표' 521쌍…"통계학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현상"

이렇게 대선과 총선, 지선 합해 모두 14개 선거에서 모두 521쌍의 쌍둥이 득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쌍둥이 득표가 아예 없는 선거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적어도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단 한 번도 일어나기 힘든 우연한 사실'은 아닌 셈입니다.


전문가들도 쌍둥이 득표 현상을 두고 " 통계학적으로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통계학적 원리인 '생일의 역설'에 빗대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23명이 모인 자리에서 생일이 같은 사람이 있을 확률을 얼마나 될까.

1년은 365일, 얼핏 생각하면 23명 중에 같은 생일이 존재하기 힘들 것 같아보입니다.

하지만 '조합'의 개념을 생각해보면 생일이 같은 사람이 있을 확률은 50%가 넘습니다.

특정 사람과 생일이 같은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23명 중 아무 두 사람이나 생일이 같으면 되는 조건으로 생각하면 비교 가능한 사람 쌍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같은 생일인 사람이 존재할 확률 역시 마찬가지로 커지는 겁니다.

장원철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는 "특정 지역에서 특정 두 사람의 득표가 같을 확률이 아니라 모든 투표소에서 임의로 두 쌍을 뽑았을 때 그 두 쌍의 득표 수가 같을 경우로 따지면 확률이 낮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장 교수는 통계학 수업 때 학생들에게 꼭 시킨다는 '동전 100번 던지기' 활동도 예로 들었습니다.

A조와 B조로 나눠 한 조에게는 '진짜로' 동전을 100번 던져보고 그 결과를 적도록 하고, 다른 조에게는 동전을 실제로 던지지 않고 가상의 결과를 적어내라고 합니다.

실제 서울대 통계학 교양수업에 사용된 활동지. 대부분의 학생들은 A조와 B조 중 ‘진짜 랜덤’은 B조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로 동전을 던진 건 A조였다.


그리고 다른 학생들에게 A조와 B조 중 누가 실제로 동전을 던진 것인지 맞춰보라고 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틀린 답을 내놓습니다.

장 교수는 "실제로 던져보면 앞면이나 뒷면이 연달아 7~8번이 나오는 경우가 꽤 있는데 동전을 던지기 전에는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상상을 못하는 것"이라며 "쌍둥이 득표도 이번에 새롭게 주목받은 것뿐 생각보다 흔하게 일어난다"고 말했습니다.

'부정선거'론의 핵심 근거처럼 제시됐던 쌍둥이 득표가 '수학적으로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우연 현상'이라는 겁니다.

어쩌면 이번 선거에서 '쌍둥이 득표'가 불러온 논란은 '데이터'를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누군가의 '믿음대로' 읽으려고 하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요 ?

쌍둥이 득표 어떻게 조사했나
취재진은 데이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공개된 역대 선거의 개표 단위별 개표 결과 자료를 수집해 1·2위 후보 간 득표 수가 동일한 사례를 추출했습니다. 이 가운데 1·2위 후보가 같고, 득표 수가 같은 경우를 '쌍둥이 득표'로 한정, 사례를 분석했습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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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민 기자 (js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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