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도 ‘454조원 이란 재건기금에 출자 약정’ 거론됐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에 3000억 달러(약 454조원) 규모의 이란 재건용 민간 기금 조성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국 기업들도 출자 약정 기업으로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이 합의한 양해각서에는 경제 유인책으로 3000억달러 규모의 민간 재건 기금 조성, 이란 동결자산 해제 논의, 이란산 원유·연료 수출 허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해각서는 향후 60일 안에 최종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기본 틀로, 양국은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정식 서명식을 연 뒤 세부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국 기업도 출자 약정 기업으로 거론
로이터가 인용한 소식통은 출자를 약속한 기업들이 속한 국가로 한국,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미국 등을 거론했다. 다만 참여 기업의 구체적 명단과 국가별 투자 규모, 약정의 법적 구속력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투자 분야는 에너지, 물류, 제조, 운송 인프라 등 전후 복구와 경제 재건에 필요한 핵심 산업에 걸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로 글로벌 자본시장 접근이 크게 제한돼 왔다. 최종 합의가 성사되고 제재 완화가 실제로 이행될 경우, 이란은 40여년 만에 대규모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계기를 맞게 된다.
이란 동결자산 해제도 협상 의제
다만 동결자산 해제의 구체적인 규모와 방식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제이디 밴스 미국 부통령은 전날 시비에스(CBS) 인터뷰에서 미국이 240억달러 규모의 이란 동결자산을 풀어준다는 보도에 대해 “그 숫자는 합의문에 들어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이란의 자산 동결 해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은 열어뒀다.
이란산 원유 수출은 서명 뒤 즉시 허용 전망
월스트리트저널은 또 미국의 비영리단체 ‘핵무장 이란 반대 연합’(UANI)을 인용해 이란산 원유를 실은 초대형 유조선 디오나가 이날 호르무즈해협 동쪽 오만만 연안의 차바하르항을 떠나 미국의 해상 봉쇄선을 넘어 오만만 밖으로 항해했다고 전했다. 이 단체는 해당 선박이 위치추적 장치를 켠 상태였으며, 지난 4월 미국의 봉쇄가 시작된 뒤 이런 통과 사례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어 또 다른 초대형 유조선 히어로Ⅱ도 봉쇄선을 넘었다고, 핵무장 이란 반대 연합과 선박추적업체 마린트래픽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이란 경제에 가장 즉각적인 효과를 줄 수 있는 조치로 평가된다. 로이터는 제재 전문가를 인용해 이란이 저장 시설과 유조선 등에 상당한 규모의 원유를 보유하고 있어, 제재 면제가 시행되면 단기간 내 판매에 나설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미 고위 당국자는 이번 합의가 “성과 기반 합의”라며, 이란이 합의 사항을 지켜야만 양해각서에 따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 포기, 농축물질 처리, 강력한 사찰 체제 수용, 호르무즈해협의 자유로운 항행 보장 등을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실현 가능성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로이터는 2015년 이란 핵합의 당시에도 제재 완화 이후 서방 금융기관들이 미국의 2차 제재 위험을 우려해 이란 거래를 꺼렸다며, 이번 재건 기금과 동결자산 해제 구상도 실제 집행까지는 상당한 장애물이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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