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글로벌 시장에 새로운 카테고리가 된 K뷰티… AI·리테일·물류로 세계 시장 재편한다
로레알 “한국은 글로벌 뷰티 미래를 함께 만드는 혁신 허브”
올리브영 “미국은 제2 거점 국가…온·오프라인 통합 플랫폼으로 승부”
예스아시아·에이피알·한진 “수요 검증, 생태계, 물류 속도가 글로벌 스케일업 조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5년 국내 화장품 수출은 전년 대비 11.8% 증가한 114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한국은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 화장품 수출국에 올랐다. 올해 1분기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19% 늘어난 31억달러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일본과 미국에서는 일부 품목에서 프랑스를 제치고 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는 K뷰티의 시장이 중국 중심에서 미국·유럽·일본·중동·남미로 다변화된 것과 흐름을 같이한다.
이에 K뷰티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모색하는 ‘글로벌 K뷰티 콘퍼런스 2026’이 16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 한라홀에서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원료·소재, 제조, 유통, 플랫폼, 물류, 메디컬 뷰티까지 K뷰티 가치사슬 전반의 핵심 플레이어가 한자리에 모여 글로벌 확장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특히 이날 오전 세션은 K뷰티가 ‘유행’에서 ‘산업 표준’으로 진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글로벌 기업 로레알의 관점, 올리브영의 미국 직진출 전략, 예스아시아홀딩스의 수요 검증형 유통 모델, 에이피알(APR)의 생태계 경쟁력, 파마리서치의 메디컬 에스테틱, 한진의 물류 인프라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됐다.

이날 기조연설자로 나선 로드리고 피자로(Rodrigo Pizarro) 로레알코리아 대표는 ‘한국에서 세계로, 뷰티의 미래를 공동 창조하다’를 주제로 로레알이 바라보는 K뷰티의 전략적 의미를 설명했다. 피자로 대표는 글로벌 뷰티 산업의 성장을 이끄는 핵심 변화로 이커머스 침투율 확대, 가격대의 양극화, 고도화된 뷰티 루틴, 다양성에 따른 현지화 수요를 꼽았다.
피자로 대표는 “앞으로의 뷰티가 단순한 화장품 소비를 넘어 피부 진단, 고기능성 포뮬러, 디바이스, 섭취형 솔루션이 결합되는 통합 경험으로 바뀌고 있다”며 “특히 인공지능(AI)과 데이터는 개인화 추천, 피부 노화 분석, 온·오프라인 접점 설계의 기반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말을 이어갔다.

피자로 대표가 한국을 주목한 이유는 수출 실적만이 아니었다. 피자로 대표는 한국 소비자가 성분과 임상 데이터를 분석하고 실제 효능을 요구하는 ‘가장 까다로운 소비자’라는 점, 트렌드가 만들어지고 확산되는 속도가 세계적으로 빠르다는 점, ODM(제조업자 개발생산)·패키징·원료 공급망이 콘셉트를 제품으로 전환하는 속도가 뛰어나다는 점을 한국 뷰티 산업의 세 가지 동력으로 제시했다. 로레알이 3CE와 닥터지(Dr.G) 등 한국 브랜드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고, 프링커코리아(Prinker Korea) 등 한국 스타트업과 협업해 뷰티테크 실험을 이어가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한국은 세계 2위 화장품 수출국이며, 곧 1위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K뷰티는 더 이상 하나의 트렌드가 아니라 글로벌 뷰티 시장 안에 새로운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국 소비자는 세계에서 가장 지식이 많고 까다로운 소비자이며 성분과 임상 데이터를 분석하고 실제 효과를 기대합니다. 소비자의 수준, 트렌드의 속도, ODM과 패키징·원료 공급망의 실행력이 한국 뷰티 산업을 움직이는 세 가지 동력입니다.”
그러면서 피자로 대표는 한국이 로레알에 영감을 주는 시장을 넘어 뷰티의 미래를 함께 만드는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임상 기반 스킨케어, PDRN(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 글라스 스킨, 피부 생체나이 진단, 맞춤형 뷰티 디바이스 등 한국에서 먼저 확산된 개념이 글로벌 제품 전략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발표 말미, 피자로 대표는 “한국은 단순히 로레알에 영감을 준 것이 아니라 뷰티의 미래를 함께 구축하고 있다”며 “과학, 뷰티 의식, 디지털 기술이 결합되는 새 시대를 한국이 이끌 수 있다”고 찬사를 더했다.

이진희 CJ올리브영 플랫폼사업총괄은 ‘올리브영의 미국 진출 전략’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올리브영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미국 전용 온라인몰을 동시에 론칭하며 업계의 주목을 집중시켰다. 이어 LA 웨스트필드 센추리시티에 2호점을 개점하며 빠른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날 이 총괄은 올리브영의 글로벌 사업을 인바운드 관광객 대상 국내 오프라인 매장, 150여개국으로 배송하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cross-border e-commerce), 현지 오프라인·온라인 직접 진출, 글로벌 대형 유통사 대상 B2B(기업 간 거래) 사업 등 네 축으로 설명했다.

이 총괄은 미국 시장을 단순한 해외 매장 확대 대상이 아니라 한국 다음의 ‘제2 거점 국가’로 규정했다. 미국은 200조원 이상 규모의 세계 최대 뷰티 시장인 동시에, 올리브영의 온·오프라인 데이터상 K뷰티 수요가 가장 높게 확인된 국가라는 설명이다. 미국 소비자가 대형 브랜드 인지도보다 품질과 효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고, 인디 브랜드와 K뷰티 제품을 탐색하려는 수요가 확대되는 점도 기회로 꼽았다. 반면 국내 시장과의 차이도 존재한다.
“미국 대형 유통사의 매장 진열 리뉴얼 주기는 약 1년 10개월인데, K뷰티 상품 출시 사이클은 약 4개월 안팎입니다. 이 시차 때문에 빠르게 변하는 인디 브랜드와 K뷰티 트렌드를 현장에서 즉각 반영하기 어렵습니다. 올리브영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구축하고, 통합 멤버십과 픽업 커머스 같은 옴니채널 서비스를 제공하려 합니다. 미국 소비자에게는 발견의 즐거움을, 브랜드에는 북미 진입부터 스케일업까지 지원하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전략입니다.”
올리브영은 미국 전용 온라인몰에서 현지 배송, UI·UX(사용자 인터페이스·사용자 경험) 최적화, 현지 결제수단, 미국 소비 문화에 맞춘 프로모션, 단독 기획 상품과 신규 K뷰티 브랜드 입점을 강화할 계획이다. 오프라인은 패서디나를 출발점으로 서부권 거점을 먼저 다지고, 동부·남부의 핵심 상권으로 확장하는 허브앤스포크(hub-and-spoke)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동시에 세포라 온·오프라인 채널 내 올리브영 큐레이션 ‘K뷰티 존’, 캘리포니아주 블루밍턴의 미국 서부센터, CJ대한통운 협업을 기반으로 미국 전역에 빠르게 K뷰티 상품을 공급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무대에 오른 이는 문성주 예스아시아홀딩스 이사였다. 문 이사는 ‘K뷰티 글로벌 시장의 새로운 기준’을 주제로 발표했다. 예스아시아는 1997년 CD·DVD를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로 출발했지만, 디지털 스트리밍 전환 이후 글로벌 K뷰티 유통 기업으로 사업을 전환했다. 현재 회사 매출의 대부분은 뷰티에서 발생하며, B2C(기업-소비자 거래) 플랫폼 예스스타일(YesStyle)과 B2B 사업부 ABW(AsianBeautyWholesale)를 함께 운영한다. 문 이사는 “K뷰티 브랜드가 해외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좋은 제품만으로는 부족하며, 소비자 수요를 먼저 만들고 검증한 뒤 유통망으로 확장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예스스타일’의 방식을 설명했다.
“해외 소비자 수요는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이에 예스스타일은 전 세계 소비자에게 브랜드와 제품을 지속적으로 노출하고, 체험과 리뷰를 통해 자연스러운 입소문이 형성되는 구조를 만듭니다. 예스스타일에서 검증된 소비자 반응과 판매 데이터는 ABW를 통해 글로벌 리테일 바이어에게 전달됩니다. 입점 후 판매가 아니라 소비자 검증 후 확장하는 것이 예스아시아 모델의 가장 큰 차별점입니다.”

다음으로 발표에 나선 신재하 에이피알(APR) 부사장은 K뷰티의 성장을 개별 브랜드의 성과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으로 해석했다. 신 부사장에 따르면 에이피알은 올해 1분기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이 89% 수준에 달하고, 그중 50~60%가 미주와 유럽에서 나온다. 신 부사장은 K뷰티의 경쟁력을 브랜드, ODM, 패키징, 유통, 마케팅이 한 생태계 안에서 경쟁·협력하는 구조에서 찾았다.
“지금 K뷰티의 성공은 개별 브랜드 하나의 성과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한국에는 4만개가 넘는 브랜드와 4000개가 넘는 제조사가 끊임없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 경쟁은 빠른 혁신, 높은 품질, 강한 브랜드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이 피크아웃이 아니라 오히려 황금기로 들어가는 초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이날 손지훈 파마리서치 대표는 이 흐름을 메디컬 에스테틱 관점에서 이어받았다. 손 대표는 K뷰티가 이미 전 세계 소비자에게 익숙한 카테고리가 된 만큼 앞으로는 ‘얼마나 더 많이 팔 것인가’보다 ‘어떻게 더 높은 가치를 만들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봤다. 파마리서치는 20년 이상 재생의학을 연구하며 연어 DNA 기반 PDRN(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PN(폴리뉴클레오티드) 기술을 의료기기, 의약품, 화장품으로 확장해 왔다. 손 대표는 “한국이 제품을 잘 만드는 나라를 넘어 에스테틱의 미래가 검증되는 테스트베드로 자리 잡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성공적인 K뷰티 글로벌 스케일업을 위한 맞춤형 물류 솔루션’을 주제로 나선 박경희 한진 상무의 발표 역시 청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박 상무는 “K뷰티 수출 확대를 물류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며 “과거 크로스보더 이커머스(cross-border e-commerce)가 일부 중국향 수출이나 플랫폼 판매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아마존(Amazon), 틱톡샵(TikTok Shop), 쇼피(Shopee), 세포라(Sephora), 얼타뷰티(Ulta Beauty), 코스트코(Costco), 타깃(Target) 등 복수 채널을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박 상무는 K뷰티 브랜드의 고민을 언급했다.

박 상무는 한진이 해외 26개국 50개 거점을 기반으로 글로벌 수출 물류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 영국, 네덜란드, 일본, 싱가포르 등에는 직영 풀필먼트 센터를 운영하며, 현지 판매 채널별 조건에 맞춰 B2B와 B2C 출고를 지원한다. 물류의 역할은 단순 배송이 아니라 판매 손실을 막는 인프라라는 점도 강조했다. 현지에 제품이 없어 판매하지 못하거나, 세포라·얼타·코스트코 등 주요 채널 입고 일정을 맞추지 못하는 상황을 줄이는 것이 K뷰티의 글로벌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설명이다.

“넥스트 커머스는 브랜드, 이커머스 셀러, 마케팅 수단, 물류가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처음부터 계획을 같이 잡는 구조입니다. 훗타운은 2023년 시작 이후 구매대행 신청, 판매 등록, C2C 굿즈 매칭에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이제는 C2C 크로스보더 플랫폼을 넘어 B2C 해외 역직구 사업으로 도약하려 합니다. 첫 번째 국가는 일본으로 정했습니다. 일본은 시장 규모와 한국 상품 직구 수요가 크고, 현지화된 가입·결제·상세페이지·마케팅이 필요한 시장입니다.”


한편 이날 ‘글로벌 K뷰티 콘퍼런스 2026’ 오전 세션은 ‘숫자가 거짓말을 한다 : 개선율 뒤에 숨겨진 진짜 효능의 기준’을 주제로 한 소성현 한국피부과학연구원 부사장의 발표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어 오후 행사는 2개 홀로 나눠 진행됐으며, 한라홀1에서는 ‘글로벌 리테일 플랫폼과 크로스보더 유통전략’을 주제로, 한라홀2에서는 ‘D2C 혁신·메디컬 뷰티’를 주제로 각 영역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 대표와 총괄이 나서 발표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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