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향후 과제는 초기업교섭 체계 구축”

노동시장 양극화와 플랫폼·특수고용 노동 확대, 인공지능(AI)·산업전환 시대에 한국노총의 과제는 단체협약 효력확장이고, 이를 실행할 구체적 방안은 업종별 교섭체계 확립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노광표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 이사장과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노총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연 '기업별 노동조합의 시대는 끝났는가? 인공지능·양극화 시대의 새로운 교섭체계 모색' 특강 발제에서 입을 모아 이같이 제언했다.
AI 등으로 불평등 더 심화하는 시대
기업별노조는 양극화 확대할 수도
소득과 자산 격차가 역대 최대 수준인 양극화 시대에 AI와 디지털 전환으로 불평등은 가속화하고 있다. AI로 인해 일자리가 조용히 대체되는 가운데 플랫폼 경제가 이들을 특수고용·프리랜서 등으로 흡수하며 새로운 형태의 노동이 급증한다는 진단도 나오는 상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가구의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올해 1분기 6.59배로 코로나19 이후 최고치다. 지난달 상용근로자는 1천674만명으로 1년 전보다 7천명 감소했다. 1999년 이후 상용직 감소는 처음이다. AI 도입으로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는 청년층에 충격이 집중됐다.
문제는 기업별노조 교섭체계로는 심화하는 노동시장 불평등과 양극화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업별교섭은 교섭 효력이 내부에만 미치기 때문에 기업 내부 노동자 권익 보호에만 충실할 뿐, 기업 밖 비정규직과 중소·영세업체 노동자,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를 포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격차를 확대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노광표 이사장은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의 '성과급 투쟁'과 SK하이닉스의 '사내대출 투쟁', CU 화물노동자의 죽음으로 주목받은 '원·하청 교섭'을 비교하며 "과거에도 지속되어 온 문제였고, 앞으로 더 악화될 문제"라며 "노동 내부 격차가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섭 효력확장으로 불평등도 낮춰야
영국·프랑스 업종별 단체교섭 모델 참조할 필요
토론회에서는 노동운동이 불평등 완화를 위해 단협 효력 확장에 집중해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기업별 단체교섭이 지배적인 국가보다 초기업적 교섭체계를 구축한 국가에서 임금 불평등이 낮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정희 선임연구위원은 단협 적용률이 10% 떨어질 때마다 임금 불평등도가 0.34%포인트 증가한다는 선행연구를 제시하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구체적 방법으로 업종별 단체교섭을 제시했다. 영국과 프랑스, EU 사례를 참조할 것을 제안하며 모델을 소개했다. 영국은 법률을 통해 정부가 '업종별 노사공동위원회'를 만들고 내부에 교섭기구를 설치해 노사의 자율교섭을 유도하는 모델을 추진 중이다. 교섭 결과는 장관이 추인하고, 해당 업종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하게 된다. 지난해 사회돌봄업종에서부터 추진 중이다. 프랑스는 업종별교섭위원회와 합동교섭위원회를 만들어 단체교섭을 지원하고, 국가가 교섭 추진자와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며 업종 내 사회적 대화를 촉진한다. EU는 단체협약 적용률이 80% 미만인 회원국에 단체교섭 촉진을 위한 행동계획 수립을 의무화하고, 적용률이 80% 미만이면 계획을 짜서 EU집행위원회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업종별 교섭은 헌법가치와 동일노동·동일임금 실현을 위한 가장 효율적이고 시급하며 적절한 방법"이라며 "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30조3항에 따라 다양한 교섭방식 선택 지원과 교섭 활성화를 위한 국가의 법적 의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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