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찾아가는 산부인과 버스’ 18년…분만 취약지 든든한 버팀목[현장]
현재 다른 지역 11개 군들도 운영
태아 기형아 등 검사 항목 20종
진료비 전액 무료, 만족도 높아

경남 의령군보건소 앞마당에 16일 오전 ‘찾아가는 산부인과’라고 쓰여진 대형버스 1대가 들어섰다. 이 버스는 첨단 초음파 진단기와 산전 검사 장비가 완비된 ‘움직이는 작은 종합 산부인과 병원’으로, 태아 기형아 등 이 곳에서 검사할 수 있는 항목이 20종에 이른다. 진료비는 무료다. 버스는 경남도가 사업비를 지원하고 인구보건복지협회 경남지회가 운영한다.
의령에서 이 버스를 이용하는 임산부는 12명가량이다. 만삭의 몸으로 이날 산부인과 버스를 찾은 박모씨(28)는 넷째를 임신한 다둥이 엄마다. 4년 전 의령으로 이사 온 박씨는 당시 셋째를 임신하면서 병원 걱정부터 했다. 집에서 30~40㎞ 떨어진 진주·창원지역으로 병원을 오가야 한다는 생각에 앞이 캄캄했다는 것이다. 그는 “다행히 보건소를 통해 산부인과 버스를 알게 됐다”며 “멀리 나가지 않아도 집 근처에서 편안하게 정기검진을 받을 수 있어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모로코 국적의 이주 여성 A씨(36)도 이 버스 이용자다. A씨는 “외국인이라 병원비 부담이 커서 아이를 가지고도 진료를 받지 못했는데, 이 버스에서 기형아 정밀 검사(검진비 50만~70만원)도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산부인과 버스에서 임신당뇨 고위험군 소견을 조기에 발견했으며 대형 병원으로 연계해줘 제때 치료도 받았다.
버스에는 산부인과 전문의와 간호사 등 의료진 6명이 진료를 맡는다. 2008년 시행 첫해부터 10개 군 단위 지역을 순회하다 2019년부터 산부인과 없는 의령·산청·함양 등 3개 군 지역으로만 순회(매월 3~5회 순회) 하고 있다. 진료 현장에서는 산전 기형아 검사로 태아 이상을 발견했거나 폐암 종양표지자 검사로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등 여러 미담 사례도 이어졌다.
의령·산청·함양 등 3개 지역 여성들의 이용도 꾸준하다. 연간 이용 실적은 지난해 1996건(임산부 438건·비가임 여성 1558건), 2024년 1993건, 2023년 2195건에 이른다. 지난 18년간 누적 이용 건수는 지난달 기준으로 무려 4만1180건에 달한다. 이 중 다문화가정이나 이주 여성들의 이용도 15%가량 차지한다.

만족도는 높다. 경남도가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설문조사에서 만족도는 최근 4년 연속 98%를 웃돌고 있다. ‘집 근처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어서’(37%), ‘의료진이 친절해서’(24%), ‘부인과 외 종합 검사가 가능해서’(17%) 등이 주된 이유다.
찾아가는 산부인과 버스는 매년 지역 1곳당 2억원(도비·국비 50%씩)가량이 사업비로 투입된다. 특히 그간 버스를 도비로만 운영하던 의령군은 오는 7월부터 국비 1억원을 지원받아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됐다. 보건복지부 ‘2026년 분만취약지 지원 사업’ 공모에서 전국 17개 취약 지자체 중 유일하게 선정된 덕분이다. 의령군은 인구 2만4600여명(지난해 말 기준)으로, 인구 절벽 및 심각한 초고령화에다 재정자립도도 열악하다.
산부인과 버스는 2008년 3월 경남도가 처음 도입해 전국으로 퍼져나간 사업이다. 현재 강원 고성, 충북 단양, 전남 곡성, 경북 청송 등 전국 11개 군 단위 분만취약지역에서도 산부인과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경남도와 인구보건복지협회 경남지회 관계자는 “국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최신 의료 장비를 계속 도입해 찾아가는 산부인과 진료의 질을 높여 가겠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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