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교류 단절에 흔들리는 정책… ‘통일부 미래’ 재설계론 부상 [심층기획-신국제질서, 한반도의 선택]
‘두 국가론’에 남북관계 장기간 교착 상태
대화·교류 사라져 통일부 기존 역할 한계
6년간 회담 0건… 왕래·교역 완전히 끊겨
2019년 후 당국 간 이산가족 교류도 전무
정권 따라 정책 기조·조직 체계 크게 개편
통일부 예산도 진보 증액·보수 감액 반복
정책 일관성·지속성 유지할 제도화 과제
일각 동북아 평화 전략 부처로 확장 주장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 기능 재편
범정부 형태 군사 긴장 관리 공조” 목소리
北 특수성 감안 독자 역할 강조 견해 여전
“전문가 중심 초당적 협의체 필요” 제언도
지난해 7월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통일부 명칭을 ‘한반도부’로 바꾸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명칭 변경이 ‘평화통일’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자 ‘통일 포기론’이란 지적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국회에서 여야가 의논해야 할 아주 중요한 사안”이란 입장을 강조했다. 명칭 변경이 필요한 이유로 변화한 남북관계의 현실을 들었다. 장기적 목표로 통일을 지향하되,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관리 중심으로 역할 범위를 넓히자는 의미로 해석됐다. 공공연히 통일부 명칭 변경을 논의하게 만든 남북관계의 현실이란 대화·교류가 일절 사라진 가운데 북한이 통일을 부정하고 남한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라며 ‘두 국가론’을 주장하는 상황을 말한다.

1969년 3월1일 설립된 통일부의 근간은 이름 그대로 ‘통일’이다. 통일부 누리집은 설립 목적을 “4·19 혁명 이후 사회 각계에서 활발하게 전개된 통일 논의를 수렴하고,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제도적으로 통일 문제를 다루기 위함”이라고 소개한다. “분단국의 특성을 반영해 통일 업무를 전담하는 중앙행정기관을 창설했다”고 역사적 의미도 부여한다. 관장하는 사무는 통일을 이루기 위한 남북대화·교류·협력·인도지원에 관한 정책의 수립, 북한정세 분석, 통일교육·홍보, 그 밖에 통일에 관한 것이다. 업무의 상당 부분이 남북관계에 기반하고 있는 만큼 북한의 태도 변화나 남북관계에 중대 변수로 작동하는 북·미관계 진전에 따라 정책 추진 여건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북한 변수만이 아니다. 정권에 따라 정책 기조, 조직 체계가 크게 바뀐다.
이재명정부는 출범 직후 통일부 조직을 개편해 윤석열정부에서 폐지됐던 남북회담본부와 평화교류실을 복원하고, 개성공단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평화협력지구추진단도 되살렸다. 윤석열정부 시절 북한인권 강화를 위해 신설된 인권인도실은 폐지하고 사회문화협력국으로 재편했다. 통일부는 “적대와 대결의 남북관계를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방향으로 전환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자평했지만 대북정책이 정권 변화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이기도 하다.
대북정책 기조 변화는 통일부 예산(남북협력기금+일반회계)에도 반영된다.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쓰이는 남북협력기금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2022년 1조원 안팎 규모를 유지했다. 그러나 윤석열정부에 들어서며 2024년 6524억원까지 축소됐다. 2022년(1조495억원)과 비교해 약 38% 감소한 규모다. 이재명정부는 2025년 8008억원이던 남북협력기금을 2026년 1조23억원으로 증액해 다시 1조원대로 복원했다.

북한의 태도 변화와 국제정세는 우리 의지대로 통제할 수 없는 변수다. 그러나 대북정책의 일관성과 제도적 지속성은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다. 변화한 남북관계와 국제정세에 맞춰 통일부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일각에선 통일부 역할을 ‘남북’에만 한정 짓기보다는 동북아 평화·협력 질서를 다루는 장기 전략 부처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핵 문제와 한반도 정세는 미·중 전략경쟁, 북·중·러 협력 구도 등 역내 정세와 긴밀히 맞물려 있어서다. 김성경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협력과 인도적 지원을 통해 관계 개선을 모색하던 기존 접근이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며 “결국 안보 불안을 해소하고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 환경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진단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과거 북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비핵화 협상을 전담했던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의 기능을 통일부 중심으로 재편하고, 외교부와 국방부가 참여하는 범정부 협의체 형태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남북대화가 장기간 중단돼 대북정책이 북핵·대미·대중 외교와 분리해 다루기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외교부와의 기능 통합론, 군사적 긴장 관리 차원에서 국방부와의 기능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통일부의 독자적 역할을 강조하는 견해도 있다. 김 교수는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는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더라도 북한은 여타 국가와 구별되는 특수성이 있고, 국방부가 긴장 완화를 위해 군사적 조치 완화를 주도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북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대립이 여전한 데다 북한 문제가 국민적 관심과 정치적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상황에서 ‘통일부가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충분한 동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역할론과 별개로 대북정책 일관성과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도 과제다. 특히 미·중 전략경쟁, 북·중과 북·러 밀착 등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초당적 협의체에 대한 요구는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외교·안보, 과학기술 등 장기적 관점이 필요한 분야에는 의회 내 협의기구를 통해 대내외에 일관된 메시지를 발신하고 정책·입법·예산 지원을 뒷받침하자는 취지다. 국회미래연구원 ‘해외 의회의 초당적 위원회’ 보고서는 “강력한 정당 규율과 양당 간의 극심한 대립 구도가 고착화한 한국의 정치 지형을 고려할 때 정파적 이해관계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전문가 집단을 위원회 구성의 핵심축으로 삼는 독일식 접근이 보다 적합할 수 있다”며 “전문가에게 의결권을 포함한 준(準)의원급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정치적 쟁점을 사실과 데이터 기반의 논의로 전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채원 기자 chaelo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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