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무덤 위 ‘악마의 코스’…시네콕힐스에선 왜 매번 ‘잔혹사’가 펼쳐질까[골프 트리비아]
1894년 USGA 설립 주도한 창립 클럽
1891년 코스 건설 때 인디언이 노동력 제공
시네콕 인디언과 클럽 사이 분쟁도 발생
올해 셰플러는 역대 7번째 그랜드슬램 도전

올해 US 오픈은 126회째를 맞는다. 18일(현지 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뉴욕주 사우샘프턴의 시네콕힐스 골프클럽에서 열린다. 1891년 설립된 시네콕힐스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클럽 중 하나다. 개장 당시에는 12홀이었다가 1894년 스코틀랜드 출신의 윌리 던 주니어가 18홀로 확장했다.
1892년 지어진 시네콕힐스의 클럽하우스는 미국 최초의 클럽하우스로 여겨진다. 시네콕힐스는 설립 초기부터 여성 회원을 받아들였다. 한때 여성을 위한 9홀짜리 ‘레이디스 코스’도 별도로 있었다.
시네콕힐스는 미국 골프 발전에도 큰 공헌을 했다. 미국골프협회(USGA)는 1894년 결성됐는데, 당시 창립을 주도한 곳이 시네콕힐스를 비롯해 뉴포트, 세인트앤드루스(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와 이름이 같음), 더 컨트리, 그리고 시카고까지 5개 골프클럽이다.
시네콕힐스는 1896년에는 제2회 US 오픈을 개최했다. 당시 최초의 흑인 골퍼였던 존 시펀과 최초의 인디언 골퍼인 오스카 번이 출전해 골프 대회 최초로 인종 차별 문제가 제기됐다. 영국에서 건너온 선수들이 이 둘이 출전하면 대회를 보이콧하겠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시어도어 헤브메이어 USGA 회장이 밀어붙였다. US 오픈은 인종 장벽을 철폐하며 진정한 ‘오픈’ 대회가 됐다.
이후 시네콕힐스에서는 네 차례(1986·1995·2004·2018년) 더 US 오픈이 열렸다. 대회가 열릴 때마다 선수들 사이에 논란이 됐던 건 ‘극악한 난도’였다. 매치플레이로 열렸던 1896년 대회를 제외하고 4라운드 합계 우승 스코어를 보면 1언더파(1986년), 이븐파(1995년), 4언더파(2004년), 1오버파(2018년)였다.
특히 2004년에는 시네콕힐스가 그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가 열린 코스 중 가장 까다로운 곳으로 꼽혔다. 당시 US 오픈 18홀 평균 스코어는 74.068타로 파 대비 4.068타나 많았다.
2018년 US 오픈 때는 베테랑 필 미컬슨(미국)이 ‘대형사고’를 치기도 했다. 그린에서 퍼팅한 볼이 홀을 빗나간 후 그린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얼른 뛰어가 움직이던 볼을 홀 쪽으로 다시 친 것이다. 당시 미컬슨은 굴곡이 심한 시네콕힐스 그린에서 ‘핑퐁 게임’을 하느니 차라리 벌타를 받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그런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시네콕이라는 이름은 이 지역에 살았던 시네콕 인디언 부족에서 유래했다. 시네콕 인디언들은 1891년 초기 홀을 건설할 때 소와 쟁기 등을 이용해 코스를 조성했다고 한다. 초창기 시네콕힐스의 벙커에서 샷을 하다 보면 가끔 사람의 뼈가 나오기도 했는데, 이는 코스 부지 일부가 원래 인디언의 무덤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네콕힐스에서 US 오픈 잔혹사가 펼쳐지는 건 ‘인디언의 저주’일지 모른다.
시네콕 인디언과 골프클럽 사이에는 토지 권리에 대한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시네콕 인디언 부족이 2005년 과거 자신들의 토지 매각이 불법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토지 반환과 막대한 배상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 법원은 골프클럽 측 손을 들어줬다. 분쟁이 진행되는 동안 시네콕힐스 골프클럽은 로고에서 부족과의 오랜 관계를 상징하는 화려한 머리 장식을 한 인디언의 옆모습을 삭제하기도 했다.
USGA는 2019년 지역 사회에 대한 봉사와 시네콕힐스 골프클럽에 대한 시네콕 부족의 공헌을 인정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곳 출신의 인디언 골퍼 오스카 번의 이름을 딴 ‘오스카 번 골프’ 시설을 개장했다.
올해 US 오픈은 USGA가 시네콕 인디언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민 이후 처음으로 열린다.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역대 7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노린다. 죽은 자의 영혼이 노여움을 거둬 선수들이 편안하게 플레이를 할지 두고 볼 일이다.

김세영 기자 sygolf@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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