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행동주의 보험시대…'보험사가 주는 대로'→'고객이 만드는 대로'

김남희 기자 2026. 6. 1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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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심사 장벽 깨다…'복합심사'로 이뤄내는 비용 효율
KB손보, '건강할수록 이득'…헬스케어 플랫폼과 유기적 결합
삼성화재 '애니핏' 시리즈…"걸음걸이가 포인트이자 비용 할인"
업계 "소비자 주도형 보험시대, '건강 자산'이 곧 '금융 자산'"
16일 출시된 교보생명의 '교보K-맞춤건강보험'은 유병자보험 시장의 고질적인 한계였던 '일괄 할증' 구조를 깨뜨렸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출처=교보생명]

보험은 '수동적인 금융 상품'의 대명사였다. 보험사가 통계적 확률을 바탕으로 설계해 놓은 요율표에 맞춰 고객이 가입 여부만을 결정하는 구조여서다.

특히 나이가 많거나 과거 병력이 있는 유병자의 경우, 선택의 폭은 극도로 제한적이었다. 보험사가 위험률을 이유로 제시한 높은 보험료(할증)를 고스란히 받아들이거나, 아예 보장을 포기해야 하는 이분법적 선택이 전부였다. 

그러나 최근 보험 시장의 흐름이 급변하고 있다.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규칙에 고객이 맞추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현재 건강 상태와 스스로의 관리 노력에 따라 보험료와 보장 구조를 최적화하는 '커스텀(Custom)형' 상품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고객이 주도적으로 노력하면 더 합리적이고 탄탄한 보험을 완성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교보생명, 심사 장벽 깨다…'복합심사'로 이뤄내는 비용 효율화

16일 출시된 교보생명의 '교보K-맞춤건강보험'은 유병자보험 시장의 고질적인 한계였던 '일괄 할증' 구조를 깨뜨렸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기존의 간편심사(유병자) 보험은 주계약은 물론 고혈압이나 당뇨 등 본인의 질환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특약까지도 모두 유병자 기준으로 일괄 할증된 보험료를 적용받아야 했다.

교보생명이 업계 최초로 도입한 '복합심사' 구조는 이러한 보장 공백과 비합리적 비용 지출을 고객의 '선택'과 '상태'에 따라 분리해 낸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더라도 해당 질환과 인과관계가 낮은 보장(예: 암 보장 특약 등)은 까다로운 일반심사를 거쳐 할증 없는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하고, 뇌·심장 질환처럼 관리가 필요한 영역만 간편심사로 분리해 매칭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고혈압 약을 복용 중인 40세 남성이 이 복합심사 구조를 활용해 암진단 특약을 일반심사로 돌릴 경우, 기존 유병자보험 대비 해당 특약에서 약 16.2%의 보험료를 절감할 수 있다. 고객이 자신의 건강 데이터와 병력을 꼼꼼히 확인하고 맞춤형으로 결합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불필요한 비용 누수를 막고 가장 효율적인 포트폴리오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게 된 셈이다.
KB손해보험의 'KB 헬스케어+ 건강보험'은 가입 이후 고객의 지속적인 건강관리 노력을 보상과 연계하는 '행동주의형' 모델을 제시한다. 이 상품은 자사 헬스케어 플랫폼인 'KB오케어' 앱과 연계되어, 고객이 일상에서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하도록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다. [출처=KB손보]

◆KB손해보험, '건강할수록 이득'…헬스케어 플랫폼과 유기적 결합

교보생명이 가입 시점의 심사 구조를 혁신했다면, KB손해보험의 'KB 헬스케어+ 건강보험'은 가입 이후 고객의 지속적인 건강관리 노력을 보상과 연계하는 '행동주의형' 모델을 제시한다. 이 상품은 자사 헬스케어 플랫폼인 'KB오케어' 앱과 연계돼, 고객이 일상에서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하도록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건강지원금 보장 특약'의 신설이다. 보험료 납입 기간 동안 건강을 잘 유지해 납입면제 사유가 발생하지 않으면 지원금을 지급하고, 만기까지 중증 질환 없이 건강을 유지한 고객에게는 추가적인 건강지원금 혜택까지 제공한다. 즉, 고객이 평소 걷기, 식단 관리, 정기 검진 등의 노력을 통해 건강을 지켜내면, 그것이 곧 현금성 혜택과 보험료 절감이라는 확실한 리턴으로 돌아오는 구조다.

여기에 초기 보험료 부담을 낮춘 '세만기 계약전환 구조'를 도입해 80세나 90세 만기로 저렴하게 가입한 뒤, 향후 건강 상태에 따라 최대 110세까지 보장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고객의 장기적인 리스크 관리 노력이 보장의 유연성 확대로 이어지는 변동형 모델이다.
삼성화재 애니핏 [출처=삼성화재]

◆삼성화재 '애니핏(Anyfit)' 시리즈…"걸음걸이가 곧 포인트이자 할인"

가장 대중적이면서 성공적인 '행동주의형' 모델은 걸음 수와 연동한 포인트 리워드 제도다. 삼성화재는 자사 건강관리 브랜드인 '애니핏' 앱을 통해 고객이 매달 15일 이상, 하루 1만보 이상을 달성하면 보험료로 대체해 쓸 수 있는 애니포인트를 지급한다.

이는 걷기라는 가장 기초적인 건강 노력을 금융 자산으로 즉각 치환해 주는 방식으로, 유병자는 물론 일반 가입자들의 일상적 관리를 유도하는 강력한 장치로 자리 잡았다.

◆ABL생명·하나손해보험…마이데이터 기반 '건강등급' 할인 제도

과거의 병력이 있더라도 현재 건강관리를 잘하고 있음을 '데이터'로 증명하면 파격적인 할인을 해주는 상품도 대세다. ABL생명과 하나손해보험 등은 건강등급 산정 플랫폼(로그 등)과 연동해 고객의 최근 건강검진 결과와 의료 기록(마이데이터)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산출된 건강등급이 1~4등급 등 우수 구간에 진입할 경우, 상품에 따라 최대 40% 수준의 파격적인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DB생명 역시 디지털 다이렉트 채널을 통해 건강등급 우수자에게 5%의 고정 할인을 적용하는 등, 검진 결과가 좋아질수록 지출을 줄여주는 구조가 정착되고 있다.

◆신체 지표 개선형 보상…"살 빼고 금연하면 돈 돌려 줍니다"

체중 감량이나 금연 성공 등 실질적인 신체 지표 개선을 '성공 수당' 형태로 돌려주는 특약도 활성화되고 있다.

가입 시점에 과체중(BMI 지수 높음)이거나 흡연자여서 높은 보험료를 냈더라도, 1~2년 뒤 살을 빼거나 금연에 성공한 검진 결과를 제출하면 보험료를 '건강체' 기준으로 낮춰주고 그동안 더 냈던 보험료를 환급해 주는 식이다. 위험 요인을 스스로 제거한 고객에게 손해율 개선의 이익을 확실하게 셰어(Share)하는 구조다.
[출처=구글]

◆소비자 주도형 보험시대…'건강 자산'이 곧 '금융 자산'

이같은 보험사 행보는 국내 보험 산업이 단순한 보험금 지급, '사후 보상(Risk Transfer)' 매커니즘에서 벗어나, 고객의 위험을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관리하는 '사전케어(Risk Management)' 체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과거에는 인구 고령화와 유병률 증가가 보험사에게는 손해율 상승의 부메랑이었고, 소비자에게는 가입 거절과 보험료 폭탄이라는 부작용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빅데이터 분석 기술의 정교화와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의 성장은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있다.

이제 소비자에게 요구되는 역할도 달라졌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입하는 묻지마식 가입이나, 설계사가 권하는 일방적인 거래에 의존하는 시대는 끝난 셈이다. 고객 스스로가 자신의 건강 지표를 모니터링하고, 플랫폼을 통해 관리 체계를 유지하며, 가입 시 심사 조건을 분리 조립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보험 패러다임 안에서 고객의 건강관리 노력은 단순히 신체적 이득에 머물지 않는다"면서 " 그것은 보험료를 낮추고, 환급금을 높이며, 보장의 공백을 메우는 가장 확실한 '금융 재테크' 수단이 되고 있다. 건강을 가꾸는 노력이 곧 좋은 보험을 만드는 최고의 열쇠인 시대"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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