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못쓰는 바이오… 코스닥 주도권도 반도체로 이동

유재인 기자 2026. 6. 17.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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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KRX헬스케어 17% 하락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연초 이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코스닥 시장의 주도주 지형도까지 바뀌고 있다. 과거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을 장악했던 바이오 기업들이 잇따라 순위가 밀려난 반면, 글로벌 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퍼사이클 기대감 속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낙수 효과를 받은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기술 수출 호재에도 바이오 업종으로 자금이 유입되지 않으면서 코스닥 시장의 중심축이 바이오에서 반도체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가장 부진한 업종 된 바이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15일까지 한국거래소가 집계하는 KRX 업종 지수 가운데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한 것은 KRX 헬스케어 지수였다. 해당 지수는 연초 대비 16.9% 하락했다. 부진은 이달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KRX300 헬스케어 지수는 이달 들어 9.51%, KRX 헬스케어 지수는 9.23% 각각 하락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이자 바이오 대장주인 알테오젠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알테오젠 주가는 연초 이후 22.4% 하락하며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 외 리가켐바이오(-22.3%), 에이비엘바이오(-51.0%) 등 주요 바이오 종목들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면서 업종 전반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태다.

◇바이오 대신 반도체로 이동하는 자금

바이오주의 부진으로 코스닥 시장의 지형도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연초까지만 해도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 HLB, 리가켐바이오, 코오롱티슈진, 펩트론, 삼천당제약 등 바이오 기업 7곳이 이름을 올렸지만 지난 15일 기준 알테오젠과 코오롱티슈진 등 2곳만 남았다. 바이오주의 빈자리는 주성엔지니어링, 원익IPS, 리노공업, HPSP 등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이 채웠다.

실제 코스닥 시장 내 업종 비중도 역전되고 있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닥 반도체 업종 시가총액 비중은 25.2%까지 확대되며 건강관리 업종(25.2%)과 같은 수준에 도달했다. 연초만 해도 건강관리 업종 비중은 31.8%, 반도체 업종은 15.9%였지만 불과 6개월 만에 격차가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신영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 코스닥 시장의 수익률 개선은 단순한 낙폭 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 아니다”라며 “주도 업종이 기존 건강관리(바이오)에서 반도체 소부장 중심으로 이동하는 구조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K바이오 주가 향방은

다만 증권가는 하반기 바이오 업종의 추가 반등 가능성에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형 기술 수출과 임상 결과 발표, 하반기 주요 글로벌 학회 시즌 등 주요 모멘텀이 남아 있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 1일 한미약품이 글로벌 빅파마인 일라이릴리에 비만·대사 질환 치료제 후보 물질을 약 1조9000억원 규모로 기술 이전한 데 이어 오스코텍도 미국 아지오스파마슈티컬스와 약 1조원 규모의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하는 등 대형 계약이 잇따르며 침체된 바이오 투자 심리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과 오스코텍의 기술 이전 성과, 올릭스가 수령할 투자금은 모두 의미 있는 규모인데도 주가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다만 기대할 만한 호재는 여전히 많이 남아 있고 이미 빅딜을 성사시킨 기업에도 추가 이벤트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명선 DB증권 연구원은 “해외 주요 학회 등에서 성과를 발표하며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 효과로 5월 중순부터 호소식이 전해지고 있다”며 “현재까지의 기술 수출 계약 규모는 약 12.9조원을 넘어서며 작년 실적(20.7조원) 대비 증가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바이오 업종 전반에 대한 접근보다는 개별 기업별 선별 투자가 중요해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기술 수출 계약 체결 자체만으로 기업 가치가 재평가받았지만 지금은 계약 규모와 조건, 상업화 가능성까지 함께 따지는 시장으로 바뀌었다”며 “대형 기술 이전 가능성이 높거나 임상 성과 대비 주가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기업 중심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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