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급식·청소 업체와도 본사가 교섭” 무한 교섭 현실화

중앙노동위원회가 급식·청소 등 생산과 관계없는 협력 업체들도 한화오션과 직접 교섭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울산지방노동위는 현대차가 구내식당, 경비 등 하청 업체와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대기업 사업장 내 거의 모든 외주·도급 업무가 원청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노란봉투법이 불러올 ‘무한 교섭’이 현실화되는 것 같다.
노동부가 지난 2월 내놓은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에선 구내식당 등은 ‘사용자성’과 무관한 대표적 사례로 예시돼 있다. 그런데 중앙노동위는 노후 설비 교체 권한을 이유로 이와 정반대로 결정했다. 같은 정부기관끼리 판단이 정반대로 나오면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 결정대로 원청이 하청업체 노동자들과 직접 교섭해야 한다면 기업 입장에서 외주를 줄 이유가 줄어든다. 사실상 직접 고용과 차이가 없어지게 되고 결국 기업들은 외주를 축소하고 자동화 투자를 늘릴 것이다. 노동자들에게 득 될 것이 없다.
노동위는 지방노동위와 중앙노동위로 구성되는데, 노란봉투법 시행이후 노동위가 ‘친노동’으로 흐를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2021년 중앙노동위는 CJ 대한통운 사건 때 “직접 고용 관계가 없어도 원청이 하청 근로자와 단체교섭을 해야 한다”는 결정을 처음 내렸는데 이때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이 현 정부에서 다시 중앙노동위원장이 됐기 때문이다.
노동위원회 심판회의는 사용자위원 1명, 근로자위원 1명, 공익위원 3명 등 총 5명의 위원이 참여해 판정을 내린다. 박 위원장은 직접 위원으로 참여해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 않아도 중앙노동위는 정부측 인사 비율이 높아 주요 결정에서 정부 입장을 반영할 가능성이 큰 데 친노동계 인사가 위원장까지 맡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기업들에선 노란봉투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청하고 있다. 현재 정부의 정책과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 태도를 볼 때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하청 업체 노조와는 산업 안전 등 한정된 의제로 교섭하도록 하고 임금, 성과급 인상 등 다른 요구가 나올 수 없도록 하는 등 법에 정해진 대로 집행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그러려면 정부와 중노위가 노조 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한 조정자 역할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도저히 이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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