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고용과 노동 다 잃어버린 고용노동부
밀려난 ‘고용’은 역대 최악 평가
한화·포스코 계속되는 사망사고
새 간판 ‘노동’도 초라한 성적표

지난해 9월, 고용노동부는 이명박 정부 이후 15년간 써온 공식 약칭을 ‘고용부’에서 ‘노동부’로 바꿨다. 정부는 “고용되지 않은 노동자까지 보호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간판에서 ‘고용’을 떼어내고 ‘노동’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그로부터 1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밀려난’ 고용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간판을 바꾼’ 노동 역시 성적표는 초라하다.
고용시장은 심각한 침체에 빠져 있다. 취업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고 답한 2030 청년 인구는 지난해 처음으로 70만명을 넘어섰다. 단군 이래 가장 화려한 스펙을 갖췄다는 고학력자들이 노동시장 진입 자체를 포기하고 있다. 청년층(15~29세) 고용은 재난 수준이다. 지난달 청년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25만5000명 줄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인 2021년 1월(-31만4000명) 이후 5년 4개월 만에 가장 가파른 낙폭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 온 제조업 붕괴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14만명 줄어 2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인공지능(AI) 고도화 등의 영향으로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취업자 역시 8만9000명 감소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고용의 안전판 역할을 해온 상용직 일자리마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가장 안정적인 고용 형태인 상용 근로자가 지난달 26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정규직 일자리 공급 구조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들이 경력직 중심의 수시 채용으로 이동하는 동안 노동부는 노동시장의 미스매치를 해소할 중재안을 내놓지 못했다. AI 확산으로 급변하는 일자리 지형에도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 그런데 6·3 지방선거가 끝나자, 정년 연장까지 준비하고 있다. 가뜩이나 힘든 청년 고용의 문은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간판으로 내세운 노동 역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일하고도 받지 못한 임금 체불액이 2년 연속 2조원을 넘겼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1조원대 초반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노동부의 관리·감독 기능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임금은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존권인데도 정부의 선제적 예방책 마련은 제자리걸음이다.
노동부 장관이 “직을 걸겠다”던 산업재해도 마찬가지다. 노동부는 지난 1분기 산업재해 사망자가 113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7.5% 감소했다고 홍보했다.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자화자찬이다. 이달 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선 5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2018년, 2019년에 이어 같은 사업장에서 세 번째 발생한 대형 참사였다. 노동부는 사고가 터질 때마다 대대적인 단속과 엄벌을 강조하지만, 정작 사업장 안전 관리 시스템이 실질적으로 개선됐는지 점검·예방하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포스코이앤씨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명 사고가 반복됐다. 노동부 장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그룹 회장을 불러 질책했다. ‘엄벌’ ‘일벌백계’ ‘특단의 조치’ 등 노동부 엄포 수위가 높아졌다. 이런 모습이 정치적·감정적 여론 달래기는 될지 몰라도 현장을 바꿀 순 없다. 그보다는 위험한 공정을 기술로 대체하도록 지원하고, 안전에 투자한 기업이 보상받는 구조를 만들며, 설계 단계부터 위험을 제거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약칭에서 ‘고용’을 지웠다고 고용의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노동’을 강조한다고 노동자의 삶이 저절로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노동부는 노동 시장에서 밀려난 청년을 끌어안을 정교한 고용 인프라 구축과 임금체불·산업재해를 줄이는 실질적 노동 정책으로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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