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 없이 즐기려고…' MZ들 몰려든 '뜻밖의 핫플' 정체 [트렌드+]

박상경 2026. 6. 1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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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 없는 군것질 찾아 삼만리…2030 홀린 '제로 편의점' 가보니
식약처 제로 품목 2배 급증 속…'제로스토어' 1년 만에 190개 점 돌파
"배송 기다릴 필요 없이 즉시 낱개 구매"…헬시플레저족 영토 확장
전문가 "특화 상권 외엔 한계…'건강' 중심으로 카테고리 넓혀야"
서울 이수역 인근 한 무인 제로 편의점. /사진=박상경 기자


16일 찾은 서울의 한 무인 제로 편의점. 매장 입구 냉장고에는 'ZERO 가닉', '걱정 없이 군것질하세요'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아이스크림 코너는 일반 채널에서 찾기 힘든 '죠스바 자몽허니블랙티 제로' 등 특화 빙과류가 채우고 있었고, 맞은편에는 곤약 꼬마 김밥 등 식사 대용 상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쿠팡·컬리와 마음껏 비교하라'며 배송 기다림 없는 오프라인 즉시 구매의 이점을 강조한 홍보 스티커도 눈에 띄었다.

이곳은 최근 2030을 중심으로 급부상 중인 '무인 제로 편의점'이다.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헬시플레저' 트렌드가 일상으로 파고들면서, 제로 상품만을 취급하는 소형 무인 매장이 새로운 유통 형태로 안착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 '저당'은 식품 100g당 당류 함량이 5g 미만(액체는 100mL당 2.5g 미만), '제로(무당)'는 100g 또는 100mL당 당류가 0.5g 미만인 경우를 뜻한다. 단맛을 빼거나 칼로리를 낮춘 제품군이 간식, 간편식, 소스 등 식생활 전반으로 다변화되면서 전문 편의점의 등장 기반이 마련됐다. 실제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슈거제로 제품 생산실적보고 품목 수는 590개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취급 제품군이 다양해지면서 관련 상품만으로 매장 한 곳을 채우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제로플러스, 제로연구소, 제로스토어 등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대학가와 오피스 상권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제로스토어 아이스크림 코너에는 일반 편의점에서 보기 힘든 '죠스바 자몽허니블랙티 제로', '스크류바 유자민트티 제로' 등 전용 빙과류가 가득하다. /사진=박상경 기자


지난해 초 설립된 '제로스토어'의 경우 올해 6월 기준 전국 약 190개 매장이 가동 중이며, 계약 완료 기준으로는 205개 점까지 확대를 앞두고 있다. 제로스토어 측은 "맛있는 것을 즐기면서도 당류 부담을 덜고 싶은 2030 젊은 층이나 1인 가구의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일수록 매출이 높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이날 제로스토어에서 만난 대학생 A씨(22)는 "시중에서는 '죠스바 자몽허니블랙티 제로' 같은 제로 아이스크림을 찾기가 은근히 어렵다"며 "온라인 쇼핑몰로 주문하면 배송비가 드는 데다 요즘 같은 무더운 날씨에는 수령 즉시 냉동실에 넣지 않으면 바로 녹아버리는 리스크가 있어, 필요할 때마다 가까운 오프라인 전문 매장을 찾아 사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광화문 인근의 또 다른 제로 전문 편의점 브랜드 '제로연구소'에서 만난 직장인 B씨(32)는 "다이어트 겸 건강 챙길 겸 좀 더 성분이 좋은 간식거리를 보러 왔다"며 "일반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도 일부 제로 제품이 있긴 하지만, 여기는 전용 물품 종류가 훨씬 많고 다이어트용 군것질거리가 다양해 생각날 때 종종 들러 많이 사 두는 편"이라고 전했다.

서울 광화문 인근의 제로 전문 편의점 브랜드 '제로연구소'. /사진=박상경 기자


수요가 늘면서 가맹 본부를 중심으로 물류 인프라를 정비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취급 상품 수는 많지만 개별 물동량이 적은 소형 유통 채널 특성상, 초기에는 지방 배송 시 물류비 부담이 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전국 단위 유통망을 다지고 있는 제로스토어의 경우, 초창기 소규모 지하 창고 방식에서 벗어나 최근 보관과 패킹, 배송이 일괄 가능한 전사적 물류 시스템을 안착시키며 공급망 고도화에 나섰다.

국내 제로 편의점의 확산은 글로벌 시장의 흐름과도 맥을 같이한다.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 세계 무설탕 식음료 시장 규모는 올해 201억2000만달러(약 28조9400억원)에서 연평균 3.98%씩 성장해 2030년에는 244억6000만달러(약 35조1832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대체감미료 제조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시장의 볼륨을 키우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특화 매장이 장기적인 유통 비즈니스 모델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정 성분에만 치우친 모델은 대중성 확보 측면에서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특정 취향을 깊게 파고드는 뾰족한 컨셉의 편의점들은 목적성이 뚜렷한 유동 인구가 몰리는 대학가나 오피스 상권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면서도 "다만 취급 상품 카테고리가 제한적이면 임대료 등 고정비 대비 수익성을 맞추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이어 "일반 대중까지 지속적으로 유인하며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제로 칼로리에만 갇혀 있기보다, 건강이라는 상위 키워드를 중심으로 과일 음료나 기능성 유제품 등 건강식 전반으로 카테고리를 과감히 확장하는 기획이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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