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아리셀 유족 “감형·무죄 남발… 사법부가 중대재해법 무력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기지역본부를 비롯한 전국건설노조 수도권남부본부, 배달플랫폼노조 경기지부 등 노조단체와 아리셀 참사 대책위원회 등 유족 단체는 16일 수원법원종합청사 앞에서 법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최고 경영책임자 엄중 처벌 등 중대재해처벌법 취지에 맞는 판결 ▶노동자들의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 ▶항소심 재판부의 아리셀 유족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했다.
또한 금속노조 경기지부, 공공운수노조 경기지역본부 등 민주노총 경기본부 가맹·산하조직들은 다음 달 28일까지 수원법원종합청사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 예정이다.
항소심 수원고법 제1형사부(신현일 고법판사)는 지난 4월 22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를 받고 있는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게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유족 전원에게 피해를 변제하고 상해를 입은 피해자들과 모두 합의했다"며 "피고인들이 사업장의 위험성을 외면한 채 이익추구에 몰두했거나 방치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박 대표 측은 최근 중대재해 처벌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6월 24일 오전 10시 30분께 화성시 서신면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아리셀 박 대표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 박 본부장은 전지 보관·관리와 안전교육·소방훈련 등 화재 대비 안전관리상 안전조치 의무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박 대표에게 징역 15년, 박 본부장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1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아리셀 사고 유가족 이순희 씨는 "재판부는 법정에서 피고인들의 변명은 들어주면서 피해자들의 절규는 듣지도 않고 유가족들을 두번 죽였다"며 "박 대표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한 것도 재판부의 판결이 있었기 때문이다"고 비판했다.
조용준 건설노조 경기건설기계지부장은 "지난해 산재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는 605명에 달하고 건설 현장 사망 사고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법원이 잇따른 무죄 판결과 감형으로 돈을 지불하고 항소하면 감형받을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법부는 무죄와 감형 난발을 멈추고 현장의 진짜 책임자인 원청과 경영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하라"고 덧붙였다.
이시모 기자 simo@kihoilbo.co.kr
Copyright © 기호일보. 무단전재, 재배포, AI학습·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