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당선되니 MBC 압박 본격화…"치졸한 보복"
'철근 누락' 다수 언론 보도했는데 MBC만 표적
오세훈 "MBC-민주당-정원오 캠프가 삼각관계"
서울시 일일 언론보도 스크랩 대상에서도 제외
보수 진영에 '강단 있는 대권주자' 이미지 부각
시민 안전 직결 공익보도인데 상식 밖 무리수
"윤석열 '입틀막' DNA, 오세훈식 언론 통제로"
서울시 전체 출입기자단도 "부당한 압력" 항의

서울시가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삼성역 구간 공사의 철근 대량 누락 사건을 집중 보도한 문화방송(MBC)을 '편파·왜곡 보도 매체'라고 단정하며 언론 스크랩 대상에서 배제하고 보도본부장과 담당 기자를 상대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까지 예고하자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철근 누락 사건은 MBC 외에도 수많은 매체가 후속 보도를 이어갔지만 서울시는 자의적으로 MBC 한 곳만 표적으로 삼은 셈이어서 공적 행정력을 동원한 노골적인 보복 조치이자 타 언론의 추가 보도도 막는 '위축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경우 해당 공사의 최종 책임자임에도 6·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를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둬 5선에 성공한 뒤 자신감에 충만해 '강단 있는 대권주자'로서의 이미지를 보수 진영에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각도의 취재에 기반한 공익 목적의 보도를 두고 상식 밖의 언론 통제에 나선 데 대해 MBC 측은 물론 전체 서울시 출입기자단과 언론 유관 단체, 정치권에서 잇따라 강도 높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16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서울시 측 행태를 MBC에 대한 '졸렬한 보복 조치' '공개적 낙인찍기'로 규정하고 "윤석열 정권의 '입틀막' DNA가 '오세훈식 언론 통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 행정은 천만 시민을 위한 공적 시스템이지, 시장 개인의 불편한 감정을 해소하는 수단이 아니다"라며 "비판 보도를 이유로 특정 언론을 배제하고 불이익을 주는 것은 지방정부가 지켜야 할 언론 자유와 행정 중립성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짚었다.

앞서 오 시장 측은 지난달 20일 'GTX 철근 누락' 보도와 관련해 MBC 기자 3명과 간부 4명, 국토교통부 감사 착수 담당자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청에 고발했다. MBC와 국토부가 결탁해 악의적인 왜곡·편파 보도로 선거 개입 시도를 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오 시장은 선거가 끝나고도 지난 11일 서울시의회 시정 질문에서 민주당 박유진 서울시의원이 "선거에 유리하라고 국토부가 (철근 누락 문제를) 민주당에 흘린 것이라 생각하느냐"고 묻자 "예.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면서 "이거는 MBC가 문제 제기를 하고, 민주당이 받아 증폭시키고, (정원오) 선거 캠프가 선거에 활용하겠다는 삼각관계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서울시는 15일 오전 직원들에게 배포한 일일 언론보도 스크랩 자료의 표지에 '편파·왜곡 보도 매체는 스크랩에서 제외합니다(제외 매체 : MBC)'라는 문구를 대놓고 삽입했다. 시 대변인실은 매일 아침 서울시 관련 신문·방송 기사를 취합해 오 시장을 포함한 고위 간부 및 직원들에게 업무 참조용으로 배포하는데 여기에 MBC 한 군데만 콕 집어 공개적으로 낙인을 찍은 것이다. 이민경 서울시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5월 특정 기간에 MBC의 GTX-A 철근 누락 관련 보도가 무려 76번 반복됐다"며 "시장단을 비롯해 서울시 전체가 엄중하게 보고 있다. 앞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포함해 강력히 대응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당일 입장문을 내고 서울시의 조치가 오 시장의 명백한 언론 탄압이자 치졸한 보복 조치라고 단언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서울시의 논리는 실소를 자아낼 만큼 한심하고 무능하다"면서 서울시 대변인이 언급한 '76번 보도'에 대해 "이 76건이라는 수치는 뉴스데스크 본방송은 물론 아침뉴스와 낮뉴스의 재방송 단신, 인터넷 기사, 심지어 오세훈 후보 본인이 직접 적극적으로 본인의 입장을 표명한 내용의 기사까지 모두 끌어모아야 겨우 비슷하게 나오는 숫자다. 오세훈의 해명과 주장은 담지 말고 기사 수를 줄이면 공정한 보도라는 게 서울시의 주장인가"라고 어이없어했다.

이례적으로 다른 언론사의 서울시 출입기자들도 항의에 가세했다. 서울시의 전례를 찾기 힘든 대응이 단순히 MBC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비판적 언론을 배제하기 위한 언론 통제' 차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51개 언론사로 구성된 출입기자단은 공동 입장문에서 "이번 조치를 출입기자들의 시 관련 취재·보도 행위에 압력을 행사하는 행위로 보고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개별 보도가 아닌 특정 매체를 왜곡 매체로 규정했다면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기자단 취재를 압박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울러 "불편한 보도를 했다고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면서 "이번 조치가 향후 취재 제한 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규탄 논평을 내고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비판 언론에 대해 행정력을 동원해 낙인을 찍고 배제하려는 명백한 언론 탄압이자 언론 길들이기 시도"라며 "이번 사안의 본질은 GTX-A 삼성역 구간 철근 누락 의혹이다. 시민 안전과 직결된 중대한 공익 사안에 대해 언론이 집중 취재와 연속 보도를 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정정보도 청구, 언론 중재, 법적 대응 등 제도적 절차가 이미 존재한다. 그럼에도 지방정부가 행정력을 동원해 특정 언론사를 낙인찍고 배제하는 것은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밖에 없다"며 "오세훈 시장은 언론을 향한 정치공세와 낙인찍기를 중단하고 시민 앞에 사과하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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