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82> 일본 시코쿠 고치현의 가쓰오 음식

최원준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2026. 6. 1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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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불 타다키부터 심장구이까지…‘가다랑어의 모든 맛’을 만나다
가쓰오타다키를 초밥 위에 얹은 스시. 가다랑어 생산지로 유명한 일본 시코쿠 지역 고치현은 가쓰오타다키(가다랑어를 겉면만 빠르게 익혀 먹는 요리)를 비롯해 이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이 발달했다.


- 수산물 풍부한 시코쿠 고치현
- 호쾌한 사람들 부산과도 닮아
- 짚불에 겉만 살짝 익힌 타다키
- 내장조림 알조림 전통과자 등
- ‘가쓰오’로 시작해서 끝나는 곳

일본 시코쿠 지역을 다녀왔다. 일본의 4대 본섬 중 가장 작은 섬으로, 지도상으로 혼슈와 규슈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유속이 빠른 세토내해와 광활한 태평양을 끼고 있기에 도미 다랑어 고등어 등 다양한 수산물이 풍부한 지역이기도 하다.

시코쿠는 4개의 지방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중 카가와현은 사누키 우동, 에히메현은 감귤, 도쿠시마현은 도미, 고치현은 가다랑어인 가쓰오 생산지로 유명하다. 그중 고치현은 일본 가쓰오 소비량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표 식재료이기도 하고, 고치현의 대표적인 어업 기반 어종이기도 하다.

그래서 고치현에는 다양한 가다랑어 요리와 조리법이 잘 발달해 있다. 회 초밥 구이 조림 등으로 먹기도 하고 양념장과 젓갈, 심지어 짚불 가다랑어 맛 스낵 과자도 여럿 있을 정도이다. 그중 고치현에서만 먹을 수 있는 가장 독특하고 특별한 음식은 단연 ‘가다랑어 짚불 구이’인 ‘가쓰오타다키(カツオのたたき)’이다. 고치현 주민 투표에서 고치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1위로 선정된 소울푸드이기도 하다.

▮고치현의 소울푸드, 가쓰오타다키

통통한 가다랑어 뱃살에 소금을 뿌리고 구운 음식 ‘하람보’.


‘가쓰오타다키’는 신선한 가다랑어의 겉면만 볏짚의 센불로 빠르게 익혀 훈연 향을 입힌 요리이다. 겉은 뜨거운 불로 바싹하게 굽고, 속은 생선회 상태 그대로여서 입에서 살살 녹듯이 부드럽다. 이를 마늘 쪽파 생강 등을 듬뿍 올리고 소금이나 폰즈소스(유자간장소스)에 찍어 먹는다. 볏짚으로 구워(와라야끼, わら焼き) 그윽한 짚불 향이 일품이며, 생선구이의 고소한 맛과 생선회의 싱싱하고 감칠맛을 두루 즐길 수가 있다.

‘타다키’라는 이름의 유래는 여러 설이 있지만, 겉면만 구운 가쓰오에 소금이나 소스를 뿌리고 가볍게 두드려 맛을 스며들게 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별명으로 ‘도사즈쿠리(土佐造り)’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도사(土佐)는 고치의 옛 지명이고, 츠쿠리(造り)는 ‘만들다’라는 뜻으로 일식 요리에서 ‘생선회’를 의미하는 말이다. 따라서 ‘도사츠쿠리’는 ‘도사(고치현) 지방 특유의 생선회’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가쓰오타다키는 왜 유일하게 고치현에서만 발달했을까? 이에는 아주 재미난 스토리텔링이 전해진다. 도사번(土佐藩), 지금의 고치현 사람들은 성정이 밝고 호쾌하며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개방적인 성격으로 유명하다. 또한 불의에 저항하고 의리를 중시하는 기질이 강하다. 마치 부산 사람들의 기질과도 닮았다.

가쓰오는 맛은 좋지만, 피비린내가 많고 빨리 상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옛날에는 식중독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에 과거 도사번 번주(영주)가 가쓰오를 회로 먹는 것을 금지했다. 하지만 싱싱한 회를 포기할 수 없었던 고치현 사람들은, 겉면만 불에 살짝 구운 가쓰오를 ‘회가 아니라 구이’라며 먹었던 것이 ‘타다키’의 유래라고 한다.

일본 고치현에서 판매하는 가쓰오 관련 상품들.


이 가쓰오는 1년에 두 번 제철이 있다. 봄에 잡히는 ‘하쓰가쓰오(初ガツオ, 3~5월)’와 가을에 잡히는 ‘모도리가쓰오(戻り鰹, 9~11월)’다. 하쓰가쓰오는 태평양에서 연안으로 북상하는데, 맛이 담백하고 가쓰오의 붉은 살 특유의 단맛과 감칠맛을 즐길 수 있다. 모도리가쓰오는 연안에서 남쪽으로 내려와 태평양으로 되돌아가는 가쓰오로, 먹이 섭취가 많아 지방이 풍부하여 입에서 살살 녹듯 고소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가쓰오타다키는 두 가지 방법으로 맛을 볼 수가 있다. 전통 ‘폰즈’ 스타일과 고치 사람들이 즐기는 ‘소금 타다키’ 스타일이다. 가장 일반적인 것은 폰즈 소스에 먹는 것으로 듬뿍 올린 쪽파, 마늘 슬라이스, 생강에 폰즈를 끼얹어 먹는다. 고소함과 새콤함, 그리고 매콤한 맛의 조화가 기껍다. ‘소금 타다키’는 폰즈를 쓰지 않고, 소금과 시코쿠 특산의 ‘감귤 소스’를 곁들인다. 가쓰오 본연의 감칠맛과 짚불 향의 고소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가쓰오타다키가 풍기는 짚불 향의 풍미는 아주 독특한 굽는 방법에 있다. 쇠스랑과 비슷한 불판 위에 두툼한 가다랑어 살점을 올려놓고 볏짚으로 불을 피운다. 그러면 센 화력에 의해 겉면은 바싹하고 고소하면서, 안은 생선의 맛과 감칠맛이 그대로 보존된다. 여기에 짚불 향까지 더해지기에 다양한 식감과 맛, 풍미를 모두 즐길 수가 있는 것이다.

▮우동·젓갈 조림… 조리하면 더 별미

가쓰오를 짚불에 굽는 모습.


가쓰오타다키는 그냥 먹어도 좋지만, 여러 방식으로 조리해 곁들이면 또 다른 별미를 볼 수가 있다. 밥 위에 가쓰오타다키를 두툼하게 얹어 덮밥으로 먹는 ‘가쓰오타다키동(カツオのたたき丼)’, 초밥 샤리 위에 얹어 초밥으로 즐기는 ‘가쓰오타타키 스시(カツオのたたきすし)’ 등이 있겠다.

고치에서는 가쓰오타다키 외에도 고치에서만 먹을 수 있는 고치 방식의 가쓰오 요리가 많다. ‘토사마키(土佐巻)’, ‘하람보(ハランボ)’, ‘치치코(ちちこ)’, ‘슈토(酒盜)’, ‘아와고니(あわごの煮)’, ‘도사아카가쓰오(土佐の赤かつお)’ 등이다.

‘토사마키’는 가쓰오타다키와 생마늘, 시소(일본 깻잎) 등을 김과 밥으로 만 김초밥(마키즈시, 巻き寿司)이다. ‘하람보’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가다랑어 뱃살에 소금을 살짝 뿌리고 구운 음식이다. 가다랑어 한 마리에 한 조각 정도밖에 안 나오는 귀한 부위이다.

‘치치코’는 가다랑어의 심장으로, 생강과 간장에 조리거나 소금에 구워서 먹는다. 가다랑어 한 마리에서 심장이 단 하나이기에 현지에서 맛볼 수 있는 귀한 특수 부위로 꼽힌다. 쫄깃하고 오돌토돌한 식감이 일품이다.

‘슈토’는 가쓰오 내장을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젓갈이다. 술안주로 안성맞춤이라 이를 먹고 있으면 ‘술(酒)을 훔쳐서(盜)라도 마시고 싶어진다’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고치현의 대표적인 특산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아와고노니’는 가쓰오의 알을 조린 음식이다. ‘아와고(あわご)’란 ‘가쓰오의 알’을 가리키는 고치현 지역의 방언이다. ‘아와고 조림’은 가쓰오 알을 간장, 미림, 생강 등으로 달콤하고 짭짤하게 조린 요리로, 톡톡 터지는 식감과 진한 맛이 술안주나 밥반찬으로 사랑받고 있다.

‘도사아카가쓰오’는 신선한 가쓰오를 달콤하고 짭조름하게 조린 후, 마늘 기름과 고추를 넣어 살짝 매콤하게 양념한 만능 양념장이다. 밥이나 면에 비벼 먹거나, 연두부 위에 올리거나 피자, 달걀말이에 넣어 풍미를 더하기도 한다. 밥 위에 뿌려 먹는 일본 혼합 조미료인 ‘후리가케’로도 먹는다. ‘가쓰오 고마(かつお胡麻)’, ‘가쓰오 메시(かつお飯)’ 등이 그것이다.

가쓰오를 활용한 대표적인 전통 과자나 스낵도 다양하다. 짭조름한 가쓰오부시 분말을 반죽에 섞어 구워낸 전병 ‘가쓰오 센베이’나 가쓰오타다키 맛 스낵 과자인 ‘가쓰오타다키 보우(鰹のたたき棒)’ 등이 있다. 어른들 맥주 안주로, 아이들 간식으로 인기가 많다.

가쓰오로 시작해서 가쓰오로 끝나는 곳, 고치현. 이곳에 며칠 머물면서 고치의 부엌이라는 ‘히로메 시장’에서 가쓰오 관련 음식 대부분을 일별했다. 60여 개의 노점에서 음식을 사서 중앙광장의 테이블에서 음식을 함께 나눈다. 대낮인데도 많은 고치 사람과 관광객이 어울려 시끌벅적하다. 한 지역 생선의 문화적 힘을 새삼 느끼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울러 부산의 고등어나 먹장어, 전어 등의 생선을 반추하는 좋은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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