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펜싱 대표팀이 칼 빌려 출국, 개표소 무법천지 더 방치 안 된다

2026. 6. 16.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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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1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투표소에 진입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펜싱 국가대표 선수들이 서울 잠실 개표소(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봉쇄 시위로 인해 펜싱 칼 등 개인장비를 급하게 빌려 출국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핸드볼경기장에 사무실이 있는 다른 종목 체육단체도 봉쇄 장기화에 따른 업무 마비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불법행위가 12일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정부는 사적 검문, 위력을 동원한 업무방해로 애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무법천지 상황을 하루빨리 해소하기 위해 공권력을 투입한 법 집행 등 모든 수단을 써야 한다.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2관왕 오상욱 선수를 포함한 펜싱 국가대표팀이 16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 참가를 위해 출국했다. 선수들은 시위대의 개표소 봉쇄 탓에 핸드볼경기장 내 대한펜싱협회 사무실에 보관 중이던 개인장비를 반출하지 못해 장비를 빌려 비행기를 타야 했다. 기가 찰 노릇이다. 익숙한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면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오는 9월 열리는 아시안게임 시드 배정에서 불리해질 우려가 있다고 한다. 대회 준비에 전념해야 할 선수들이 평소 몸에 익은 장비마저 챙기지 못하게 막다니, 시위대는 제정신인가. 선수들의 피해는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피해는 이뿐 아니다. 핸드볼경기장에 입주한 핸드볼·핀수영·우슈·당구 등 9개 종목 단체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 공동인증서 등을 반출하지 못해 직원 급여 지급, 공과금 납부 등이 지연되고 있다. 오는 22일 인천에서 개최되는 세계핀수영선수권대회를 준비 중인 대한수중·핀수영협회는 외국 선수단 비자 발급 협조 업무조차 못하고 있다고 한다. 시위대의 봉쇄 장기화로 인해 국제스포츠계에서 한국의 신뢰가 무너질 판이다. 오죽하면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권력 행사를 요청했겠는가.

상황이 이렇게까지 심각해진 데는 봉쇄 초기 정부의 소극적 대응도 영향을 줬다. 언론사 기자 폭행, 경찰관 모욕, 여성 핸드볼 주니어 대표팀 소지품 검사 등 불법행위가 잇달아 벌어지며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부근이 무법천지가 됐는데도 정부는 상황 관리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해 “참정권 침해를 빌미로 타인의 권리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철저한 수사를 예고했으나 책임을 묻겠다는 엄포에 그칠 사안이 아니다. 공권력은 이럴 때 집행하라고 있는 것 아닌가. 체육단체 직원들이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고 호소해야 하는 일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단호한 법 집행으로 무법천지 상황을 해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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