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의 말간 얼굴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돋보기:인터뷰]

강지호 2026. 6. 1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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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지호 기자] 짧은 순간으로는 부족한, 지나칠 수 없는 존재감으로 자꾸만 시선을 붙잡는 배우들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시간 <돋보기:인터뷰>.

이설은 캐릭터를 설명하지 않는다. 살아낸다. 

어딘가 존재할 것 같은 삶의 모습을 작품 속에 오롯이 담아내는 이설은, 올곧은 눈빛을 가지고 깊게 고민하며 말하는, 잔잔하지만 유쾌한 사람이었다.

사랑은 인간 이설의 힘이 됐고, 믿음은 배우 이설의 힘이 됐다. 사람의 일생이 한 권의 책이라면, 이설은 삶이라는 책의 페이지를 한 장씩 살아내듯 연기해 왔다.

지난달 27일 마지막 회를 공개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골드랜드'를 떠나보내고 차기작 KBS2 토일 미니시리즈 '결혼의 완성' 공개를 앞둔 이설은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935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TV리포트와 만나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골드랜드'에서 이설은 양포세관 통관지원과 팀장이자 희주의 상사, 도경의 전 연인 차유진 역을 맡아 극의 한 축을 이끌었다. 극 초반 현실적인 모습으로 등장한 차유진은 회차가 거듭될수록 욕망에 잠식돼 간다. 이설은 그 변화를 차근차근 쌓아 올리며 현실적인 빌런을 설득력 있게 완성했다.

대본을 읽자마자 작품에 빠져들었다는 이설은 "모두가 자신의 욕망에 '골드랜드'처럼 충실한 드라마는 잘 없었던 것 같다. 욕망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만 나와서 그 부분이 무척 강렬하게 다가왔다. 솔직하고 거침없이 나아가는 전개를 읽으며 정말 재미있는 드라마가 되겠구나 싶었다"고 설명했다. 

'골드랜드'를 통해 이설은 그간 보여줬던 모습과는 또 다른 얼굴을 선보였다. 모든 것이 함께해준 동료 배우들과 감독님의 덕이라고 공을 돌린 이설은 "좋은 사람이 좋은 배우가 된다고 믿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 내 믿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면서 감사를 전했다.

▲ 한 권의 책을 읽듯이, 이설이 살아낸 얼굴들

말간 얼굴에는 선함과 기묘함이 함께 머문다. 그래서일까. 어떤 삶도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말 그대로 이설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사회초년생부터 베테랑, 사이코패스, 톱스타, 탈북민 등 이설이 그간 작품에서 보여준 얼굴은 무궁무진했다. 캐릭터의 분량과 상관없이, 그렇다고 자신의 색은 잃지 않은 채로, 이설은 자신의 얼굴 위에 인물의 생을 입힌다. 그래서 화면 밖 어딘가에도 그런 사람이 살아 있을 것만 같다.

왜 이설이 보여주는 인물들은 어딘가 존재할 것만 같을까. 그건 인물을 넘어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려는 그의 태도에서 비롯됐다.

"언어에는 문화가 녹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이설은 "문화와 언어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 같다"고 말했다. 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 준비 당시 중국과 북한의 문화를 배웠다고 언급한 이설은 "선생님들을 통해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분들이 어떤 집에서 살고, 어떤 음식을 먹는지부터 내가 경험해 본 적 없는 체제, 한국과의 차이점까지 많은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언어는 평소에도 사용해야 실력이 늘어난다. 그래서 중국어도 여전히 배우고, 북한 노래를 듣기도 한다. 똑같이 서울에 사는 사람들도 사용하는 말투나 단어가 다르지 않나. 말이라는 것이 그렇다"며 "내가 스트레스 받지 않는 선에서 더 자연스럽게 표현해 보려 하고 있다"고 언어와 문화, 삶의 연결성에 주목했다.

그래서일까. 이설의 연기는 새로운 얼굴을 만들어내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사람을 스크린 위로 데려오는 것 같았다.

"영화 '머니볼'을 정말 좋아한다"며 웃어 보인 이설은 "그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것은 나를 전적으로 믿어주는 이가 있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나에게 배팅해 주는 이가 있다면, 그 힘을 통해 스스로도 몰랐던 잠재력이 폭발하는 순간이 생긴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를 믿어주고 솔직하게 조언해 주는 사람들, 좋은 배우들, 내 매력을 알아봐 주는 감독님, 함께하는 스태프들이 있다면 내가 아니어도 분명 연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겸손이 아니라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내 연기를 좋게 봐주셨다면 그건 그분들의 덕"이라고 강조했다.

배우 이설은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을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은 다시 화면 속 인물을 향한다. 그렇게 이설은 자신의 얼굴을 빌려 또 다른 삶을 카메라 앞에 세운다.

▲ 이설이 보여줄 새로운 얼굴…모든 것은 사랑으로부터

"나는 사랑이 좋은 것 같다"고 말하는 이설의 모습은 반짝였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하며 인물을 만들어 간다고 밝힌 이설은 "모든 사람은 다 사랑받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캐릭터가 가장 사랑하는 것과 가장 사랑받고 싶은 사람이 누구일지 고민해 보는 편"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내가 맡은 캐릭터를 정말 사랑하려고 한다"며 "설령 악역이더라도 나 만큼은 온 힘을 다해 사랑해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람의 사랑을 이해하는 것에서 이설의 연기는 시작됐다.

동시에 배우 이설은 사랑하는 것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는 "사랑하는 것이 많아서 힘들다"며 웃어 보였지만, 그건 결국 배우의 힘이었다.

승마와 거문고에 이어 최근에는 펜싱까지 시작한 이설은 "취미는 많지만 잘하는 건 없다"고 능청스레 웃었다. 그는 "잘하려고 하면 스트레스 받는다. 즐길 수 있는 만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시작한 펜싱에 관해서는 "꾸준히 배우고 있다. 순발력이나 평정심을 길러줘서 연기할 때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면서 "언젠가 운동선수나 악기를 다루는 역할도 해보고 싶다. 영화 '각설탕' 같은 작품이 나오면 한 몸 바쳐서 할 자신이 있다"고 열정을 어필했다.

인터뷰 말미, 지금의 이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나를 조금 더 믿어줘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승마할 때도, 펜싱할 때도, 연기를 할 때도.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에게 "조금 더 스스로를 믿어보라"고 말했다고. 이설은 "나는 내가 믿는 사람들을 믿는다. 그 사람들이 나에게 스스로를 더 믿어보라고 이야기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전했다.

그렇게 자신을 믿는 힘을 조금씩 키워가고 싶다는 이설. 그렇다면 그는 앞으로 어떤 배우,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을까. 그는 "관계자들에게는 함께 일해보고 싶은 배우, 관객들과 시청자들께는 '믿고 볼 수 있는 배우'라는 말을 듣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서 "사람으로서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이가 되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고 밝혔다. 사람을 향한 애정은 결국 배우 이설을 완성하는 힘이었다.

끝으로 이설은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평소 생각을 메모장에 적어둔다며 그간 적어둔 글들을 들여다봤다. 고심 끝에 이설은 "'너무 돋보이려고 하지 말자. 누군가는 날 보고 있다'는 문장을 전하고 싶다"며 "배우인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전부 돋보이려고 하는 세상 속에서 나 말고 다른 이에게도 필요한 말일 것 같다. 돋보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으면 누군가 다 보고 있더라"고 진심을 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말을 전하는 이설의 모습은 그 순간 가장 돋보였다.

악역부터 액션까지, 해보고 싶은 것도, 아직 보여줄 것도 많은 배우 이설은 오는 7월 방송 예정인 KBS2 토일 미니시리즈 '결혼의 완성'으로 시청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돋보기 TMI.

올해 목표는 펜싱 아마추어 대회 출전,

좋아하는 것은 냉동 라즈베리를 팝콘처럼 한 아름 안고 먹는 것

강지호 기자 / 사진= 오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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