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등 비만치료제 투여받은 남성 정자 수·가임력 좋아졌다

문세영 기자 2026. 6. 1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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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비만치료제가 남성의 가임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인기 비만치료제가 체중 감량 효과를 넘어 심혈관질환, 편두통, 치매 예방 등 다양한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남성의 가임력을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주목받는다.  

15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보도에 따르면 13~16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내분비학회 연례 학술대회에서 위고비 등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수치를 높이고 정자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프라티나 나테시 영국 워릭대 의대 내분비학과 전문의 연구팀은 테스토스테론 수치 측정 결과가 포함된 GLP-1 약물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연구들을 메타분석하고 연구 결과를 내분비학회에서 발표했다. 

분석한 연구 중 하나는 성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의 기능이 떨어지는 상태인 ‘성선 기능 저하증’을 앓고 있는 비만 남성 30명을 무작위로 나눠 한 그룹은 GLP-1 약물, 또 다른 한 그룹은 테스토스테론 보충 요법(TRT)을 받도록 한 연구다. 16주간 치료를 받은 뒤 두 그룹 모두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증가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성선 기능 저하증을 앓고 있는 제2형 당뇨병 남성 환자 25명을 GLP-1 약물과 TRT에 무작위 배정했다. 24주 후 두 그룹 모두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증가했고 증가 폭은 TRT 그룹이 더 컸다. GLP-1 약물 그룹은 정자의 질이 향상되는 특징을 보였다. 

GLP-1 약물 그룹은 완벽한 모양과 크기를 가진 정자의 비율이 연구 시작 시점 평균 2%에서 연구 종료 시점 4%로 증가했다. TRT 그룹은 정자의 수와 질이 저하됐다. 이는 호르몬 치료를 통해 나타나는 흔한 부작용이다. 

지난달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비뇨기과학회 연례 학술대회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안드레스 기옌-로소야 미국 메이요클리닉 비뇨기과 임상연구원 연구팀이 비만치료제를 처방받은 남성 1600여명의 전자의무기록(EHR)을 분석한 결과, GLP-1 약물 또는 GLP-1·GIP 이중 작용제로 치료 받은 남성들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약 30% 증가했다. GIP는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자극 펩타이드로 뇌의 포만중추를 자극해 체중 감소를 돕는다. 

비만이 정자 생성과 남성 가임력에 필수적인 테스토스테론의 수치를 낮춘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방 세포에는 테스토스테론을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로 전환하는 효소가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나테시 전문의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남성들은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체중 감량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전략일 수 있다”며 “체중을 줄이는 개입만으로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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