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못믿겠다” 방위비 냉전 후 최대…중동·유럽, 자체 방어력 강화

박윤선 기자 2026. 6. 1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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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 WAR 뉴노멀이 온다]
<3> 속도내는 글로벌 재무장
OECD “GDP보다 국방비 증가 빨라”
중동, 미국 외 국가와 소규모 동맹
EU는 5년간 1400조원 투입 예고
‘실전 핵탄두’ 올들어 4000기 돌파
美 1극서 ‘다극 체제’로 각자도생
15일(현지 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총성은 멈췄지만 각국의 소리 없는 군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전쟁으로 직접 피해를 입은 중동은 물론 미국에 기대기 어려워진 유럽과 동아시아까지, 각 국가들은 재무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칼리드 알자베르 중동국제문제위원회 사무총장은 “국제 게임의 규칙이 다시 작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발표한 2026년 경제 전망에서 방위비 증가로 인한 재정 압박 증대를 우려했다. OECD는 “글로벌 방위비가 국내총생산(GDP)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군사비 부담이 냉전 말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연합(EU)은 3월 ‘유럽 세이프 계획’을 내놓고 2030년까지 8000억 유로(약 1401조 원), 연간 1600억 유로(약 280조 원)의 방위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역시 올해 방위비로 9조 353억 엔(약 85조 원)을 책정하며 사상 처음으로 9조 엔의 벽을 넘었다. 중국은 전년 대비 7% 늘어난 1조 9100억 위안(약 427조 원)의 국방비를 책정했다. 미국을 제외한 주요 3개 국가만 올해 800조 원 가까운 방위비를 투입하는 것이다.

이들 외에 자력 무장의 필요성을 가장 크게 체감한 지역은 중동이다. 전쟁을 일으킨 주체는 미국과 이스라엘인데 친미 성향을 보인 중동 국가까지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중동은 직접 행동에 나서고 있다. 올해 2월 아랍에미리트(UAE)가 한국과 방위 및 인공지능(AI) 분야에서 650억 달러 규모의 협력을 하기로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UAE는 올해 5월 인도와도 전략적 방위 파트너십을 맺었다. 쿠웨이트는 중국 국영 방위산업 기업 노린코와 협력해 올해 2월 자국 최초의 탄약 생산 공장 가동에 들어갔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방력 강화를 외쳐온 유럽은 수십 년 만에 징병제까지 다시 꺼내들었다. 덴마크는 최근 여성에게도 남성과 동일한 징병 의무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노르웨이와 스웨덴 또한 남녀 모두 징병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독일에서도 징병제 부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으며 크로아티아 역시 18년 만에 징병제를 복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우려를 자아내는 것은 고삐가 풀리다시피 한 핵 확산 흐름이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으로 미사일에 장착돼 있어 명령이 떨어지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실전 배치 핵탄두’ 숫자는 2017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4000기를 넘었다. 비축분까지 포함한 전체 핵탄두 수는 지난해 1만 2241기에서 올해 1만 2187기로 미미하게 감소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란 전쟁을 계기로 각국의 핵무장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제로 이란 전쟁 발발 직후인 올 3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냉전 종식 이후 30여 년간 이어진 핵 감축 기조를 뒤엎고 핵탄두 보유량 확대를 공식화했다. 프랑스의 ‘핵우산’ 제공 손짓에 영국과 스웨덴·덴마크·네덜란드 등이 호응했으며 2차 세계대전 패전국으로 핵 증강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온 독일마저 핵우산 참여를 결정했다.

이는 전 세계 핵 비확산 체제가 약화되는 시점에 전개되고 있어 더욱 위협적이다. 핵과 관련한 가장 큰 규모의 국제조약인 ‘핵비확산조약(NPT)’은 2015년과 2022년에 이어 올해까지 3회 연속으로 최종 합의문을 채택하지 못했다. 전 세계 핵탄두 비축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과 러시아가 맺은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도 올해 2월 후속 조치에 대한 논의 없이 만료됐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폴란드·튀르키예·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대서양 동맹 약화에 직면해 핵무기를 추구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며 “핵 확산은 한국과 일본, 심지어 스웨덴에서도 논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자베르 사무총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소련 붕괴 후 이어진 미국 주도의 단극 질서에서 권력이 여러 무게중심에 분산되는 다극 질서로 전환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윤선 기자 sepys@sedaily.com김정욱 기자 mykj@sedaily.com박민주 기자 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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