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함대 막아낸 카보베르데의 ‘불혹 골키퍼’…“전세계 울렸다”

최정서 2026. 6. 1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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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보베르데 골키퍼 보지냐. [로이터/연합뉴스]


인구 52만명의 작은 섬나라 카보베르데가 첫 출전한 월드컵에서 ‘무적함대’ 스페인을 상대로 무승부를 거두며 이변을 썼다. 승리의 중심에는 스페인의 슈팅을 온몸으로 막아낸 ‘불혹의 골키퍼’ 보지냐가 있었다.

조국에 역사적인 승점을 안긴 그는 단숨에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경기 전 5만6000명에 불과했던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워 수는 경기 이후 57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카보베르데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우승 후보 스페인과 0-0으로 비겼다.

아프리카 대륙 서쪽 대서양에 있는 카보베르데는 15개의 섬으로 이뤄진 작은 나라로, 500여년간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를 받다 1975년 독립했다.

사상 첫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선 카보베르데는 이날 슈팅 숫자 6-27, 볼 점유율 26%-74% 등 경기 내내 밀렸다. 하지만 스페인의 파상공세를 단단한 수비벽으로 막아섰다. 경기 종료 휘슬이 올리자 스페인 선수들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고, 카보베르데 대표팀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환호했다.

카보베르데의 월드컵 준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국가대표 선수를 SNS로 모집하기도 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남다른 집중력으로 승점 1을 손에 넣었다.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에서 가장 빛난 별은 단연 카보베르데의 40세 수문장 보지냐였다.

보지냐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나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 그리고 모든 카보베르데 국민이 무척 자랑스럽고 행복한 심정일 것”이라며 “우리는 이 자리에 오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포르투갈 프로축구 2부 리그 샤베스에서 뛰는 보지냐는 불혹의 나이에 생애 첫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월드컵은 처음이지만, 2012년 국가대표 데뷔 이래 총 88번의 A매치에 출전하며 카보베르데 역대 최다 출장 2위에 올라 있는 ‘축구 영웅’이다.

나이가 무색하게 스페인의 포격을 온몸으로 튕겨낸 보지냐는 이날 경기 종료 휘슬과 함께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는 “고향 어머니 집에서 큰 잔치가 열릴 것”이라며 “어머니가 현장에 오시지 못해 슬퍼하셨지만, 이 영광을 카보베르데의 모든 국민에게 바친다”고 덧붙였다.

페드루 브리투 카보베르데 감독 역시 “스페인이 경기 내내 공을 소유했지만, 점유율이 곧 경기 통제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 결과는 조국에 모든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항상 전 세계가 우리나라와 우리 팀을 보게 되길 바랐다”며 “이날 우리는 탄탄한 조직력과 굴하지 않는 용기를 보여줬다. 끊임없이 어려움을 극복해내는 ‘회복력’이야말로 카보베르데의 참모습임을 증명해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그러면서 보지냐를 향해 “오늘 단연코 경기장 내 최고의 선수였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최정서 기자 emoti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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