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줄회생에…중앙그룹 5500억 사옥 매각 안갯속 [시그널]

김병준 기자 2026. 6. 1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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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람코신탁, 리츠 설립해 자산 인수
중앙그룹 재무악화로 임대료 불확실
LP들 출자 난색에 펀딩 난항 우려
BBB급 SLL중앙 공모채 가격 급락
채권시장 등급별 차별화 심화 전망
금융권 신용공여 위험노출액 1.3조

이 기사는 2026년 6월 16일 16:07 자본시장 나침반  '시그널(Signal)' 에 표출됐습니다.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이 15일 서울 마포구 중앙일보빌딩에서 계열사 기업회생절차 신청과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사옥 매각을 통해 55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하려는 중앙그룹의 계획이 안갯속에 빠졌다. 사옥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인 코람코자산신탁은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통해 자금을 모아야하는데 수익성에 대해 출자자인 기관투자가(LP)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코람코자산신탁은 서울 마포 상암동 소재 중앙일보·JTBC 사옥과 일산 고양 소재의 ‘일산 스튜디오’에 대한 실사를 계획 중이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지난달 5500억 원에 이 자산들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실사 이후 기관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자산을 사들일 예정으로 거래가 끝나는 시점은 8월 말로 예상된다.

코람코자산신탁은 리츠를 설립해 중앙그룹의 자산을 인수하기로 했다. 거래 구조는 매각 후 재임차하는 세일앤리스백 방식이다. 중앙일보, JTBC 등 중앙그룹 주요 미디어 계열사가 해당 자산을 10년 간 장기 임차하는 구조다. 매각 이후에도 해당 건물을 사옥과 방송 제작시설로 계속 활용해야 하는 중앙그룹의 사업 특성을 고려해 이 같은 방식을 코람코자산신탁이 제안했다.

세일앤리스백은 인수 이후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중앙그룹의 계열사들이 줄지어 회생신청을 하면서 이 같은 수익 구조에 의구심이 커졌다. 채무 불이행으로 회생 절차에 돌입할 예정인 가운데 임대료 지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리츠를 통해 투자자를 모집해야하는데, 펀딩 과정에 난항이 예상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연기금의 한 관계자는 “중앙그룹의 재무 상태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결국 회생신청에 돌입한 상황”이라며 “블라인드 펀드를 활용한 앵커 투자자가 있는 게 아니라면 투자를 결정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제회의 한 관계자는 “주식 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는 상황에서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사옥 매각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중앙그룹의 재무구조 개선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만기가 도래하는 콘텐트리중앙과 메가박스중앙, JTBC의 유동화 차입금 및 회사채는 약 2930억 원에 달한다. 기간을 연내까지로 확대하면 5000억 원을 크게 웃돈다.

중앙그룹은 사옥 매각 대금으로 부채를 해결할 계획이다. 지난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8월 말 거래를 종결하는 속도감 있는 일정도 차입금 상환을 위해 조율됐다. 5500억 원이란 매각 가격이 변동될 가능성도 있다. 코람코자산신탁이 충분한 자금을 모으지 못하더라도 유동성 위기에 처한 중앙그룹 측에서 가격을 내려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그룹 주요 계열사인 JTBC·콘텐트리중앙·메가박스중앙·중앙피앤아이와 지주사인 중앙홀딩스는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으며 중앙일보는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주요 계열사 중 유일하게 회생과 워크아웃을 비껴간 SLL중앙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중앙그룹의 재무 부실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른 후 채권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LL중앙이 가장 최근에 발행한 ‘제23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공모사채’는 전장 대비 1699.8원 떨어진 4601.0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이 채권의 가격이 9699원을 기록한 점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반토막이 난 셈이다.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서 금리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날 종가 기준 수익률은 56.094%로 표면 금리(8.50%) 대비 무려 4759.4bp(1bp=0.01%포인트) 높다. 중앙그룹 전반으로 불안감이 확산하며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까지 거래가 가능했던 중앙일보의 채권은 워크아웃 추진 영향으로 매매 정지됐다.

채권 시장 역시 이번 사태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BBB급 기업 가운데 가장 활발한 조달을 이어가던 SLL중앙과 중앙일보가 계열사 채무불이행에 따른 위험이 번지면서 시장 내 등급별 차별화가 심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최성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금리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로 BBB등급 기업들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며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금융권의 중앙일보 계열 관련 신용공여 익스포저는 1조 3000억 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회생신청을 한 5개사에 더해 중앙일보, SLL중앙, 중앙일보엠앤피까지 총 8개사의 이달 13일 기준 신용공여 익스포저는 1조 3200억 원이다. 1금융권인 은행이 8329억 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2금융권은 4871억 원이다.

김병준 기자 econ_jun@sedaily.com박정현 기자 ka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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