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서버용 MLCC 수요 폭발..삼성전기 풀가동에도 공급 부족

AI(인공지능) 서버 수요 증가로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의 공급난이 심화되고 있다. AI 서버 한 대에 들어가는 MLCC 수가 급증하는데다 고용량·초소형 제품 비중까지 높아지면서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요 업체들이 생산라인을 풀가동하며 증설에 나섰지만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 인상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JP모간은 최근 삼성전기의 내년 MLCC 매출이 10조669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매출 규모인 5조1980억원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생산능력 확대에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매출 증가가 현실화되려면 평균판매가격 상승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MLCC 가격 상승 전망의 배경에는 AI 서버 수요 급증이 있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 등에 안정적으로 공급해 반도체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돕는 핵심 부품이다. 최신 스마트폰 한 대에는 1000개 이상의 MLCC가 탑재된다.
특히 AI 서버는 일반 서버보다 전력 소비량이 5~10배가량 많아 더 많은 MLCC가 필요하다. AI 서버 한 대에는 보통 2만8000개의 MLCC가 탑재된다. 여기에 GPU 인근의 제한된 공간에 부품을 배치해야 하는 만큼 소형·초고용량 MLCC가 필요하다. 이들 제품은 범용 MLCC보다 가격이 높다.
AI 서버 성능이 고도화될수록 서버 내 전력 밀도가 높아지면서 고부가 MLCC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JP모간은 AI 서버용 MLCC 판매량이 올해와 2027년 각각 전년 대비 2.4배씩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기는 고성능 제품군을 확대하며 AI 서버용 MLCC 시장에서 약 40%의 점유율을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공급은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범용 MLCC 생산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 제품 생산을 확대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생산라인은 이미 풀가동 상태다. 삼성전기는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필리핀 공장 증설을 결정했지만 실제 양산까지는 2년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MLCC 시장 1위 업체인 무라타도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을 별도로 공개하며 올해 관련 매출이 전년 대비 84% 증가할 것으로 봤다. 공급 부족이 심화되자 향후 2년간 약 800억원을 투자해 생산량을 연평균 20%씩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MLCC뿐 아니라 반도체 기판 시장도 AI 서버 수요 확대의 영향을 받고 있다. 삼성전기는 고성능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FC-BGA(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 주문량이 생산능력을 넘어선 상황이다. LG이노텍도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베트남 반도체 기판 공장 증설을 결정했다. 회사는 반도체 기판 사업이 포함된 패키지솔루션 사업 매출을 2030년까지 3조원 규모로 키운다는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범용 MLCC 공급 부족으로 이미 중국과 대만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며 "MLCC 수요는 앞으로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시장 성장에 따라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는 원가 상승분 수준만 가격에 반영되고 있는 고부가 MLCC도 올해 하반기에는 가격 인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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