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마철 화재예방, 물과 전기를 함께 경계해야 한다

장마철이 되면 우리는 주로 침수, 산사태, 하천 범람과 같은 수해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장마철에는 화재 위험도 함께 높아진다. 비가 많이 내리고 습도가 높아지면 전기설비에 습기가 스며들기 쉽고, 침수된 전기제품이나 배선에서 누전과 합선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로 인한 재난이 오히려 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장마철 화재예방은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장마철에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전기화재다. 콘센트, 멀티탭, 배전반, 전선 등에 물기나 습기가 닿으면 누전이나 합선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베란다, 창고, 지하실, 주차장, 옥외 간판 주변처럼 비바람에 노출되기 쉬운 장소는 평소보다 더 자주 점검해야 한다. 콘센트 주변에 물기가 있거나 전선 피복이 벗겨져 있다면 즉시 사용을 중단하고 전문가의 점검을 받아야 한다.
실제로 장마철에는 창문 틈으로 빗물이 스며들어 멀티탭 주변이 젖거나, 지하 공간에 보관해 둔 전기제품이 침수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말랐으니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고 다시 전원을 연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물에 젖은 전기제품은 내부에 습기가 남아 있을 수 있어 전원을 켜는 순간 합선이나 감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침수되었거나 물에 닿은 전기제품은 반드시 충분히 건조하고, 필요할 경우 전문 업체의 점검을 받은 뒤 사용해야 한다.
장마철에는 누전차단기 작동 여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누전차단기는 전기 이상이 발생했을 때 전원을 차단해 감전과 화재를 막아주는 중요한 안전장치다. 그러나 오랫동안 점검하지 않았거나 노후된 경우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가정이나 사업장에서는 누전차단기의 시험 버튼을 눌러 정상적으로 전원이 차단되는지 확인하고, 이상이 있다면 즉시 교체해야 한다.
공동주택과 다중이용시설에서는 배수구와 전기설비 주변 관리도 중요하다. 지하주차장이나 기계실, 전기실은 집중호우 때 물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배수구가 낙엽이나 쓰레기로 막혀 있으면 빗물이 빠지지 않아 전기설비 침수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배수로를 정비하고, 전기실·기계실 주변에 물이 고이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또한 습기가 많은 환경에서는 먼지와 물기가 함께 쌓여 전기화재 위험을 높인다. 오래된 멀티탭이나 콘센트에 먼지가 쌓이고 습기까지 더해지면 전류가 비정상적으로 흐를 수 있다. 사용하지 않는 전기제품의 플러그는 뽑아두고, 멀티탭은 바닥이 아닌 물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두는 것이 좋다. 특히 세탁실, 주방, 베란다처럼 물 사용이 많은 공간에서는 전기제품과 콘센트가 젖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장마철에는 정전 이후 전기가 다시 들어올 때도 조심해야 한다. 침수된 상태에서 전기가 복구되면 전기설비에 이상 전류가 흐를 수 있다. 비가 많이 온 뒤에는 전기제품을 한꺼번에 켜기보다 주변에 물기나 타는 냄새, 이상 소음이 없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이상이 느껴진다면 즉시 전원을 차단하고 전문기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장마철에는 수해 예방과 함께 화재예방도 동시에 살펴야 한다. 배수로를 정비하고, 전기설비를 점검하며, 젖은 전기제품은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생활 속 작은 점검이 감전 사고와 화재 피해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안전한 장마철을 보내기 위해 오늘 우리 주변의 전기시설과 배수 상태를 한 번 더 확인해 보자. 물을 조심하는 계절일수록 전기를 함께 경계해야 한다. / 한국소방안전원 제주지부 박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