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안 줄이면 21세기 후반 한반도 대부분 아열대 기후"

기후변화로 한국의 연평균기온이 상승하며 한반도 남쪽부터 아열대 기후 경계선이 점차 북쪽으로 확대되고 있다. 탄소배출을 거의 줄이지 못한 고탄소 기후 시나리오에서는 21세기 후반 강원과 영서 지방을 제외하고 전부 아열대 기후가 전망된다.
16일 기상청은 한국 아열대 기후 특성 현황과 전망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1981년부터 2025년까지 전국 66개 지점의 평균기온과 강수량 관측자료를 기반으로 아열대 기후 특성 현황과 2100년까지의 국가 기후변화 표준 시나리오 미래 전망을 분석했다.
1973년부터 2025년까지 한국 연평균기온은 10년마다 0.3℃꼴로 올라 상승 추세가 뚜렷하다. 기후 구분 기준 중 하나인 '트레와다(Trewartha)'에 따르면 가장 추운 달의 평균기온이 18℃ 이하, 월평균기온이 10℃ 이상인 달이 8개월 이상일 때 아열대 기후로 분류된다.
한국은 1991년부터 2020년까지의 평년 기간에서 약 80% 지역에서 월평균기온이 10℃ 이상인 달이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로 온대기후에 해당한다. 월별 기온 상승 추세를 보면 2∼3월, 9월, 11월에 기온 상승 추세가 다른 월에 비해 크게 나타난다. 월평균기온이 10℃에 근접한 3월과 11월의 기온 상승이 아열대 기후 조건을 만족하는 데 핵심 근거로 꼽힌다.
1981년부터 2010년까지의 평년 기준으로 제주 4개 지점을 포함해 부산, 여수, 목포 등 남해안 13개 지점이 이미 아열대 기후 조건을 만족했다. 울산은 1991년부터 2020년까지 평년 기준으로 11월 평균기온이 10℃를 넘기면서 아열대 기후 조건을 만족했다.
가파른 기온 상승 추세를 감안해 10년 단위로 관측 범위를 세분화하면 2016년부터 2025년까지 광주, 울진, 강릉 지점을 추가해 총 17곳에서 아열대 특성을 확인했다. 최근 10년 기준으로 보면 한국 연평균기온은 매년 1.1℃씩 증가해 30년 평균 증가량인 0.3℃를 크게 웃돈다.
전반적으로 아열대 기후 특성이 남해안에서 남부 내륙으로 북상하고 동해 해수면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며 동해안 지역 기온이 오른다고 분석됐다.
중부 지방은 아직 온대 기후가 우세하지만 보령, 청주, 대전 등 일부 지역에서는 점차 아열대 기후 조건에 근접하는 변화를 확인했다.

전지구 탄소배출 규모에 따른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 분석에 따르면 21세기 전반기인 2021년부터 2040년에는 모든 시나리오에서 큰 차이 없이 전남, 경남 해안 지역과 일부 대도시에서 아열대 기후가 나타날 전망이다.
21세기 후반기인 2081~2100년에는 시나리오별로 차이가 나타났다. 저탄소 시나리오인 'SSP1-2.6'에서는 아열대 기후 전환이 내륙에서는 남부 지방까지 북상하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고탄소 시나리오인 'SSP5-8.5'와 'SSP3-7.0'에서는 강원 영서 지역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이 아열대 기후로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분석에서는 기후학적 요인이 핵심 변수로 계산됐지만 실제로 아열대 기후로 전환되는지는 생태계 환경 변화를 함께 고려해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기후 특성의 변화가 작물 재배 지역, 동물 서식지, 식물 생산, 어류 등 생태계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폭염, 호우, 가뭄 등 다양한 극한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기후위기가 현실화했음을 체감한다"며 "한국의 아열대 기후 특성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변화는 단순한 기온 상승을 넘어 기후시스템을 변화시키며 국민 생활과 사회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준다"며 "기상청은 기후변화 현황과 특성을 면밀히 감시하고 미래 전망을 예측해 기후위기 사전 대응을 강화하고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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