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론·윤어게인’에 張의 부활 무대로… 변질된 잠실 시위
김민석 “불법행위, 일벌백계” 강력 방침
윤호중 “국민 생명 침해 시 엄중 대응”
張, 시위 현장 지키며 ‘강제 해산’ 맞대응

6·3 지방선거 투표 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12일째 이어지며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2030’ 청년 중심으로 한 시위 현장이 점차 ‘부정선거 음모론자’ 세력 가세로 시위 성격이 변질되거나, 시위 참가자들이 사적 통제에 나서는 등 일탈 행위까지 벌어졌다. 부정선거 음모론자의 주장인 사전투표 폐지와 수개표 주장도 등장했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정당했다는 피켓도 등장했다.
정부는 이들의 민간인 출입통제와 검문 행위에 대해 “불법 행위, 일벌백계”로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시위 현장의 주장을 담아 “전면 재선거가 필요하다”며 서울 등 7곳 대상으로 선거 소청에 나설 방침을 세웠다. 장 대표의 행보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 당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오후 대한핸드볼협회, 대한펜싱협회, 대한당구협회 등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사무실을 둔 9개 단체는 핸드볼경기장 내부에 진입해 업무에 필요한 체육 물품을 갖고 나오는 데 우선 합의했다. 현장을 찾은 장 대표가 시위 참가자들과 체육단체, 경찰 측과 중재에 나서면서 합의안을 마련했다. 체육단체와 국민의힘 의원, 카메라 기자 등과 동행하는 조건으로 내부에 진입하는 방식으로 정했다.
그러나 통로로 지정된 2-1 게이트 앞에서 시위 참가자인 여성 1명이 중재안을 거부, 장시간 버티면서 내부 진입은 어려운 상황이 됐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 시위 참가자 일부 등이 여성을 설득했지만, 언쟁이 벌어지며 결국 무산됐다.
이날 현장은 오전까지 경찰과 시민들이 뒤섞이며 몸싸움을 벌이는 등 대치 국면이 극에 달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경찰이 폭동을 유도한다”고 맞섰고, 체육단체 측은 “필요한 물품을 꺼내야 한다”며 읍소하기도 했다. 경찰의 강제 진입이 예상되자 장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 의원들이 점심 시간쯤에 현장에 집결해 대치를 지속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제26회 국무회의 겸 제23차 비상경제본부회의’를 통해 “시위의 목적과도 전혀 무관하고 출입 권한을 가지고 있는 분들을 사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어떤 경우라도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심각한 불법 행위로 일벌백계 차원에서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현장에 있는 개표는 다 이미 끝난 상태 아닌가. 도대체 무슨 권리로 정당한 통행을 막는 것인지 어떤 이유로도 설명이 되지를 않는다”고 지적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도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사적 검문이나 시설 점거 등 우리 사회의 법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선 끝까지 추적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유럽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도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위대는 의사 표현을 넘어 타인의 권리 침해가 없도록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의 이같은 강력 대응 기조에도 장 대표는 현장을 지키며 경찰의 ‘강제 해산’에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시위 현장에서 요구하는 재선거와 특검 등에 답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 대표는 “대통령과 민주당이 (재선거, 특검 등에) 어떤 답도 내놓지 않으면서 강제 해산을 시도하는 것은 결국 민심의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며 “우선 해야 할 것은 강제 해산이 아니라 재선거와 특검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답하는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장 대표는 실제로 서울 등 전면 재선거를 위한 절차를 밟기로 한 상태다. 앞서 당 지도부는 전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선관위 사태가 발생된 서울·부산·인천·울산·광주전남·경기 등 6개 선거구 대상으로 한 선거 소청 안건을 의결했다. 공직선거법상 소청 마감 기한은 선거일로부터 14일 이내인 17일까지다. 장 대표가 추가로 선거인 명부가 없어진 충북을 추가하기로 하면서 선거 소청 선거구가 7곳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장 대표는 이날 문화일보 유튜브 ‘허민의 뉴스쇼’에 출연해 “내일(17일)까지 문제가 발생한 지역들을 추가로 다 찾아서 전국적으로 최대한 확보할 것”이라며 “충북도 선거인 명부가 없어진 상황이 발생했기에 추가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내에선 친한동훈계와 소장파 의원 등 비당권파 중심으로 장동혁 지도부의 독단이라며 “선거 패배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일종의 술책”(친한계 박정훈 의원), “당의 쇄신을 가로막고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친한계 진종오 의원), “부정선거 음모론과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살리는 길로 당을 이끌고 있다”(소장파 김용태 의원)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재선거가 이뤄질 경우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오 시장도 당의 소청 대응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오 시장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겠다며 거리로 나온 2030 청년들의 순수한 열망이 특정 정치인의 정치적 생존을 위한 연료로 소비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도 장 대표의 전면 재선거에 대해 “해법이 아니라 무책임한 선동이다. 투표는 사전투표와 당일 본투표로 나뉘는데 ‘통째로 다시 하자’는 말부터 앞뒤가 안 맞는다”며 “멀쩡히 투표했던 사람의 권리를 새로 빼앗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임성원 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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