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성매매 단속 중 나체 촬영 피해…2심도 “국가가 배상”

김정화 기자 2026. 6. 16. 16: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과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관계자들이 2023년 10월 1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경찰의 성매매 여성 알몸촬영, 위법한 채증과 수사관행 규탄!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성매매 단속 과정에서 경찰에게 나체를 촬영당하고, 그 사진이 단체 채팅방에 유포된 여성에 대해 국가가 추가로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2-2부(재판장 김연하)는 16일 원고 김은경씨(가명)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국가가 83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800만원을 인정했는데, 2심은 원심에서 원고가 일부 패소한 부분에 대한 판단을 뒤집으며 30만원을 추가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구체적인 판결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다.

이 소송은 김씨가 2022년 3월 성매매를 단속하는 경찰에게 나체 사진을 촬영당한 것을 문제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경찰은 나체 사진을 단속팀 15명이 있는 단체 채팅방에 공유했다. 김씨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이에 김씨는 경찰이 사생활과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강제수사를 하며 정신적 충격을 줬고, 영장도 제시하지 않는 등 절차 원칙을 어겼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경찰의 사진 촬영과 단체 채팅방 공유 행위가 김씨의 인격권, 성적 자기결정권,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촬영이 필요했다”는 경찰 측 주장을 배척한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단속 당시 김씨가 어떤 증거인멸 행위를 시도했다고 볼 정황이 없어 긴급하게 촬영이 이뤄져야 할 상황이 아니었고, 나체 상태로 있었다는 것이 혐의 입증을 위해 필요한 요소도 아니었다고 짚었다.

또 1심 법원은 “원고가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부위가 최대한 노출되지 않도록 촬영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경찰이 비례의 원칙 및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알몸 사진을 공유한 것에 대해선 “위법 수사행위의 결과물이 다수에게 노출됐고, 관련 공무원들의 고의 또는 과실로 사진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며 “촬영 행위로 침해된 원고의 인격권은 단체대화방에 해당 사진을 공유시킴으로써 침해 정도가 더욱 심화됐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단속 당시 경찰이 김씨에게 변호인 선임권을 고지하지 않았고 성적 굴욕감을 주는 언행을 했다는 부분은 기각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는 2023년 7월 해당 경찰의 행위를 인권침해로 판단하고 경찰청장에게 성매매 단속 관련 규정과 지침을 재·개정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 성매매 단속 중 나체촬영 피해…“성매매한다고 경찰에 성희롱당해도 되나요?”
     https://www.khan.co.kr/article/202509170600021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