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위·지노위 잇단 대기업 원청의 하청 교섭 인정 판정
노동부 지침 배치 업계 반발
산업계 무한 교섭 리스크 경계
본조 파업 수순에 현대차는 이중고

개정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노동위원회가 생산 공정을 넘어 구내식당 등 비핵심 외주 업무까지 원청의 실질적 교섭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면서 산업계 전반에 파장이 일고 있다.
16일 노동계와 산업계 등에 따르면 전날 중앙노동위원회와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각각 한화오션과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중노위는 한화오션 사내식당 등을 운영하는 하청업체 웰리브 소속 노조원들이 요구한 산업안전 의제와 관련해 원청이 단체교섭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판단했다. 조리실과 세탁실 등 작업장 시설 개선을 위해서는 소유자인 한화오션의 승인이 필수적인 만큼, 해당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같은 날 울산지노위도 금속노조가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 시정신청을 인용하며 원청 책임을 공식화했다. 울산지노위 관계자는 “사용자성을 인정해 시정 공고를 하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사용자성 인정 범위와 교섭 대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며, 최종 내용은 30일 이내 송달될 판정서를 통해 확인될 전망이다.
이번 결정은 고용노동부의 기존 노조법 해석 지침과 배치되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노동부는 앞서 구내식당 등 지원 업무의 경우 일반적인 지시권만 인정될 뿐 원청의 구조적 통제에 해당하지 않는 대표적 예외 사례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노동위가 이를 뒤집는 판단을 내리면서 기업들이 구축해 온 도급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영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직접적인 생산 원·하청 관계가 아닌 지원 업무까지 교섭 상대방을 확대할 경우 산업 전반의 혼란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산업계는 하청 노조의 요구가 산업안전을 넘어 임금과 성과급, 복리후생 등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장되는 ‘무한 교섭 리스크’를 경계하고 있다.
기업들은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장기전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한화오션과 현대차는 모두 “결정서를 송달받은 뒤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법조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첫 타자가 되지 않기 위해 소송으로 갈 확률이 높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노동계 역시 긴 싸움에 대비하고 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울산지노위의 판단의 세부적인 내용은 추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노조가 인정이 됐든 사측이 일부 인정이 됐든 양쪽 모두 중노위로 가야 하는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현대차는 정규직 노조가 파업 수순을 밟으면서 겹시름을 겪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15일 중노위에 노동쟁의를 신청했으며 오는 24일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중노위가 조정 중지를 결정하고 조합원 과반이 파업에 찬성하면,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쥐고 사측을 압박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