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피해금 가상화폐로 빼돌린 남성, 국민참여재판서 징역 1년 선고

김성현 2026. 6. 1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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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30대 남성에 징역 1년 선고
배심원 만장일치로 ‘미필적 고의’ 인정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부산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국참)에서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가상화폐로 세탁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이 배심원 만장일치 유죄 평결 끝에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가상화폐로 바꾼 사건이 국참에 오른 것은 전국 법원에서 처음이다.

지난 9일 오전 11시 부산지방법원 301호 대법정. 판사석 앞에 검사·변호사나 피고인도 아닌 평범한 시민 8명이 앉았다. 올해 처음 부산에서 국참이 열렸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임성철)는 배심원들에게 “재판은 무죄 추정의 원칙, 증거 재판주의 원칙, 자유 심증주의 원칙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하며 심리를 시작했다.

검찰에 따르면, 피고인 30대 남성 A 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테더(USDT)코인으로 환전해 주면 10%의 수수료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자신의 계좌를 넘겼다. 피해자들은 해외선물투자 전문가를 사칭한 조직원에게 속아 2024년 7~8월 A 씨 계좌로 총 2300만 원을 입금했다. A 씨는 이 중 1300만 원으로 테더코인을 샀다.

검찰은 A 씨가 2020년부터 주식 단체 채팅방을 운영하며 총 20억 원 규모의 거래를 해온 경력자라는 점을 배심원들에게 강조했다. 검사는 “보이스피싱 피해금이라는 의심을 충분히 할 수 있었음에도 수수료나 선물거래 수익을 위해 이를 외면했다”며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굳이 코인 선물거래를 부탁할 리 없다”고 주장했다.

A 씨 변호인은 “A 씨는 채팅방에서 ‘원 사장’이라는 닉네임의 인물로부터 코인 선물 거래 투자를 부탁받아 수락한 것”이라며 “환전해서 넘긴 게 아니라 실제로 투자를 했고, 1300만 원은 선물거래 끝에 전부 잃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계좌로 돈을 받은 사실과 1300만 원을 테더로 바꾼 것은 인정하지만, 범죄 조직과 연루된 사실은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점심 식사 직후 피해자와 A 씨에게 테더코인을 교환해 준 인물 등 증인 2명에 대한 신문을 진행했다. 이후 양측의 신문, 검사·변호사의 최종 변론, 피고인의 최후진술 순으로 재판이 진행됐다. 검찰은 A 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모든 변론이 끝난 뒤 배심원단은 평의를 거쳐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 양형 의견은 징역 1년 4명, 징역 1년 6개월 3명으로 나뉘었다. 이날 오후 10시께 재판부는 “피고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