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동화천에 사라진 ‘바나나 나무’...예산 낭비인가, 지역 볼거리인가?

김정원 기자 2026. 6. 1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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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청,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산책로 환경 개선 위해 매년 식재
SNS 등 주민 입소문에 이색 조경으로 ‘호평’
행감 때 지속적인 지적…결국 올해 예산 미편성
없어진 바나나 나무에 인근 주민들 ‘아쉽다’ vs ‘혈세 낭비 막아 다행’ 엇갈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구 북구 동화천 일대에 식재됐던 바나나 나무의 모습. 대구 북구청 제공

대구 북구 동화천 산책로의 여름철 명물로 자리 잡았던 '바나나 나무'가 올해는 자취를 감췄다. '대프리카'라는 대구의 별칭과 맞아떨어지는 이국적인 풍경으로 큰 호응을 얻기도 했으나, 구의회 등의 '예산 낭비' 지적을 넘지 못하고 결국 식재 사업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SNS 입소문 타며 '동화천 속 동남아' 호평

대구 북구청은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동화천 일대 산책로 환경 개선과 이색적인 볼거리 제공을 위해 매년 바나나 나무를 심어왔다. 동변교와 동화교 사이 산책로에 심어진 바나나 나무는 특유의 커다란 잎사귀로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풍기며, 자칫 밋밋할 수 있었던 산책로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주민들 반응 역시 호평이 대부분이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대구의 날씨와 열대 식물인 바나나 나무가 시각적인 조화를 이루며, 산책을 나온 주민들의 눈길까지 사로잡았다. 특히 SNS와 지역 커뮤니티에는 바나나 나무를 배경으로 찍은 인증 사진이 잇따라 올라오며 '동화천 속 작은 동남아', '우리 동네 이색 산책로' 등으로 입소문이 났다.

◆"매년 심고 베어내"…구의회 예산 낭비 지적과 무산

하지만 이러한 인기 이면에는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2022년 3천600만 원, 2023년 1천350만 원, 2024년 1천480만 원, 지난해 1천480만 원의 예산을 들여 매년 바나나 나무를 심었지만, 문제는 바나나 나무의 생존 한계였다. 매년 5월에 식재해 10월에 결실을 맺는 바나나 나무는 열대 식물이라는 특성상 한국의 겨울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얼어 죽기 일쑤였던 것.

이에 북구의회는 행정사무감사에서 이 같은 일회성 식재 방식을 도마 위에 올렸다. 매년 나무를 새로 심는 데 혈세를 반복적으로 투입하는 것은 전형적인 전시 행정이자 예산 낭비라는 것이 구의회의 일관된 지적이었다.

그럼에도 북구청은 주민들의 높은 만족도와 지역 명소화 효과를 내세우며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나무 구매와 식재에 드는 예산 대비, 관광객 유입과 주민 삶의 질 향상, 하천 경관 개선이라는 무형의 가치가 훨씬 크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꼬리를 무는 예산 효율성 논란과 구의회의 거듭된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북구청은 올해 본예산에 바나나 나무 식재를 위한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못했다. 4년 동안 이어져 온 동화천의 이색 프로젝트가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엇갈린 주민 반응…"지역 명물 아쉬워" vs "세금 낭비 막아 다행"

여름철 산책로 볼거리가 하루아침에 사라지자 주민들은 못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동화천으로 매일 저녁 운동을 나온다는 주민 최모(48)씨는 "매년 여름 큼직한 바나나 잎을 보며 걷는 것이 즐거움 중 하나였는데, 올해는 보이지 않아 산책로가 삭막해진 느낌"이라며 "주민들이 좋아하고 지역의 명물이 된 볼거리라면, 겨울철 보온 대책을 마련하거나 적정 예산을 들여서라도 유지하는 것이 진정으로 주민을 위한 행정이 아니겠느냐"고 토로했다.

반면, 반복되는 일회성 사업이 중단된 것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도 적지 않다. 북구 연경동 주민 이모(55)씨는 "아무리 볼거리가 좋다고 해도, 겨울이면 얼어 죽는 열대 식물을 굳이 세금을 들여 매년 심고 뽑기를 반복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며 "한 철 쓰고 버려지는 식물에 예산을 낭비하기보다는, 사계절 내내 유지되는 지속가능한 하천 환경 조성이나 수질 개선에 세금을 쓰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다"고 주장했다.

북구청 관계자는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속적인 지적과 사업비 부족으로 인해 올해는 계획이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 민선 9기 출범 이후에 여론을 지켜본 후 재추진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원 기자 k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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