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 끝낸 트럼프, 우크라이나로 시선 이동… “전쟁 끝낼 것” 러시아 압박
푸틴·젤렌스키 연쇄 접촉
“트럼프·푸틴 통화, 우호적이고 솔직”
미국과 이란 사이의 무력 충돌을 사실상 마무리 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곧바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본인 80세 생일을 기점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연쇄 회담을 가지며 중재를 위한 판을 깔았다. 러시아가 경제적 한계에 내몰린 상황을 파고들어 평화 협상 테이블로 양국을 끌어내려는 압박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글로벌 안보 시선이 다시 동유럽으로 쏠리며 4년 넘게 이어진 소모전이 중대 변곡점을 맞았다.

15일(현지시각) 주요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푸틴 대통령과 55분간 통화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필요성을 강하게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이란 평화 합의가 임박했음을 알리며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스티브 위트코프 등 미국 특사단도 조만간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80세 생일을 축하하며 화답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남에는 여전히 선을 그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두 정상의 통화가 우호적이고 솔직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젤렌스키 대통령과도 통화하며 평화 정착 방안을 밀도 있게 논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5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 정상회의나 미국에서 푸틴 대통령과 직접 만날 용의가 있다고 제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G7 기간 동안 푸틴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며 “유럽과 미국은 동의했지만 러시아는 대화할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다시 보여줬다”고 했다. 이는 대화를 거부하는 쪽에 책임을 묻고, 러시아가 대화에 응하지 않을 경우 서방에 강력한 지원을 요구하기 위한 명분 쌓기로 풀이된다.
이란전 종료는 러시아의 장기전 수행 능력을 근본적으로 흔들 대형 악재다. 러시아는 이란전 개전 이후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유가 불안과 해상 물류 혼란을 틈 타 서방 제재망을 피했다. 서방 국가들은 유가 폭등을 우려해 러시아산 원유 거래를 알면서도 강력하게 조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제재망을 우회하기 위해 러시아가 동원해 온 이른바 ‘그림자 선단’이 이란전 이후 완전히 노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스위크는 15일 전문가를 인용해 중동 평화가 러시아에 미칠 치명적 파급력을 강하게 경고했다. 뉴스위크는 “호르무즈 해협이 안정을 찾으면 러시아 화물은 위기라는 보호막을 잃게 된다”며 “석유 가격이 하락하면 서방 정부가 그림자 선단을 압박하고, 러시아 그림자 선단을 블랙리스트에 올릴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진다”고 지적했다.
전선 상황 역시 러시아에 갈수록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러시아군 진격 속도는 눈에 띄게 둔화했다. 당초 러시아 군 수뇌부는 올해 가을까지 돈바스 지역 미점령지를 완전 장악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지난 4월부터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가 순감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달부터 장거리 무기를 동원해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의 정유 시설을 연일 타격 중이다. 푸틴 대통령은 12일 우크라이나가 기반 시설을 공격해 러시아 경제와 사회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이례적으로 인정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경제에 관해 말하자면 그들은 확실히 우리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 정부는 전쟁 3년 차인 2024년부터 병력 손실을 메우려 징병 대상 연령 상한을 기존 27세에서 30세로 확대했지만, 이제 이마저 부족한 상태다.
미국의 유력 싱크탱크 전쟁연구소는 최근 분석에서 이 때문에 침략 전쟁을 묵인했던 러시아 내 핵심 도시 주민들의 암묵적인 지지에 균열이 가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소는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타격 작전은 러시아 국가적 생산 능력을 감소시키고, 러시아 에너지 운용 능력에도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치솟는 전쟁 비용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협상 테이블에 불려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다만 이것이 이번 미국과 이란 사례처럼 전면 평화 협정 타결로 즉각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예상했다. 러시아는 전략적 굴복을 노리고 우크라이나는 안보 보장 없이는 멈출 수 없다는 입장이 팽팽하다. 따라서 양측의 첫 만남은 완전한 종전보다는 현재 전선을 동결하고 서로의 핵심 에너지 시설 파괴를 멈추는 수준의 제한적 휴전안을 논의하는 데 집중될 공산이 매우 크다.
미 외교협회(CFR) 러시아 전문가 토머스 그레이엄은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모스크바 기류가 바뀌었다. 전장 상황이 달라졌고, 러시아 경제 문제가 쌓이면서 정치적 불만도 끓어오르고 있다”며 “러시아 지도부 내부 대화는 ‘우크라이나전을 어떻게 승리로 포장하느냐’에 맞춰져 있다”고 전했다. 다만 안보 보장이라는 핵심 쟁점도 남아 있다. 매튜 휘태커 주나토 미국대사는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강력한 안보 보장을 받으면 전선을 동결할 의향이 있음을 보여줬다”며 “푸틴 지도부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면 러시아산 원유 제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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