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이·왁뿌볼 사러 왔어요"...모처럼 웃는 동네 문구점
SNS서 광주 문구점 곳곳 '성지' 입소문
광산구 한 문구업체, 하루결제건 6배↑
학령인구 감소에 침체된 업계 '새 활력'

“청사과 왁뿌볼 있어요?”, “비누 크런치 슬랑이는 언제 들어오나요?”
지난 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송정동의 한 문구·완구용품점. 형형색색의 말랑이와 왁뿌볼이 가득한 진열대 앞에 젊은 손님들이 빼곡히 모여 있었다. 손님들은 휴대전화 화면을 번갈아 보며 인기 상품을 찾거나 제품을 손으로 주무르며 촉감을 확인했다. 원하는 제품이 없으면 직원에게 입고 날짜를 물어보기도 했다.
새학기와 어린이날 특수를 제외하면 비교적 한산했던 문구점이 최근 말랑이와 왁뿌볼을 찾는 손님들로 활기를 띠고 있었다. 찾아오는 이들도 어린이보다는 2030세대 성인들이었다.

학령인구 감소와 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침체를 겪던 광주지역 문구점들도 이 열풍의 수혜를 입고 있다. SNS를 통해 제품을 접한 소비자들이 직접 만져보고 구매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찾고 있어서다.
실제 이날 찾은 송정동 문구점은 인터넷상에서 ‘광주 왁뿌볼 성지’로 통한다. 네이버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등에는 매장 위치와 후기, 인기 제품 정보를 담은 게시물이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소개 영상은 수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곳은 원래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한 납품 비중이 높은 문구·사무용품 업체였지만 최근에는 말랑이와 왁뿌볼을 찾는 젊은 고객들의 발길이 크게 늘었다. 하루 결제건만 왁뿌볼 유행이던 한달 전에 비해 6배가 늘어났다.
정기종(55) 대표는 “예전에는 사무용품을 사러 오는 손님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말랑이와 왁뿌볼을 찾는 20~30대가 훨씬 많다”며 “인스타그램 게시물이 올라간 뒤에는 택시를 타고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까지 생겼다, 하루 결제 건수는 이전보다 5~6배 늘었고 주말이면 진열한 인기 상품은 오후면 대부분 동난다. 20년 넘게 장사했지만 이런 열풍은 처음”이라고 웃었다.
문구업계는 오랫동안 학령인구 감소와 온라인 쇼핑 확산이라는 이중고를 겪어왔다. 새학기와 어린이날을 제외하면 손님이 몰리는 시기를 찾기 어려웠고, 문구류 구매가 온라인과 대형마트로 이동하면서 동네 문구점들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갔다.
정 대표는 “예전에는 새학기 시즌이나 어린이날 정도가 돼야 매장이 북적였는데 요즘은 평일에도 젊은 손님들이 꾸준히 찾는다”며 “한동안 침체됐던 문구업계에 오랜만에 활기가 돌고 있다는 걸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 처음에는 말랑이와 왁뿌볼이 진열대 한 면만 차지했는데 수요가 계속 늘면서 매대를 확장했다. 지금은 1층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은 김지민(23)씨는 “포털사이트에 ‘광주 왁뿌볼’을 검색하면 나오는 곳 중 하나라 찾아왔다”며 “충장로와도 가까워 들렀는데 비누 크런치 말랑이가 하나 남아 있어 바로 구매했다”고 말했다. 이어 “성인이 된 뒤 문구점을 찾은 적이 거의 없는데 말랑이를 사려고 돌아다니다 보니 눈에 보이는 문구점은 거의 다 들어가 본 것 같다”고 웃었다.
이곳 직원 김모(56)씨는 “원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는 성인 손님 비중이 확실히 늘었다”며 “슬라임은 꾸준히 수요가 있었는데 말랑이나 왁뿌볼 구매율은 지난해보다 한 30% 늘었고, 평일에도 관련 상품을 찾는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오랜만에 매장이 활기를 되찾은 것 같다”고 밝혔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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