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LA서 뉴질랜드와 첫 경기 무승부…반체제 시위 등장해 어수선한 분위기

김희국 기자 2026. 6. 16.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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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옛 팔레비 왕조 시절 국기(왼쪽)와 현 국기를 든 관중들. 로이터연합뉴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미국 1박 제한 비자’를 받은 이란(20위)이 뉴질랜드(85위)와 무승부를 기록했다. 경기장 안팎에서는 이란계 미국인들의 엇갈린 반응이 터져 나와 어수선했다.

이란은 1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질랜드와 월드컵 조별리그 G조 1차전에서 2-2로 비겼다. 승점 1씩을 나눠 가진 이란과 뉴질랜드는 앞서 1-1로 비긴 벨기에, 이집트와 승점은 같지만, 다득점에서 앞서 조 상위권에 자리했다.

통산 7번째 월드컵 본선 출전인 이란은 우여곡절 끝에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란은 지난 2월 28일 개최국 미국과 전쟁을 치르게 돼 조별리그 3경기를 미국 밖에서 열어달라고 요청했으나 FIFA가 받아들이지 않아 대회 준비 과정에서 혼란을 겪었다. 대회 기간에는 훈련 거점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멕시코 티후아나로 옮겼고, 매 경기 전날 미국에 입국해 경기를 치른 뒤 곧바로 멕시코로 돌아가는 일정을 소화한다.

이란이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국의 무패 행진도 이어졌다.

이날 경기장 안팎에는 수많은 이란계 관중이 모여들었다. 일부는 경기 시작 전 황금 사자와 태양이 그려진 옛 팔레비 왕조 시절 국기를 흔들며 현 이슬람 정권에 대한 반대 의사를 피력했고,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Make Iran Great Again)이라는 구호가 새겨진 피켓을 들기도 했다.

또 다른 시위대는 정치와 축구를 분리하자고 외치며 행진했다. 일부 팬은 이란 축구팀을 응원하는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시위대가 이들을 향해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LA는 미국에서도 이란계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도시다. 대다수가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팔레비 왕조가 축출된 뒤 망명을 왔다. 이 때문에 현 정권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큰 편이다.

경기장 내에서도 정치적인 메시지는 이어졌다. FIFA가 경기장 내 이란 옛 국기 반입을 금지했지만, 관중석 곳곳에서 해당 국기가 포착됐다.

골대 뒤에 앉아있던 관중 8명은 미국의 공습으로 이란 미나브 지역 학교에서 아동 168명이 사망한 사건을 규탄하며 ‘미나브(MINAB)168’이라는 문구를 들어 올려 눈길을 모았다. 이 배너는 추후 압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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