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내다판 미국 부자들...현금 들고 향한 곳은

김세은 2026. 6. 1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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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초고액 자산가들이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고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시장 변동성 확대와 인플레이션 우려, 자산 고평가 부담이 겹치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를 떠난 자금은 부동산과 미술품 등 대체자산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추세다.

13일(현지시간) 금융 전문 매체 머니와이즈가 인용한 골드만삭스 설문조사에 따르면, 투자 가능 자산 100만달러(약 15억원) 이상을 보유한 미국 고액 자산가들은 지난해 순자산의 약 20%를 현금 및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은 월가의 대표적인 거물급 투자자의 행보에서도 드러난다. 워런 버핏 전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회사 현금 보유액을 3,817억 달러(약 577조원)까지 늘렸다. 

억만장자 벤처 투자자인 피터 틸 역시 지난해 헤지펀드를 통해 약 1억 달러(약 1500억원) 규모의 엔비디아 지분을 매각했다. 엔비디아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음에도 인공지능(AI) 자산의 과열 가능성을 경계해 선제적으로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유동성을 확보한 자산가들은 현금을 쌓아두는 데 그치지 않고 부동산·미술품 등 대체자산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특히 기술(IT)과 접목해 투자 문턱을 낮춘 플랫폼들이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부동산 분야에서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투자해 화제가 된 부동산 투자 플랫폼 ‘어라이브드’나 중개 수수료를 없애고 기관 투자가 수준의 매물에 직접 투자하는 ‘라이트스톤 다이렉트’ 등이 신규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전통적인 가치 보존 수단으로 평가받아온 고가 미술품 시장 역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조사에 따르면, 고액 자산가 컬렉터들은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미술품의 자산 가치를 신뢰하며 평균적으로 전체 자산의 약 20%를 예술품에 배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미술품 투자는 폐쇄적인 인프라를 독점한 극소수 부유층만의 전유물이었으나, 최근에는 ‘마스터웍스’ 같은 분할 소유 플랫폼의 등장으로 문턱이 낮아졌다. 피카소, 장미셸 바스키아, 뱅크시 등 거장들의 작품 지분을 쪼개어 매입하는 방식으로, 마스터웍스가 지금까지 매각한 25개 작품의 연평균 수익률은 14~17%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무역 관세 리스크와 증시 고평가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업계는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자산가들의 유동성 확보 움직임과 새로운 대체투자처로의 자금 이동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세은 인턴기자 seni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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