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빛나는 신민아, 빛 바랜 서스펜스…절반의 성취 그친 '눈동자'

시력을 잃어가는 사람이 느끼는 원초적 공포가 스크린을 찢고 나온다. 영화 '눈동자'는 두려움의 한가운데서 자신만의 다채로운 얼굴을 증명해 낸 배우 신민아의 저력을 확인하는 무대다. 하지만 홀로 극의 잡고 묵묵히 끌고 가는 배우의 분투에도 불구하고,다소 헐겁게 느껴지는 연출과 기시감은 아쉬움을 남긴다.
'눈동자'는 유전병으로 시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서진이 쌍둥이 동생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파헤치다 그 실체와 마주하게 되는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로 스페인 작품인 '줄리아의 눈'을 원작으로 한다.
신민아는 이번 작품에서 시력을 잃어가는 사진작가 '서진'과 쌍둥이 동생인 도예가 '서인'을 맡아 1인 2역에 도전했다. 디테일의 차이로 두 인물을 분리하는데 성공한 신민아는 스크린 속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시력을 점차 잃어가며 변화하는 섬세한 눈동자 연기는 압권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근원적이고 원초적인 두려움은 스크린을 넘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극을 이끌어가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은 서진이 처한 두 가지 층위의 공포다. 스토킹 범죄에 노출된 피해자로서의 공포와 점차 시력을 잃어가는 자의 두려움이 교차하고 충돌하며 극 내내 관객의 숨통을 조인다. 여기에 쌍둥이 동생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파헤치려는 서진의 처절한 고군분투, 몸을 사리지 않는 신민아의 액션이 더해져 전반부의 흡입력은 매끄럽게 유지된다.

무엇보다 진실의 실체가 밝혀지는 클라이맥스는 '눈동자'에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지점이다.
특정 인물의 내면이 붕괴되고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은 스릴러의 서늘함보다는 지나치게 연극적인 '역할극'처럼 소비된다. 덕분에 장르적 쾌감을 선사해야 할 순간에 도리어 몰입이 깨지며, 인물의 감정선은 관객의 공감과 설득력을 얻는 데 실패하고 만다.
감독이 의도했다고 밝힌 명작들의 오마주 역시 양날의 검이 되는 모양새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사이코',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 반종 피산다나쿤의 '셔터'를 노골적으로 떠오르게 하는 장면들은 관객에게 반가움보다는 기시감을 안긴다.

'눈동자'는 어떤 장르에 던져놓아도 제 몫을 해내는 신민아의 재발견이라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그 이상의 묵직한 장르적 쾌감을 남기는 데는 미치지 못했다.
영화 '눈동자'. 염지호 감독 연출. 배우 신민아, 김남희, 이승룡, 김영아 출연. 러닝타임 105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6년 6월 24일 극장 개봉.
YTN star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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