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우 교수 "원화 스테이블코인 준비보다 도입 먼저…늦어지면 통화주권 잃을 수도"

"지금은 준비보다 도입이 먼저입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들어가야 할 자리를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차지하게 되면 디지털 통화주권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조재우 한성대 교수는 16일 머니투데이방송(MTN)과의 인터뷰에서 "우려되는 문제를 걱정하고 준비만 하다가 적기를 놓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시장을 선점하게 되면 디지털 통화 주권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지금 제기되는 여러 우려보다 훨씬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정작 이에 대한 대응 수단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논의는 사실상 멈춘 상태다. 지난해에는 은행권과 핀테크 업계 간 발행 주체를 둘러싼 이견으로 논의가 지연됐고, 올해 들어서는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의 지분 제한 문제 등이 맞물리며 금융당국의 제도 마련 작업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은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기 위한 입법과 규제 체계를 정비하며 시장 육성에 나서고 있다. 현재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 역시 달러 기반 자산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국제 결제와 송금 분야를 중심으로 활용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조 교수는 한국이 주요국 대비 상당히 뒤처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보다는 약 10년, 유럽보다는 5년 정도 뒤처져 있다고 본다"며 "미국과 유럽은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등장한 스테이블코인을 억제하기보다 제도 안에서 관리하고 육성하는 방향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2019~2020년 무렵 등장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사실상 그림자 규제를 적용하면서 산업 성장 기회를 놓친 측면이 있다"며 "지금은 논의 단계에 머무르기보다 빠르게 도입하고 시장을 보면서 제도를 다듬어 가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구현 자체는 기술적으로 큰 난관이 없다고 진단했다. 블록체인 기반 토큰 발행 기술은 이미 충분히 성숙한 단계에 도달했으며, 실제 사업화 과정에서는 기술보다 준비금 관리 체계와 이용자 신뢰 확보가 더욱 중요한 과제라는 설명이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술은 이미 충분히 성숙한 상태"라며 "핵심은 발행 기술 자체가 아니라 준비금 관리와 이용자 신뢰 확보에 있다"고 말했다.
보안 문제에 대해서도 현재 기술 수준으로 상당 부분 대응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확한 보안 규칙과 내부 통제가 이뤄진다면 현재 기술만으로도 충분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다만 해킹 사고와 같은 비상 상황에 대비해 의심 계정을 신속하게 추적하고 자산 이동을 차단할 수 있는 기술적·제도적 체계는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준비금 운용과 관련해서는 국채에만 한정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준비금을 반드시 국채로만 구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예금이나 우량 회사채, 지방채 등 안정성과 환금성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자산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주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도 시장 환경에 따라 다양한 자산을 활용해 준비금을 운용해 왔다"며 "중요한 것은 자산 종류보다 안정성과 환금성을 확보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조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국내 가상자산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되면 국내 가상자산 산업의 글로벌화도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국제적 위상 역시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금융권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디지털 금융 혁신을 이끌 수도 있고, 반대로 현재의 사업 구조를 유지하는 데 머물 수도 있다"며 "결국 새로운 금융 환경에 대한 적응 속도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