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단양에서 만난 또 하나의 배구 이야기,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의 무대...2026 한국실업배구연맹 & 프로배구 퓨처스 챔프전

【발리볼코리아닷컴=김정훈 스포츠평론가】 충북 단양군 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2026 한국실업배구연맹 & 프로배구 퓨처스 챔프전을 찾았다. 서울에서 결코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다. 몇 시간을 달려 도착한 작은 체육관은 겉보기에는 평범한 지방 체육시설에 불과했지만, 코트 위에서 펼쳐진 선수들의 열정은 그 어떤 화려한 프로 경기장에도 뒤지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퓨처스 챔프전은 비시즌 이벤트 정도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바라본 이 대회는 선수들의 꿈과 도전이 이어지는 무대였다. 출전 기회를 기다리는 프로 유망주들에게는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자리였고, 백업 선수들에게는 성장의 발판이었다. 동시에 실업팀 선수들에게는 다시 프로 무대를 향한 희망을 이어가는 중요한 도전의 장이었다.
특히 여자 실업배구는 한국 배구계에서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프로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들, 프로 생활을 마감해야 했던 선수들, 그리고 아직 배구를 포기할 수 없는 선수들에게 실업팀은 또 하나의 기회를 제공한다. 선수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공간이자, 언젠가 다시 프로 무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하는 '두 번째 출발선'인 셈이다.
최근 프로 무대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실업팀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선수들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실업배구는 단순히 선수들의 종착지가 아니다. 오히려 재도약을 준비하는 과정에 가깝다. 실제로 실업 무대를 거쳐 다시 프로 무대로 복귀하는 사례들은 지금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현대건설 세터 구솔이다. 실업팀에서 경쟁력을 키운 뒤 프로로 돌아온 그는 이번 대회 준결승에서도 안정적인 경기 운영과 적극적인 플레이로 팀의 결승 진출에 힘을 보탰다. 그의 활약은 실업배구가 단순한 대안이 아니라 선수 성장의 중요한 과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하지만 이날 가장 큰 울림을 준 경기는 GS칼텍스와 수원시청의 준결승전이었다.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면 프로 챔피언 GS칼텍스의 우세가 예상됐다. 그러나 코트 위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수원시청 선수들은 이름값에 주눅 들지 않았다.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조직력과 집중력으로 경기를 주도했다. 베테랑 김나희를 비롯해 윤영인, 백채림, 김현정 등은 흔들림 없는 경기 운영으로 팀을 이끌었고, 선수들은 매 순간 몸을 던지며 공 하나를 살려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선수는 고민지였다. 현대건설을 떠난 뒤 실업 무대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신장의 한계를 노력으로 극복하고 있었다. 과감한 공격과 헌신적인 수비, 그리고 경기 흐름을 바꾸는 강력한 서브는 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연속 서브 득점이 터질 때마다 체육관의 분위기가 달라졌고, 벤치와 관중석의 응원도 더욱 뜨거워졌다.

결국 수원시청은 GS칼텍스를 세트스코어 3-0으로 완파하며 결승에 올랐다. 단순한 이변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그것은 실업배구 선수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자신들의 기회를 준비하고 있는지를 보여준 증거였다.
스포츠는 종종 승자와 패자의 이야기로 기록된다. 그러나 단양에서 만난 배구는 조금 달랐다. 그곳에는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한 번의 실패로 꿈을 접지 않은 선수들, 다시 기회를 얻기 위해 묵묵히 땀 흘리는 선수들, 그리고 여전히 더 높은 곳을 향해 도전하는 선수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프로 무대의 화려함 뒤에는 이런 선수들의 노력이 존재한다. 그리고 한국 배구가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프로 리그뿐 아니라 실업배구라는 든든한 토대 역시 함께 주목받아야 한다.
단양에서 확인한 것은 단순한 경기 결과가 아니었다. 그것은 '끝났다고 생각되는 순간에도 새로운 시작은 가능하다'는 사실이었다. 실업배구는 오늘도 누군가에게 두 번째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그 기회는 또 다른 감동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칼럼은 스포츠평론가 김정훈이 기고 한 글 입니다. 외부 칼럼의 경우 본지 편집 방향과 맞지 않을 수 도 있는 점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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