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보느니 다 같이 본다? 금요일 오전 10시 경기에 '딜레마'

손종욱 기자 2026. 6. 1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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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는 업무 지장 없는 선에서 유연하게 시청 허용
현대차 엄격 통제·LG는 단체 관람에 이벤트까지
12일 월드컵 A조 한국과 체코 경기가 열린 가운데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타워에서 GS리테일 임직원들이 응원하는 모습. 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이 개막하면서 기업들이 이른바 ‘월드컵 딜레마’에 빠졌다. 한국 대표팀의 주요 예선 경기가 직장인들의 핵심 근무 시간대인 평일 오전 10시에 열리기 때문이다. 업무 몰입도를 유지해야 하지만 모바일 시청을 일일이 통제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주요 대기업부터 금융·유통업계까지 저마다 다른 대처법을 내놓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은 사내 근무 유연성이나 엄격한 근태 규정에 따라 각기 다른 노선을 택했다.

삼성전자는 직원들이 경기를 볼 수 있게 허가하고 있다. 수원 본사 각 건물 로비와 강당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중계하며, 사내 업무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시청하도록 배려했다. SK그룹은 사내 유연근무제 덕에 조용히 넘어가는 분위기다. 다가오는 19일 경기의 경우 주요 계열사들이 도입한 ‘격주 주 4일 근무제(휴무 금요일)’와 겹쳐 각자 업무를 조율하거나 휴가를 내고 시청할 전망이며, SK하이닉스는 사내 결과 예측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깐깐한 '원칙주의'를 고수했다. 사내 축구단이 주최한 일회성 단체 관람 행사가 열렸으나, 현대차는 참여 직원들에게 이동 시간을 포함한 관람 시간 전체를 근무 시스템상 '비(非)근로시간'으로 명확히 입력하라는 엄격한 지침을 내렸다. 반대로 LG그룹은 적극적인 소통의 장을 열었다. 여의도 트윈타워 사내 식음공간인 '야구펍'을 개방해 단체 관람을 진행했고, 용산 LG유플러스 사옥에서는 대형 모니터와 간식을 제공하며 베스트드레서에게 팀 회식비를 지원하는 이벤트를 펼쳤다.

금융권은 대규모 단체 응원이나 부서별 지원을 통해 월드컵 열기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여의도 본사 외벽에 초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인근 직장인들의 단체 관람을 주도했으며, 12일 첫 경기 관람 당시 약 4000명(경찰 추산)의 인파가 몰려 성황을 이뤘다. OK금융그룹은 대규모 집합 방식 대신 부서별 자율 응원전을 택했다. 각 사무실에서 편하게 경기를 볼 수 있도록 임직원 1인당 1만 5000원의 간식비를 지원했으며, 최윤 회장도 직원들과 격의 없이 어우러져 결승골의 기쁨을 나누는 등 사내 소통을 강화했다.

고객 트렌드에 민감한 유통·식품업계는 일찌감치 월드컵을 사내 단합과 사기 진작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다. 패션그룹형지는 사내 응원전인 '회장님이 쏜다' 이벤트를 열고 최준호 부회장이 직접 치킨과 피자를 주문해 직원들과 함께 즐겼다.

GS리테일은 역삼동, 문래동 등 전국 주요 사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12개 지역 사무소에서는 붉은색 드레스코드를 맞춘 응원전을 펼쳤다. 이랜드월드 임직원 400여 명은 연구개발센터 대회의실에 모여 단체 관람을 진행했다. 농심과 다이닝브랜즈그룹(bhc)도 사내 강당에서 치킨 등 간식을 나누며 열띤 응원전을 벌였고, CJ프레시웨이는 본사 구내식당에 약 500인분 규모의 특식을 제공했다.

이 밖에도 오비맥주가 주요 스포츠펍을 '카스 뷰잉펍'으로 꾸미고 맥도날드가 스코어 맞추기 이벤트를 연 가운데, 한국코카콜라는 임직원과 소비자로 구성된 70여 명의 원정 응원단을 아예 경기 현장인 멕시코로 파견하기도 했다.

손종욱 기자 handb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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