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살리는 헌혈자들… 이 시대가 기억해야 할 진정한 영웅[고맙습니다]

2026. 6. 1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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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맙습니다 - 헌혈은 가장 가치있는 생명 나눔
게티이미지뱅크

많은 사람에게 6월은 호국보훈의 달로 기억되지만, 세계적으로는 생명을 살리는 헌혈에 감사와 존경을 전하는 뜻깊은 시기이기도 하다. 지난 6월 14일은 세계 헌혈자의 날이었다. 그러나 이 특별한 날의 의미를 알고 있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세계 헌혈자의 날은 ABO 혈액형을 발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카를 란트슈타이너 박사의 생일을 기념해 2004년 제정됐다. 우리나라도 2021년부터 법정기념일로 지정해 헌혈 문화 확산과 생명 나눔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있다.

헌혈은 의료기술로 대체할 수 없는 유일한 생명 나눔이다. 첨단 의학이 발전한 오늘날에도 혈액만큼은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다. 또한 혈액은 장기간 보관이 어려워 꾸준한 헌혈 참여가 필수적이다.

적혈구는 약 35일, 혈소판은 5일 정도만 보관할 수 있어 혈액은 항상 안정적으로 확보돼야 한다. 교통사고 환자와 응급수술 환자, 백혈병 환자와 각종 중증 질환자들은 수혈을 통해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헌혈 한 번이 누군가에게는 삶과 죽음을 가르는 희망이 되는 이유다.

우리 사회는 위기의 순간마다 헌혈의 가치를 몸소 보여주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외출조차 조심스러웠던 시기에도 많은 국민은 묵묵히 헌혈의 집을 찾았다. 감염병 확산 우려로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렸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는 혈액 부족 위기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됐다. 각종 재난과 사고 현장에서도 수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름 없이 생명 나눔을 실천한 헌혈자들의 헌신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인구 구조 변화가 혈액 수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헌혈의 중심축이었던 10∼20대 인구가 감소하면서 헌혈 참여 기반도 점차 약화되고 있다.

반면 의료기술의 발전과 고령 인구 증가로 수혈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혈액 수요는 증가하는데 공급 기반은 줄어드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한 것이다. 실제로 헌혈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젊은 층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경우 혈액 수급 불안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정 연령층에만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폭넓은 국민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 젊은 세대에 대한 헌혈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건강한 중장년층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 또한 헌혈이 일회성 캠페인이 아니라 일상적인 사회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대한적십자사는 헌혈자 예우 강화와 헌혈 문화 확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다회 헌혈자에 대한 사회적 존중 문화를 조성하고, 헌혈 공가 제도 확대와 공공시설 이용 혜택 등 실질적인 지원 방안 마련을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제도 개선을 건의하고 있다. 아울러 헌혈의 집과 헌혈버스를 확대 운영하고, 혈액 안전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해 국민 누구나 안심하고 헌혈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헌혈은 거창한 희생이 아니다. 건강한 사람이 잠시 시간을 내어 실천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생명 나눔이다. 누군가의 헌혈이 누군가의 내일을 지켜 준다. 세계 헌혈자의 날을 맞아 우리 모두가 생명 나눔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길 바란다. 오늘도 조용히 팔을 걷어붙이며 생명을 살리는 헌혈자들이야말로 이 시대가 기억해야 할 진정한 영웅이다.

전원균(전 대한적십자사 서부적십자혈액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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