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이란 종전 합의 후폭풍…美 강경보수 “사실상 항복” 맹공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하자 미국 강경 보수진영에서 “그럼 전쟁은 왜 했냐”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란 핵 포기는커녕 제재해제 등 이란에 득되는 것만 갖다 바쳤다는 비판인 것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지지기반인 보수 강경파 진영에서 거센 반발이 확산하고 있는 게 주목된다.
이번 합의가 이란에 지나치게 유리한 내용이라는 비판과 함께 합의문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가장 먼저 우려를 표명한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이다. 그레이엄 의원은 1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합의에 대한 이란 측 설명이 미국 협상팀의 주장과 다른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향후 이란과 최종 합의가 체결될 경우 의회의 비준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레이엄 의원의 발언은 비교적 신중한 수준이었지만,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훨씬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보수 논객 에릭 에릭슨은 “트럼프는 이란에 항복했다”며 “미국인을 죽인 사람들이 이번 합의를 반길 것”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JD 밴스 부통령이 “이란 지도부가 47년간 이어진 대미 적대 행위에 유감을 표명했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문을 구하는 인물로 알려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마크 티센 역시 이번 합의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2015년 이란 핵합의를 연상시킨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밴스 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이란이 합의를 이행할 경우 최대 3000억달러 규모의 재건 자금에 접근할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데 대해 “어떤 상황에서도 이란에 3000억달러를 제공하는 것은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보수 성향 매체 내셔널리뷰도 사설을 통해 “합의문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합의가 미국을 오바마 시대의 이란 핵합의 체제로 되돌릴 수 있다고 지적하며, 그동안 강경 대이란 노선을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비교할 때 정치적 굴욕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란과의 무력 충돌을 적극 지지해 온 폭스뉴스 진행자 마크 레빈도 “왜 우리는 그 빌어먹을 MOU를 볼 수 없는가”라며 합의문 공개를 요구했다.
공화당 내 강경파들은 협상 초기부터 이란 정권을 신뢰할 수 없다며 외교적 타협보다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을 활용해 이란을 제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 때문에 핵 문제를 후속 협상으로 미룬 채 종전에 초점을 맞춘 이번 합의에 대해 보수 지지층의 불만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쟁 종결을 서둘렀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핵심 지지층 내부에서 “전쟁의 성과가 무엇이냐”는 회의론이 확산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쟁을 감수하고도 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선거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도 합의 내용 공개를 요구하며 공세에 가세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통해 “트럼프의 전쟁으로 미국이 실제로 얻은 것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란 정권은 여전히 급진적이고,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이전보다 더 큰 이란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으며, 에너지 가격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이어 “미국 국민은 합의의 세부 내용을 알 권리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합의 내용을 공개하고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한 이번 합의가 단순한 휴전이 아니라 이란과의 갈등을 영구적으로 종식시키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이란 종전 합의가 전쟁 종식을 위한 외교적 성과인지, 아니면 이란에 양보한 정치적 타협인지에 대한 논란은 합의문 공개 여부와 후속 핵협상 결과에 따라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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