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이 “직접 쓰겠다”고 하면 세입자는 그냥 나가야 할까?

2026. 6. 16.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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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형의 밸류업 클래스
주택 실거주 갱신거절과 상가 권리금 보호, 최신 판례로 보는 임대차 대응법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부동산 주치의 배준형 수석전문위원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집주인이나 건물주가 “내가 직접 쓰겠다”고 주장할 때, 세입자가 어떤 권리를 가질 수 있는지 최신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직접 쓰겠다”는 말 한마디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주택이든 상가든, 임대인의 주장이 법적으로 인정되려면 그 진정성과 구체적인 사정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한 경우 임차인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주택과 상가는 법리가 조금 다릅니다.

주택에서는 임대인이나 직계존비속의 실거주가 계약갱신 거절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상가에서는 임대인이 직접 장사하겠다는 이유만으로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박탈할 수 없습니다. 이 차이를 정확히 이해해야 불필요한 분쟁을 피할 수 있습니다.

(AI 생성 이미지)

주택 임대차: 실거주 의사는 집주인이 증명해야 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합니다. 이는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위한 핵심 권리입니다.

다만 이 권리가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임대인이 본인 또는 직계존비속의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예외가 인정됩니다.

문제는 이 예외가 남용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집주인이 실제로 살 생각은 없으면서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해 “내가 들어와 살겠다”고 말한다면, 임차인 보호라는 법의 취지는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실거주 갱신거절의 요건과 한계를 구체적으로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핵심은 분명합니다.

실거주 의사가 진짜인지에 대한 증명책임은 임대인에게 있습니다. 단순히 “내가 살겠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법원은 여러 사정을 종합해 실제 거주 의사가 있었는지를 판단합니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임대인의 거주 상황과 가족 구성, 직장이나 학교 등 생활 기반의 위치, 주민등록 이전 계획과 이사 준비 여부, 그리고 실거주 주장과 모순되는 행동이나 발언이 있었는지 등을 함께 살펴봅니다.

예를 들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해 놓고 실제로 입주하지 않은 채 제3자에게 다시 임대하거나, 실거주 의사 자체가 허위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드러난다면 문제가 됩니다. 이 경우 임차인은 법에서 정한 요건에 따라 이사 비용, 새 주거지 계약 비용 차액 등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택 임차인이라면 집주인의 실거주 통보를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통보가 진정한 실거주 의사에 따른 것인지, 그리고 이후 실제로 그 집에 거주했는지를 확인하는 일입니다.

상가 임대차: 직접 장사하겠다는 이유만으로 권리금을 빼앗을 수 없다

상가 임대차에서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임대인이 “내가 직접 장사하겠다”고 말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박탈할 수는 없습니다.

상가 임차인에게 권리금은 단순한 금전이 아닙니다. 수년간의 영업을 통해 한 걸음씩 쌓아온 실질적인 자산입니다. 시설 하나하나에 들인 투자, 발품을 팔아 확보한 단골, 그 자리에서 버텨온 시간과 신뢰가 모두 권리금이라는 이름으로 응축되어 있습니다.

이를 임대인의 일방적인 영업 계획만으로 빼앗는 것은 법이 보호하려는 임차인의 정당한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권리금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시설권리금은 인테리어와 집기 등 임차인이 투자한 시설의 가치입니다. 바닥권리금은 해당 상권의 입지와 유동인구, 위치 자체의 가치입니다. 영업권리금은 단골 고객층, 거래처, 브랜드 인지도 등 영업활동을 통해 형성된 무형의 가치입니다.

대법원은 최근 판결에서 임대인이 직접 영업할 계획이라는 이유만으로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 체결을 거절하는 것은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여기서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임대인이 “누가 와도 계약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 체결을 거절하겠다는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한 경우입니다. 이런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임차인이 실제로 새 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았더라도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즉, 임차인에게 의미 없는 절차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입니다. 임대인이 이미 누구와도 계약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면, 임차인이 형식적으로 새 임차인을 찾아와야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입니다.

 

주택 임차인이 해야 할 일

주택 임차인이라면 집주인으로부터 계약갱신 거절 통보를 받는 즉시 그 내용을 문서로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구두 통보만으로는 나중에 다툼이 생겼을 때 입증이 어렵습니다.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이메일, 내용증명 등 어떤 방식이든 좋습니다. 핵심은 “언제, 어떤 이유로, 누가 갱신을 거절했는지”가 기록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 이후에는 집주인이 실제로 해당 주택에 입주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주민등록 이전 여부, 실제 거주 정황, 제3자 임대 여부 등을 날짜별로 정리해 두면 분쟁이 생겼을 때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만약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해 놓고 실제로는 입주하지 않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임대한 정황이 확인된다면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상가 임차인이 해야 할 일

상가 임차인이라면 건물주가 “내가 직접 장사할 것이다” 또는 “새 임차인은 들이지 않겠다”고 말하는 순간부터 증거 확보에 들어가야 합니다.

현장에서 녹취를 하거나, 문자·카카오톡으로 다시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단순한 대화로 흘려보내지 말고, 임대인의 의사를 객관적인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또한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려 한 과정도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언제 누구를 소개하려 했는지, 임대인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계약 체결을 거절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날짜별로 기록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기록들이 나중에 권리금 손해배상 청구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 “내가 쓸 거야”라고 말하는 순간, 많은 세입자들이 위축된 채 아무 대응도 하지 못하고 물러납니다. 하지만 최신 판례의 흐름은 분명합니다.

주택에서는 임대인이 자신의 실거주 의사가 진정한 것임을 스스로 설명하고 입증해야 합니다. 상가에서는 직접 영업 계획만으로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빼앗을 수 없습니다.

다만 법이 언제나 자동으로 임차인을 보호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권리를 주장하려면 통보 내용, 대화 기록, 신규 임차인 주선 과정, 실제 거주 여부 등 필요한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억울하게 쫓겨나거나 수년간 쌓아온 권리금을 포기하기 전에 반드시 전문가와 먼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계약 만료 최소 6개월 전부터 움직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선택지는 줄어듭니다.

배준형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 수석전문위원(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

* 본 칼럼은 작성자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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