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보베르데 ‘마흔살 수문장’, 스페인 슈팅 27개 막았다…감격의 0-0
비비시 “최근 월드컵 최대 이변”

아프리카 서쪽 대서양 인구 52만 명의 작은 섬나라 카보베르데가 월드컵 데뷔 무대에서 우승후보와 비겼다. 외신은 이번 월드컵 최대의 이변으로 꼽고 있다.
국제축구연맹 랭킹 67위 카보베르데는 16일(한국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골키퍼 보지냐와 수비진의 철벽방어로 ‘무적함대’ 스페인과 0-0으로 비겼다.
전력과 선수들의 이름값을 고려하면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카보베르데는 스페인보다 크게 떨어진다. 스페인(피파 2위)은 이번 대회 우승후보 1순위로 꼽히며, 이날 후반 부상에서 회복한 라민 야말(바르셀로나)까지 투입했다. 하지만 세계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스타 플레이어들도 카보베르데의 수비벽을 뚫을 수 없었다.
월드컵 출전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되지 않았다면, 본선에 오르지 못했을 팀으로 꼽히는 카보베르데는 대서양에 있는 15개의 섬으로 이뤄진 군도 국가다. 500여년간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를 받다 1975년에야 독립했고, 1986년에 피파에 가입했다. 이번 대회 출전국 가운데 가나(73위), 퀴라소(82위), 아이티(83위), 뉴질랜드(85위) 등에만 피파 랭킹에서 앞설 정도다.
하지만 이번 아프리카 예선 D조에서 강호 카메룬을 제치고 조 1위(7승 2무 1패)를 차지하는 괴력을 선보였고, 대회 직전 평가전에서도 녹록지 않은 실력을 발휘하며 세계 축구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실제 이날 초호화 군단인 스페인을 맞아 승점 1을 따내면서 최대 이변(비비시)을 만들었다.

카보베르데는 이날 점유율(38%-62%), 슈팅(6개-27개)에서 크게 밀렸지만, 끈끈한 조직력과 몸을 던지는 육탄 방어로 스페인의 맹폭을 견뎌냈다.
이날 스페인은 804개의 패스를 시도해 745개를 성공(93%)시켰지만 전반 30분까지 이렇다 할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대회 득점왕 후보로 꼽힌 미켈 오야르사발은 이때까지 공 한번 터치하지 못했다.
전반 38분에야 페드리의 슈팅이 나왔지만 40살에 월드컵 무대에 데뷔한 포르투갈 2부 차베스 소속인 보지냐의 손끝을 넘어서지 못했다. 특히 전반 41분 골문 바로 앞에서 페란 토레스가 강력하게 찬 공은 골 가로대를 맞고 튕기는 등 골대도 카보베르데의 편이었다.

스페인의 루이스 데라푸엔테 감독은 결국 부상에서 회복한 라민 야말을 후반 중반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보지냐 골키퍼와 거미손과 카보베르데 선수들의 투혼에 막혀 결정타를 생산하지 못했다.
보지냐는 이날 스페인의 파상 공세를 7차례의 세이브로 걷어내는 등 영웅으로 떴고, 카보베르데 필드 플레이어는 혈전을 펼치면서도 단 한 개의 파울만 범하는 등 놀라운 철의 규율을 선보였다.
경기 뒤 카보베르데 선수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환호했고, 불혹의 나이에 월드컵 무대에 선 보지냐도 종료 휘슬이 울리자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은 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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