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빵맛 다 잡은 신품종 ‘백경’…‘밀 자급률’ 견인 기대
제빵 가공적성·단수 모두 우수
외국산 밀과 비교해 손색 없어
국내 제빵업계 대체 가능 평가
농진청, 2029년 농가 보급 예정

‘드르르르릉.’
11일 오전 전북 김제시 진봉면의 한 밀 경작지. 황금빛으로 익은 1㏊ 규모의 경작지 이곳저곳을 콤바인이 큰 소리를 내며 부지런히 오갔다. 콤바인이 지나간 자리엔 짧게 잘린 밀 그루터기가 드러났고, 기계 안으로는 잘 여문 밀알이 쏟아져 들어갔다. 이곳에 심은 밀은 ‘백경’으로 농촌진흥청이 2024년 개발했다.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 관계자는 “‘백경’ 밀 품종을 민간과 협력해 수확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밀가루 소비량 중 31%는 빵을 만드는 데 쓰인다. 제빵산업의 시장규모 또한 4조3000억원으로 부가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그러다보니 농가들은 다수성, 가공산업체는 가공적성이 우수한 제빵용 밀 품종에 대한 개발·보급 수요가 높다. 농진청이 ‘백경’ 밀을 개발한 배경이다.
강천식 농진청 식량원 맥류작물과 연구관은 “‘백경’ 밀은 생산성과 가공적성 두마리 토끼를 잡은 품종”이라고 말했다. 단수(10a당 생산량)가 538㎏으로 기존 제빵용 품종 ‘백강’(513㎏) ‘황금알’(477㎏) ‘금강’(469㎏)과 견줘 높다는 것이다. 강 연구관은 “‘백경’ 밀은 단백질 함량이 12.9%, 비용적(반죽 1g을 구웠을 때 차지하는 빵 부피)은 4.57㎖로 제빵 적성 측면에서도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농진청은 지난해 가을 ‘백경’ 밀을 전북 김제, 전남 구례, 경북 구미 등 전국 9곳에서 전체 5.4㏊ 규모로 심게 하고 올해 현장 실증 중이다. 김제 현장 실증에 참여한 유지혜 참조은우리밀영농조합법인 대표(42)는 “그간 농가들은 제빵용 밀 품종으로 수량이 많은 ‘백강’을 선호한 반면 가공업체들은 제빵 적성이 좋은 ‘황금알’을 찾는 사례가 많았다”며 “‘백경’은 수량성·가공적성을 모두 갖춰 두 수요를 모두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미리 수확한 ‘백경’ 밀로 만든 식빵·바게트·모닝빵도 전시됐다. 시식에 참여한 홍동수 전북 군산 홍윤베이커리 대표는 “‘백경’은 반죽 안정성이 뛰어나고 품질도 우수해 외국산 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농식품부는 3월26일 내놓은 ‘제2차 밀 산업육성 기본계획(2026∼2030)’을 통해 밀 재배면적은 2025년 1만㏊에서 2030년 5만㏊로, 생산량은 4만t에서 20만t으로 각각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밀 자급률을 2024년 1.4%에서 2030년 8%로 올리겠다고 덧붙였다.
이정희 농진청 식량원 맥류작물과장은 “‘백경’은 올해 정부보급종 원원종 생산단계를 거쳐 2029년부터 농가에 보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30년 밀 자급률 목표 달성을 위해 소비자와 가공업체 기호에 맞는 품종을 지속해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전국 밀 수확은 6월 중순 기준 거의 마무리됐고 작황도 대체로 무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연구관은 “5월 하순 비가 많이 온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생육상태가 양호한 편”이라면서 “농진청이 각 시·군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자체 조사한 결과 올해 밀 단수는 430㎏ 안팎으로 평년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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